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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중년 남성 4명이서 글쓰기 모임을 결성했다! 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이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tvN 응답하라 1994 포스터. 향수를 많이 느끼게 한 드라마다.
 tvN 응답하라 1994 포스터. 향수를 많이 느끼게 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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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함에 따라 제도나 법은 새롭게 만들어지고 바뀐다. 다만 변화하는 환경이나 시대적 배경에 따라 제도, 법, 규범만 바뀌는 건 아니다. 이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세대 또한 바뀌는 건 당연한 이치다. 지금 MZ세대들이 청년층을 이루며 중심에 있는 것처럼 그 이전에도 다양한 세대들이 주류를 이루었었다.

난 7살 국민학교 입학 덕에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1990년대 20대를 보냈던 1970년대생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첫 번째 세대였다. 1970년대생들은 1970~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386세대와는 분명히 달랐다. 한창 민주화를 위해 뛰었던 그들과는 다르게 빠르고, 역동적인 시대적 변화와 문화적 다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세기말 끝자락 세대다.

난 학창 시절 다시 교복을 입기 시작했던 첫 번째 세대였다. 학교를 졸업하고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첫 번째가 아마도 '스무살 문화'였다. 그중 가장 자주 접했던 게 음주 문화였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차태현)와 그녀(전지현)가 교복을 입고 주민등록증을 보이며 폼나게 입장하는 장면을 여러 곳에서 패러디했을 정도로 그 시절 스무살의 문화는 음주와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말이 그 시절 나를 그리고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행복 언어가 되는지는 스무살을 겪는 사람만이 이해하던 유희 중 하나였다. 

스무살의 의미는 자유였고, 용기였다

대학교에서는 주점 문화에 흠뻑 취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면 그 시절 한창 유행같이 번졌던 락카페와 노래방을 자주 찾았다. 특히 남중, 남고 출신인 스무살 젊은 혈기의 남자에겐 별천지와 같은 곳이 많았다. 특히나 락카페는 소개팅이나 미팅을 제외하고서 가장 확률 있을 것 같은 이성과 만남의 장이라고 많은 스무 살 남자들이 생각했을 정도다.

왕자병이나 도끼병도 아니고, 번번이 거절을 당하면서도 어디서 나온 자신감에서인지 주변 테이블의 여자들과 합석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을 했다. 열에 아홉은 거절을 당했지만 그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스무살의 용기를 그곳에 욱여넣었더랬다.

어렵게 용기를 쏟아내 겨우 상대방 테이블과 합석을 했지만 채 한두 시간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자리를 파하는 적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절엔 12시 영업 종료가 있어서 한창 고생 뒤 낙을 찾을만하면 어떤 유행가 가사처럼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요'가 되고 만다.

실제 다음도 없는 그냥 '헤어짐'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스무 살 청춘의 열병은 좀체 식지 않았다. 그 시절엔 12시까지 열심히, 힘들게 놀아도 다음 날 오후가 되면 또 쌩쌩하게 밤을 기다리곤 했었다.

우리에겐 레몬 소주, 오이 소주가 있었다

스무 살 시절 자주 친구들과 술을 마셨던 곳은 주점이었다. 지금도 대학가나 젊은 세대들이 모이는 곳이면 눈에 띄는 주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시절엔 세 종류의 술 가게가 당시를 대표했다. 지금 내가 얘기하는 주점, 그리고 생맥주를 마시는 호프집,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가 아닌 중년들이 가는 카페가 그것이다. 

그중에 주점은 지금도, 그 시절도 가장 저렴하게 취하고, 배를 채우기 좋은 곳이었다. 지금은 하이볼, 소맥 등 각종 폭탄주 문화가 세대를 아우리지 않고 기본적인 주류 문화로 잡았지만 그 시절엔 특별히 술을 섞어 먹는 문화가 없었다. 하지만 술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참신하게도 칵테일 소주라는 게 있었다. 이름하여 오이 소주, 레몬 소주, 체리 소주 등 무엇을 섞느냐에 따라 칵테일 소주의 이름은 달라졌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홀짝홀짝 넘어가는 레몬소주 무서운 줄 모르고 몇 시간을 함께 어울리다 정작 자리를 옮길 때면 만취한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한 명씩은 나오곤 했다. 술이 그리 세지 않았던 나도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다. 목으로 넘어가는 부담감이 없다 보니 한잔 한잔 넙죽 받아먹은 게 화근이 되곤 했다. 

