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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 내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에 대한 차별에 대해 학교법인 OO대학교 이사장에게 일부 시정을 권고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위 결정은 대학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에 대한 신분상 차별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법적 판단을 내놓은 것이라서 교수 사회의 신분질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대학 내 의사결정기구인 대학평의원회, 교수회 등에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제한해 온 규정들을 개정하도록 권고했기에, 대학자치 내지 재정 및 학사 운영에 비정년계열 전임교원들이 참여하게 되면,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에 대한 차별 철폐, 처우개선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교수 사회에서 차별의 아이콘인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은 엄연히 전임교원이다. 고등교육법상 교원은 학생의 교육과 지도(학교생활 및 취업 지도), 학문 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자치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임교원은 비전임 교원인 강사, 겸임교원, 초빙교원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부터 급팽창한 대학들은 전임교원이 부족한 채로 학생 정원을 늘려 왔고, 교육부의 대학평가 기준인 교수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강사 또는 연구원과 다를 바 없는 강의교수, 연구교수 등을 늘려 왔다. 더욱이 교육부는 2016. 12. 20. 고등교육법 제15조(교직원의 임무) 제2항을 개정하여 강의전담, 연구전담, 산학협력전담 교수를 법적으로 허용하였다. 그러나 그 명칭과 상관없이, 대학들은 단지 고용안정성을 배제하고 낮은 처우로 전임교원을 채용하기 위해 비정년트랙 제도를 악용해 왔다.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중에는 실제로 강의만 전담하는 강의전담교수, 연구원으로서 강의를 일부 담당하는 연구전담교수도 있지만, 사실상 일반전임교원과 업무 내용이 다르지 않은 비정년교원이 더 많다. 심지어 노무관리 차원에서 일단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으로 임용하였다가 업적이나 충실성 등을 평가하여 정년계열 전임교원으로 전환시켜 주기도 한다.

우선 강의전담교원이나 연구전담교원을 전임교원으로 인정하여 전임교원 충원율에 포함시켜 주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정책은 폐지되어야 한다. 더욱이 2019. 8.1. 시행된 고등교육법 제14조(교직원의 구분) 제2항 및 제14조의2(강사)에 의하여 강사의 신분과 처우를 개선하도록 강제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사와 다를 바 없는 강의전담교수 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남은 문제는, 임용 자격이나 업무 내용에서 일반 전임교원과 다를 바 없는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다. 대학들은 이들과 일반 전임교원과의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명칭만 교육중점교원, 연구중점교원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결정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인간의 존엄 및 가치와 관련이 있으면서 사회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사회적 신분'으로 포섭하고, 특히 고용상 그러한 분류에 속하는 이상, 개인의 의사나 능력발휘로써 회피할 수 없는 차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우선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에 대한 차별 사례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들은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교하여 업무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첫째, 승진에 있어서 부교수 또는 교수까지만 승진할 수 있고, 둘째, 현저하게 낮은 기본연봉을 책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연봉제 교수들에게 지급되는 가족수당, 자녀학비 보조수당, 후생복지비 등을 지급받지 못하고, 성과상여금 역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셋째, 학내 의사결정기구인 교수평의회, 교수회, 대학평의회 등에 참여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첫째, 아쉽게도 승진 기회에 있어서의 차별을 용인하였다. "승진제도는 ... 단순히 업무의 유사성만이 아니라 입직 경로와 고용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성한 인사 및 조직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진정대학의 정년계열 전임교원은 일정한 연구 및 교육역량을 갖춘 경우 계속해서 재임용을 받거나 정년을 보장받는 교원임에 반해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은 정년을 보장받는 교원이 아니므로 정년보장심사대상이 되는 교수 승진 여부에 대해서는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년계열 교원은 정년을 보장받는 교원이고, 비정년계열 교원은 정년을 보장받는 교원이 아니라'는 '동어반복'에 불과한 이유를 들었다.

둘째, 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만 지급되는 가족수당, 자녀학비 보조수당, 후생복지비, 성과상여금 등을 불합리한 차별로 보아 그 시정을 권고한 반면, 기본연봉에 있어서의 차별은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즉,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지원 자격에서 '연구실적이 모집공고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200% 이상인 자(석.박사 학위 논문은 제외)'라는 요건이 추가되며, 임용심사 과정에 있어서도 '공개강의 심사'가 추가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임용된다는 점, 진정인들에게 학과장 등의 보직이 부여되지 않아서 업무에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본연봉의 차이는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에게 학과장 등의 보직이 부여되지 않는 것, 즉 학사행정에서 배제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차별이다. 더욱이 정년계열 전임교원은 학과장 등의 보직을 맡을 경우 별도의 보직 수당을 받는다. 학과장 등의 보직이 부여되지 않는 점을 들어 기본연봉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또한 보다 엄격한 시험 절차를 거쳐 임용된다는 점 또는 입직 경로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기본연봉의 차이를 합리적이라고 본 것은 더욱 심각한 잘못이다. 대학들이 교육중점 교원을 모집할 때 연구실적을 요구하지 않을 뿐이지, 교육중점 교원이라고 해서 연구실적이 아예 없다거나 연구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므로, 교원으로서의 자격이나 능력이 정년계열 전임교원보다 뒤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임금차별 문제의 핵심을 간과하였다. 임금 차별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여부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의거해 판단해야지 입직 경로의 차이만을 들어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셋째, 학내 의사결정기구 참여가 봉쇄되어 있는 점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총장선출, 대학평의원회, 교수평의회, 교수회 등에서의 의사 결정이 교수의 근로조건이나 교육활동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항을 다룰 수 있고 이로 인해 근로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아 고용 영역에서의 차별로 포섭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학의 학칙 제·개정, 총장후보자 추천 등 주요 학내 의사결정 절차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 배제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의 개정을 권고하였다.

아쉬운 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학내 의사결정기구 참여 배제를 곧바로 헌법 제10조의 평등권 내지 헌법 제31조 제4항의 대학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헌법학자들은 헌법 제31조 제4항 '대학의 자율성'을 대학자치권의 근거로 보는 데 이견이 없으며, 대학자치의 주체는 당연히 교직원과 학생이다. 그러므로 사립학교법 제26조의2(대학평의원회) 및 동 시행령 제10조의6(대학평의원회의 구성) 제1항은 "대학평의원회는 교원·직원·조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 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대학의 자치권과 대학구성원의 대학자치 참여권을 기본권으로 보는 적극적인 헌법 해석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비정년트랙 제도는 철폐되어야 한다.

현재 대학교원의 30~50%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채워지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로의 승진 기회 봉쇄, 턱없이 낮은 연봉과 처우, 학사행정에서의 배제 등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동료교수들과 학생들로부터 백안시당하며 자존감마저 상실하고 있다. 더욱이 학생 교육과 지도, 학문 연구를 위한 안정적 고용 조건을 부여받지 못하면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는 결국 대학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계기로 교수사회는 대학평의원회 등의 학내 의사결정기구를 통하여 비정년트랙 차별 철폐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할 것이고, 전국교수노조 역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차별철폐를 단체교섭의 주요 교섭사항으로 삼아 관철시켜 나갈 것이다.

태그:#비정년트랙전임교원, #동일노동동일임금, #차별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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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교육청소년위원회) 변호사 2010. 9. ~ 2013. 1.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2013. 2. 2015. 2. 서울시 감사관 현 (사)시민자치감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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