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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18일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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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3.0%로 일명 '빅스텝'(0.5%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재난 기간 중 영업 제한으로 '생계 절벽'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기존 부채에 더해 추가 대출을 받아 다중채무자가 되었고 이들의 부채는 '시한폭탄'으로 표현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기준금리의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부채 상황에 적신호가 켜지자, 정치권은 정부에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이나 상환유예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지난 9월부터 시작했다. 10월부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영업자 빚 탕감 정책 '새출발기금'의 접수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현재 자영업 종사자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자영업 종사자들, 터널로 다시 들어가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상권인 대학가에서 제과·제빵점을 운영하는 A씨 다음과 같이 현재 상황을 전했다.

"기존 담보 대출에 더해 코로나 기간에 소상공인 대출도 받았고요. 흔히 말하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한도 6천만 원을 꽉 채워서 쓰고 있는 상태입니다. 금리요? 마이너스 통장을 예로 들면 기존 6~7% 하던 것이 현재 10%로 인상되었다고 은행에서 문자가 왔더라고요. 그러니 마이너스통장 이자만 연 600만 원인 거죠. 그러니 다른 대출 이자까지 합치면 한숨이 나오죠.

이번에 고금리 지원 정책 중 빚 탕감 정책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영업자가 대상이라고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파산 직전에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거죠. 그러니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대환 대출도 발표되긴 했지만 여러 조건이 까다로워 별 도움이 안더군요."

 
18일 서울 명동의 폐업 점포들.
 18일 서울 명동의 폐업 점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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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코로나 중 생계비는 물론 임대료까지 밀리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업종으로의 전업까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2년 반 동안 피를 말리는 인고의 시간이 견디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 4월, 피폐해진 삶과 가게를 재건하기 위해 대출금을 모아 가게를 새단장하는 노력을 했고, 최근 매출이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에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영등포 지역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주메뉴로 판매하는 B씨도 비슷한 사연을 전했다.

"저도 기존 담보 대출이 있고요. 코로나 기간 중 소상공인 대출도 받았죠. 담보 대출 경우에는 기존 2.6%였는데 이번에 4.6%로 올랐더라고요. 매달 이자만 수백만 원인 거죠. 요즘 높은 물가에 고금리 기조 때문인지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한동안 좋았던 매출이 최근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 걱정이에요. 또 현재도 고금리인데 추후 또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니 걱정이죠."

관망하는 정부, 원망하는 소상공인

이어 이들은 현 정부 당국의 고금리 정책과 자영업 부채 관련 정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올린다고 하는데 그게 달리 말하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물가를 잡겠다는 뜻이죠. 그런데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타격받는 건 우리와 같은 소상공인들 아닌가요? 코로나19라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겨우 밝은 햇살 아래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았다고 안도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다시 그 어둠의 터널로 끌려가는 기분입니다."

"지금 같은 고물가 고금리 경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끊어질 약한 고리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 아닐까요? 결국 예전 IMF 때나 금융위기 때처럼 쓰러진 소상공인들 주변에서 전리품을 챙기는 건 자본가들이겠죠. 하다못해 나 같은 독립 자영업자나 가맹점이 폐점한 가게를 누가 채우겠어요? '쩐의 전쟁'에서 압도적 자본으로 굳건하게 버틴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새로운 가맹점으로 채우겠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나라
 
1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1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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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필자는 부채 제로를 선언했었다. 하던 가게를 정리할 때, 이 나라 국민의 최대 소원인 내 집을 과감히 정리해버린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대출 계좌의 잔액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삶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중한 내 집을 팔았을 당시, 섭섭하면서도 정말 묘한 해방감을 느꼈었다. 이제 더 이상 대출 계좌의 잔액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매달 꼬박꼬박 내던 이자로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즐기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삶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 환경은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내 삶의 방향을 금방 원점으로 돌렸다. 또 빚을 지게 된 것이다. 10년 전 가게 근처에 전세로 얻은 아파트는 지난 기간 동안 3~4배나 올랐고 여기에 자녀들의 대학 진학으로 생긴 교육비용 상승 또한 상당했다. 거기에 작년까지 운영하던 작은 사업은 코로나 재난에 직간접적 타격을 받아 좌초했기 때문이다.

결국 난 현재 6년 전 그때처럼 대출 계좌의 잔액 상황에 항상 긴장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야 신용 시대의 가장 큰 재산인 신용등급의 추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리의 고공행진에 한 달에 한두 번은 가족과 즐기던 외식은 되도록 줄이고 마트에서 보던 장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고, 어느덧 성인이 된 첫째는 취업을 했으며 대학생인 막내까지 알바에 뛰어든 요즘, 우리 가족은 역대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태그:#고금리, #금리 인상, #빅스텝, #자영업,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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