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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갖 경조사가 취소·잠정 연기되는 상황을 줄줄이 겪은 우리는 이제 전화와 문자로 인사를 건네고, 영상으로 행사를 치르는 등 비대면 문화가 더 익숙해진 것만 같다. 입학·졸업식 날 교문 앞에 늘어선 각양각색 꽃다발의 향연도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 중.

사실 코로나19 이전인 2005년부터 화훼시장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 화훼 소비국인 스위스를 비롯해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재배면적과 생산액 등 화훼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반면, 우리나라 1인당 화훼 소비액은 2005년 약 2만1천 원에서 2020년 약 1만2천 원 수준으로 44% 감소했고 재배 농가 또한 45%(5790 곳) 줄었다(농림축산식품부).

충북 '옥천군 화훼연구회'로 옥천을 향기롭게 아우르던 다섯 화훼농가도 이제는 단 한 곳만 남았다. 올봄 옥천로컬푸드직매장 입구를 환하게 밝혀준 프리지어가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

24년째 동이면 남곡리에서 화훼류를 재배하는 조승범·이현희(54·52, 옥천읍 죽향리)씨 부부를, 그들의 바람을 가득 담은 '태양농원'에서 4월의 초입에 만났다. 화훼농업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꽃 소비 꺾인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건
 
24년째 충북 옥천군 동이면 남곡리에서 화훼류를 재배하는 조승범씨
 24년째 충북 옥천군 동이면 남곡리에서 화훼류를 재배하는 조승범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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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정도 됐나? 예전엔 군내 화훼농가 작목반인 '옥천군 화훼연구회'로 모여 매달 화훼업의 어려움도 나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저희밖에 없어요."

이제는 유일한 옥천군 화훼 농민이 된 조승범·이현희씨는 프리지어, 마트리카리아, 불로초, 델피늄, 코아니, 캄파눌라 등을 약 1700여 평 재배하고 있다. 하우스 여러 동을 연동한 큰 하우스 뒤편엔 작은 시설도 세 동 있다.

줄별로 심긴 다양한 종류의 꽃들. 그중 한 줄엔 활짝 피어 예쁜 마트리카리아가 보인다. 하지만 이 꽃은 "상품 가치가 없다". 수확 시기를 놓친 바람에 색이 바래버린 것. 그러고 보니 한창 수확 철인데 부부 외에 다른 일꾼은 보이지 않는다.

"꽃값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인건비는 5배 이상 올랐죠. 게다가 코로나19로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고요."

개화 시기를 달리 계산해 차례로 심었으나, 꽃이 언제 필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법. 특히 햇빛이 많이 들고 따뜻할수록 일찍 개화하기 때문에, 평년보다 높아진 평균·최고기온이 변수였다(4월 상순 기준 옥천과 가장 가까운 대전관측지점의 평균기온은 2022년 12.4℃로 10.9℃였던 평년 대비 1.5℃, 최고기온은 3.2℃(17.1→20.3) 상승했다).

"기후 영향을 많이 받아요. 너무 따뜻한 것도 문제인데, 겨울철 최저온도는 계속 낮아져 난방비 등 시설비도 적지 않아요."

코로나19로 인력 확보도 어려워졌지만, 외부 인력을 고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다. 감염 위험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화훼류 특성상, 일손을 보충하려다가 부부마저 일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사이 출하 준비를 마친 꽃들은 수확 시기를 놓쳐 수개월 간 들인 정성이 헛수고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각종 행사가 축소됨과 함께 꽃 소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소비는 줄어도 공급량은 동일하니 수확된 꽃을 소진하려면 가격대를 낮추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화훼시장이 어려운 때가 있었는데, 바로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다.

"꽃은 식품과 달리 '사치품'으로 취급하는 우리나라 문화 특성상 개인 용도보다는 선물로 구매하는 빈도가 높았는데, 법 시행 이후 소비가 확 줄었죠. 예를 들어 스승의날 등에 선생님께 꽃으로 마음을 전하는 문화가 이제는 사라졌잖아요."

실제로 당시 꽃 소비는 3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화훼 구입 목적 조사에 따르면, 약 58%가 선물용(선물·경조사)으로 꽃을 구매한다고 했고, 41% 이상이 꽃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돈 주고 사는 것이 아깝다'고 대답했다. 화훼류를 둘러싼 인식이 사치품에 머무르는 것을 볼 수 있다. 50% 이상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꽃을 구입하는 네덜란드, 독일 등(Rabobank Flower Map, 2021)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문화다.

