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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김관홍 잠수사
 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김관홍 잠수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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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미안하다 내가 너무 늦게 왔구나
좁고 어둡고 더듬어도 찾을 수 없는 그곳에
얼마나 춥고 무섭고 외롭고 원망스러웠겠니
-한 잠수사의 '로그북' 중-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수습해 가족 품에 안겨준 사람들, 민간 잠수사. 여느 사회라면 이들을 영웅으로 기억할 법도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다.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따르는 비극적 대형참사의 시신 수습 작업은, 이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와 잠수병을 비롯한 후유증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듯이 이들의 존재도 잊어가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민간잠수사를 기억하는 것은 8년 전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다짐했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육신의 힘을 다하고도 그 정신을 남겨서 이제는 뒤를 부탁한다며 그 뒤에 남은 우리들과 함께 하는 그 절절함에 흐느끼게 됩니다
-김관홍 잠수사 추모시(노르웨이 조미례) 중-

지난 26일 '스프링세계시민연대'와 '4.16해외연대' 주최로 '고 김관홍 잠수사 6주기 추모식'이 온라인으로 거행됐다. 이날 추모식은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시간에 이어,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로그북>(2020) 상영회, 복진오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으로 구성됐다.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아시아에서 60여 명의 동포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김관홍 잠수사를 추모하며 그가 남긴 뜻을 잊지 않고 따를 것을 다짐했다.
 
영화 '로그북' 중
 영화 "로그북" 중
ⓒ 복진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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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그북>은 복진오 감독이 한 잠수사로부터 받은 잠수일지 '로그북'의 하루하루를 펼쳐가면서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들을 그려간다. 컴컴한 바닷속에 잠긴 세월호에서 작업을 하는 잠수사들의 가쁜 숨소리를 따라가며 8년 전 끔찍했던 참사의 현장으로 관객을 데리고 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뒤 일상으로 돌아온 잠수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생각들과 현재의 이야기를 잠수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살고 싶어요"

영화에는 잠수사들이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한 잠수사는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는 질문에, "살고 싶어요" "매일 매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말을 한다.

'살고 싶다'와 '죽고 싶다'라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현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 그들이 바로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이다. 영화는 이렇게 그들이 줄곧 안고 살아가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며 이 영화를 보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어머니: 어떤 분인가는 우리 〇〇 안고 나왔을 텐데…

잠수사: …



잠수사:수습이 구조였으면 저희들도 좋았을 텐데 그게 저희도 너무 안타깝고…

어머니:따뜻한 아이를 데리고 왔으면 더 고맙고 감사할 텐데, 그래도 이렇게 품에 안겨줬다 생각하면 눈물이 나거든요…

-희생자 어머니와 잠수사와의 대화—

어느 날 잠수사들은 세월호 어머니들의 전시회장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잠수사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너무나 고통스런 기억의 되새김이다. 보는 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아픔을 공감하는 이들이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위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복진오 감독
 복진오 감독
ⓒ 스프링세계시민연대/41.6해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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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뒤에는 복진오 감독과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복 감독은 인사말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치유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맨 처음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 촬영을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실은 1박 2일이나 길어도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잠수 현장을 기록할 목적으로 촬영이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촬영 첫날 잠수사들이 장비를 착용하고 물로 뛰어드는 장면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이 과정을 계속 찍게 해달라고 잠수사들의 설득하고 결국 허락받아 본격적인 촬영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비극적 참사의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감독에게 있어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복 감독은 촬영 내내 기록자로써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목숨을 건 수습 작업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마이크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로 옳은 일인가라는 사이에서 많은 갈등과 고민을 했다. 결국 인터뷰가 잠수사들의 일에 개입하고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장에서는 대부분 영상으로만 기록하고, 인터뷰는 나중에 개별적 만남을 통해 실시했다.

전하고 싶은 한 마디 '치유'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있고 치유를 받아야 할 사람들을 드러내고 치유를 함께하고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고 싶었다.
-복진오 감독-

복 감독은 자신이 만난 잠수사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도 답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이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두가 이들의 치유를 위해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잠수사들도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들과 눈이 마주치면서 치유가 되고 위안이 됐다고.

감독은 왜 잠수사들이 자신을 만나줬겠느냐고 스스로 물으면서, 잠수사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 감독 자신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잠수사로부터 받은 것이 바로 '로그북'이다. 그리고 그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그들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에 자신의 감정도 터져 버렸다.
 
다이버님들은 목숨 걸고 일하는데 저 때도 언론들 때문에 정말 상처 많이 받으셨겠어요. 마음 아픕니다.

로그북은 이미 고통에 대한 공감을 통해 치유를 하고 있습니다

감독님, 영화 제작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 특히 감정적 어려움을 극복하셔서 이렇게 소중한 기록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보며 참많이 아프고 울었어요. 감독님, 잠수사님,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채팅창의 참가자 메시지-
 
영화 '로그북' 중
 영화 "로그북" 중
ⓒ 복진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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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끝으로 이번 상영회와 같은 계기가 아픔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는 '약보다도 좋은 치유'가 된다며, 이런 행동들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앞으로도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년 전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온 국민의 트라우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제는 세월호 참사를 민간 잠수사, 생존자, 유가족에게 '그들만의 트라우마'로 남겨두고 모든 것을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 체 해왔던 질문을 다시 한번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다시, 우리가 답할 차례다.
 
김관홍 잠수사 6주기 참가자들
 김관홍 잠수사 6주기 참가자들
ⓒ 스프링세계시민연대/41.6해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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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참사, #김관홍 잠수사 6주기, #영화 로그북, #민간잠수사, #스프링세계시민연대/41.6해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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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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