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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4.3 제71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작가로 참여했다. 전체 행사 기획 및 섭외를 진행하는 한편 4.3 유족을 포함해 출연자 및 일반인들의 원고를 수정하고 국가 기념일 행사이자 공영방송 KBS가 생중계하는 추념식을 원활히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4.3 희생자 추념식으론 드물게 도올 김용옥 선생이 '제주 평화선언'을 주창했다. 배우 유아인과 전국 각지에서 섬을 찾은 일반인들이 '제주 4.3을 몰랐다'는 일종의 반성문을 써내려 갔다. 5.18 합창단이 4.3 합창단과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하는 평화와 상생의 장면을 연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각 정당 대표 등이 참석했는데 이들 정치인들의 정중하고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추념식 시작 전에 일찌감치 착석을 완료했다. 모두 예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럴 만했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2003년 12월 발간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확인 가능한 제주4.3의 정의다. 당시 제주도 인구 30여 만 명 중 3만여 명이 희생됐고, 공식 확인된 희생자만 1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어린이와 노인 희생자만 약 12%에 이른다. 그렇게 제주4.3은 지금까지 단일 사건으론 최대의 국가 폭력이란 비극의 역사로 기록돼 있다.

국가기념일 중 다른 기념식과 달리 추념식이라 명명된 이유도 명확하다. 추념식 분위기 자체도 한층 더 진중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예를 다 하는 분위기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3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을 뿐 4.3의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유족들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4.3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은 2014년에야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고, 현직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한 것도 지난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최초였다.

"도착할 때 나와서 인사하라"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 추모 사이렌이 울리는 도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내빈이 유족들을 지나쳐서 입장하고 있다.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 추모 사이렌이 울리는 도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내빈이 유족들을 지나쳐서 입장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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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그런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했다. 보수정당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최초로 참석한다는 사실이 이목을 끌었지만 결국 구설에 올랐다. 추념식 당일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추념 사이렌이 울리는 사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및 김부겸 국무총리 등 주요 내빈이 묵념 중인 유족들을 지나쳐서 입장하는 모습이 제주의소리 등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며 묵념하는 유족 및 추념식 참석자들 앞으로 윤 당선인과 김 총리가 의전을 받으며 지나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즉각 '기본이 안 됐다'거나 '예를 갖추지 못했다', '의전 중독인가'란 비판이 고개를 들 만했다. 스태프들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참석 인원이 묵념을 하는 와중에 윤 당선인과 김 총리, 의원들만이 예외였기 때문이다.

추념식 다음날인 지난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은혜 대변인은 이른바 '묵념 패싱' 논란에 대해 "행사장에 도착할 때 (윤 당선인과) 김부겸 총리가 유가족 대표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입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늦은 것은 죄송한 일이지만, 유가족 대표분들의 말씀을 듣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해명했다(관련기사: 윤석열 4.3추념식 지각? "죄송, 유족들과 대화하다..." http://omn.kr/1y5qm).

이에 대해 5일 제주 MBC '라디오 제주시대'에 출연한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는 "이날 윤석열 당선인 빼고는 지각을 안 했거든요.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전날에 인사들한테 연락이 갔대요. 주빈이 내일 추념식 참석하니까 도착할 때 나와서 인사하라고요"라며 "윤 당선인이 과연 그렇게 지시를 했는가는 사실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쪽(인수위)에서 그렇게 다 연락이 왔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 기자가 확인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4.3 유족들이 다수 참석한 추념식 장에, 그것도 4.3 영령들에게 묵념하는 그 순간조차 국무총리를 위시해 내빈들에게 의전을 받고자 지시를 내린 인수위 측의 '의전 중독'을 어떻게 볼 것인가. 

4.3 평화공원에서 유족의 얘기를 듣다 추념식에 늦었다는 해명 또한 부자연스럽긴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4.3 제70주년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행사가 다 끝나고 따로 유족 대표를 만나는 성의를 보였다. 71주년 당시 이 전 총리도 엇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윤 당선인이 천명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유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4.3 평화공원을 찾았던 희생자 추념일 당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도 제주 4.3 제74주년 서울 추념식이 개최됐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주민 의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 정치인들이 참석했고 추념사를 낭독했다. 지각은커녕 비판을 자처한 정치인은 그 누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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