지역에서 소수작물을 재배한다는 건
 
이제는 유일한 옥천군 화훼 농민이 된 조승범·이현희씨는 프리지어, 마트리카리아, 불로초, 델피늄, 코아니, 캄파눌라 등을 약 1700여 평 재배하고 있다.
 이제는 유일한 옥천군 화훼 농민이 된 조승범·이현희씨는 프리지어, 마트리카리아, 불로초, 델피늄, 코아니, 캄파눌라 등을 약 1700여 평 재배하고 있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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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범·이현희씨는 옥천에서 화훼업을 시작했을 때의 어려움을 잊지 못한다. 옥천에서는 관련 교육이 전무해 진천 등 다른 지역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다녀야 했다. 20여 년이 흘러 베테랑이 된 그들이지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유행은 계속 바뀌잖아요. 수요가 있는 꽃 종류도 변화하는데, 인기 있을 것 같거나 새로운 품종에 대한 정보는 오로지 종묘상을 통해 아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도 그 품종이 이 지역에서 잘 자랄지 여부는 알 수 없죠. 농민이 농업에 집중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같은 곳에서 그런 연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 품종을 발굴하고 검증하는 데 따르는 위험은 오롯이 농가의 몫이다. 재배지와 영양제, 냉난방 시설 등 수개월을 공들여도 상품 가치가 있는 꽃을 수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유행은 변하는데 수확률이 안정적인 꽃만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옥천군이 현재 시행하는 화훼 관련 사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원예 수업이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농민에게 주어지는 지원책이 있긴 하지만, 과실류처럼 농가 수가 많은 주 재배 작물과 비교해 한 곳뿐인 화훼농가에 주어지는 지원비율은 거의 없다고.

한편, 인접한 금산군은 '칼라 상자 재배 시범사업(2015)'·'화훼 재배 농가 현장 컨설팅(2020)' 등으로 재배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은 증대할 수 있는 작목을 보급하고, 기술지도, 국내 육성 품종 소개 등으로 지속해서 화훼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더군다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역에 한 곳뿐인 화훼농가의 약세에 화훼만 담당하는 직원을 둘 수가 없고, 담당자가 화훼 산업을 조금 알아가는 듯하면 인사이동이 되는 불편도 있다고.

"화훼나 특용작물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는 고정된 담당자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작물을 맡으면 농가와도 알아가야 하고, 해당 작물에 대한 지식도 습득해야 하는데 상황이 매년 반복되니까 업무 처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농가 입장에서도 불편하죠. 게다가 화훼 담당자는 다른 업무도 많이 맡고 있어 집중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어요."

기술 찾아 헤매던 초보농, 기술을 전파하는 베테랑 되다
 
조승범·이현희씨는 직접 시범 포를 운영하며 새로운 품종의 적응력과 수확 가능성 등을 실험한다.
 조승범·이현희씨는 직접 시범 포를 운영하며 새로운 품종의 적응력과 수확 가능성 등을 실험한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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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도 꽃은 핀다. 조승범·이현희씨는 직접 시범 포를 운영하며 새로운 품종의 적응력과 수확 가능성 등을 실험한다. 일종의 실험인 이 시범 포의 수익 창출 가능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소수 재배 작물 농민으로서 스스로 찾은 생존법이다.

지역 토양과의 궁합 여부는 물론, 연동으로 이루어진 태양농원의 다른 꽃들과 온·습도 등 생육 환경이 비슷한지도 중요하다. 1년 동안 실험 후 재배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이듬해에야 정식으로 재배·수확할 수 있다. 신품종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화훼시장에서 태양농원의 실험은 시장 전체에 쏠쏠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성공 경험은 씨앗을 건네준 종묘상의 입을 타고 다시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조그만 꿀벌의 활동에도 물러지기에 십상인 연약한 꽃잎이 대청호 물안개 습한 기운에 맥을 못 추더라도 태양농원 조승범·이현희씨는 언제나 농원을 지켜왔다. 태양의 온화한 기운을 받고자 이름 지은 '태양농원'은 되레 태양이 됐다.

출하하는 모든 꽃이 장성해 출가하는 자식 같은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꽃 자랑을 나누다가도 직면하는 안타까운 광경에 이내 쓰라린 마음을 털어놓는 이현희씨. 작물을 내놓은 생산자가 종일 자리를 지키며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닌 직매장 특성상 소비자가 직접 꽃을 골라가는데, 이 과정에서 손을 탄 꽃들이 금세 시들해지는 것은 물론, 이따금은 꽃을 꽂아둔 양동이에 빠져 있기도 하다고.

"내 집에 놓으면 나만의 것이 되는 거잖아요. 출하할 때 예쁜 것들 가운데서 가장 예쁜 것만 내어놓고 있으니, 매장에서 '더 예쁜 꽃'을 찾기보다 집에 꽂아둔 '내 꽃'을 애정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여타 농업이 그렇듯 고령화되며 점점 감소하는 화훼농가. "청년 귀농·귀촌인이 도전하기 좋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다시 활짝 필 수 있도록 그에 따른 적절한 지원과 함께, 그저 꽃을 바라보는 여유가 더해지기를. 그사이 스며드는 따스한 기운이 찌뿌둥한 몸을 다시 일으키게 할, 봄날이다.
 
태양농원 조승범·이현희씨는 언제나 농원을 지켜왔다.
 태양농원 조승범·이현희씨는 언제나 농원을 지켜왔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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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통권 59호 (2022년 5월호)
글·사진 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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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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