친구 좋아하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카페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주머니 가볍던 그 시절에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곳이 그곳 주점이었다. 우리의 이십 대 음주 트렌드는 그렇게 주점에서 시작해서 주점에서 끝났다. 지금과 같은 다양성은 없었지만 지금의 포차나 주점과는 다른 향수 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X세대만의 문화 속 한 장소였다.

90년대 대학을 다녔던 나로서는 학생운동을 했던 세대는 아니었지만 어렴풋이 선배들의 구전으로 여러 차례 과거 치열했던 운동권 생활을 들었다. 가끔은 치솟는 학비 때문에 등 떠밀려 집회에도 나가봤지만 무언가 대단한 목적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선배들 눈도장을 찍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시절 관심분야는 따로 있었다. 서태지를 좋아하고, 드라마 <질투>의 최진실에 열광하고, <별은 내 가슴에> 남자주인공인 안재욱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며 그 시대 유행을 좇았다.
 
1997년 열풍을 일으켰던 <별은 내 가슴에> 강민역의 안재욱 배우. 저 시절 저 헤어스타일 따라했던 친구들이 많았다.
 1997년 열풍을 일으켰던 <별은 내 가슴에> 강민역의 안재욱 배우. 저 시절 저 헤어스타일 따라했던 친구들이 많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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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가로수길에서 시작해 경의선 숲길, 경리단길, 망리단길까지 여러 핫플레이스들이 SNS나 인터넷을 통해 유명하다. 꼭 유행처럼 번지듯이 해마다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생긴다. 하지만 내가 20대였던 1990년대에는 좀처럼 핫플이라고 할만한 곳이 강남역으로 옮겨간 2000년대 전까지 압구정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 압구정에 갈 때면 모두 오렌지족이라도 된 양 그 시절 가장 힙한 스타일인 통이 넓은 청바지에 자기 몸보다 훨씬 큰 티셔츠나 후드티를 즐겨 입었다. 요즘 스타일로 얘기하면 힙합 스타일의 통바지에 오버핏 스타일의 티셔츠를 입었다. 그때 우리 부모님만 해도 내가 넓고, 길이도 긴 통바지를 입고 나가는 날이면 동네 청소하러 다닐 일 있냐고 잦은 잔소리를 하셨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입는 옷 스타일을 들여다봐도 예전 내가 스무 살 즈음에 입었던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지금 MZ세대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의 원조는 1990년대 20대를 보냈던 딱 우리 X세대의 스타일이 그 자체다. 

트렌드는 시간이 가면 변하지만 시간은 돌고 돈다

복고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었다. 우리 세대가 한창 활동하던 21세기 초인 2000년대가 그랬고, 십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종종 회자되어 나오는 얘기다. 힙합 스타일의 통바지가 그랬고, 지금의 크롭티 유행이 그렇고, 90년대에 자주 입었던 통 넓은 맨투맨, 후드 티셔츠가 지금의 오버핏 스타일로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인 것을 보면 유행은 돌고 돈다. 

시간이 가면 세대는 바뀌지만, 좋아했었던 문화는 잊히지 않는다. 다만 시간차를 두고 유행이 될 뿐이지 한 번 사랑받았던 문화는 몇 세대를 건너뛰더라도 다시 돌아온다. 

세대 간의 차이는 당연하다. MZ세대와 지금 40대인 70년 대생들은 다르다. MZ세대의 부모뻘인 1970년대생들은 어느덧 반세기를 살았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자기 고집도 많이 꺾었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며 주변과 타협하는 법도 배웠다. 우리는 MZ세대가 봤을 때 합리적이지 못하고,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꼰대일 수 있다.

하지만 그 MZ세대보다 우리가 먼저 21세기를 살았고, 트렌드나 유행에 민감했던 시절을 먼저 보냈던 것도 우리다. 복고의 원조도 1970년대생들이 먼저고, 유행을 리드한 것도 우리가 원조다. 시간이 가면 세대는 바뀌지만, 그 시대를 관통했던 세대만은 영원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연재됩니다.


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70년대생 중년 남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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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일상과 행복한 생각을 글에 담고 있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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