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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정치인의 구두가 대중에게 회자되는 경우가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그랬다. 지난 2008년 당시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낡은 구두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전화 인터뷰를 하던 오바마가 등을 의자에 기대고 구둣발을 책상 위에 올린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밑창이 다 닳은 오바마의 낡은 구두는 성실한 정치인으로서 오바마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나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의 이미지와 선명하게 대비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11년 9월 변호사 시절 서울시장 보궐시장에 뛰어든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낡은 구두가 화제를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오바마의 구두가 호평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책상에 다리를 올리는 그의 버릇은 종종 친근한 대통령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로 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인 2009년 6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가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 중 역시나 두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은 장면이 공개된 것이다.

당시 외신은 신발 밑바닥을 드러내는 것을 모욕이라 여기는 중동 지역 관행을 들어 오바마의 무례를 지적했다. 근면함과 친근함으로 여겨졌던 오바마의 구두가 때에 따라 무례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오바마의 구두에서도 볼 수 있듯, 정치인에게 있어 '태도가 본질'이란 명제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의 낡은 구두는 성실함의 대명사였고 책상 위 구둣발은 친근함의 표상이었지만 또 다른 장면에선 무례함으로 기록됐다. '태도가 본질'이거니와 정치인에게 있어 때와 상황에 맞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동시에 까다롭기 그지없는 덕목인 셈이다.

오바마의 구두를 떠올린 것은 물론 '열정열차 구둣발 논란'의 주인공인 윤석열 후보 때문이었다.

논란 부채질한 해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선 캠페인 차원에서 임대한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맞은편 좌석에 구두를 신은 발을 올린 사진이 13일 공개되자 여권이 맹공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상일 후보 상근 보좌역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지방 도시들을 돌며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열정 열차(윤석열 열차)'에 전날 탑승한 사진들을 올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선 캠페인 차원에서 임대한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맞은편 좌석에 구두를 신은 발을 올린 사진이 13일 공개되자 여권이 맹공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상일 후보 상근 보좌역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지방 도시들을 돌며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열정 열차(윤석열 열차)"에 전날 탑승한 사진들을 올렸다
ⓒ 이상일 페북 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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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가 공공재인 열차를 자가용쯤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토록 자연스러운 쭉벌이 가능할까? 매일 같이 열차에 오르는 철도노동자조차 구두를 신은 채로 앞좌석에 다리를 올리는 '진상' 승객은 본 적이 없다. (...) 윤석열 후보가 구둣발을 올린 그 자리는 누군가가 앉을 좌석이고, 철도노동자에겐 매일같이 제 몸처럼 관리하는 삶의 터전이다.

13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낸 '구둣발로 증명된 민폐와 특권의 윤석열차' 성명 중 일부다. 철도노조는 "몸에 밴 특권의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라며 "쩍벌도 모자라 이젠 구둣발인가!"이라고 탄식했다.

맞다. 대부분 국민들이 한 번쯤 이용했을 열차 안에서 반대 좌석에 신발을 올리는 행위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하기 어렵다. 철도노조 지적대로 특권 의식이 체화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행위다. 기본적인 소양이나 공중도덕 관념을 꼬집는 비판이 나올 만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 전체에 퍼진 도덕 불감증 및 안전 불감증이다. 논란이 된 사진은 12일 전주역에서 출발해 여수역까지 가는 '열정열차' 안 현장에서 촬영됐다. 앞서 열정열차 일정이 공개된 직후 유세를 위해 열차 전체를 대여한다는 윤석열 캠프의 발상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코로나19 시대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앞서 지난 11일 철도노조는 국민의힘의 '열정열차'를 특권과 민폐로 규정하며 이를 허용한 선관위를 향해서 "선관위는 특정 정당의 특권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향후 선거법 위반이 발생할 경우 선관위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관련 안정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말과 악수가 오가는 선거 유세를 맞이방(대합실)에서 할 수 있게 되면, 감염에 대한 승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윤석열차'는 지방 소도시를 위주로 다니는 무궁화호로 오미크론 변이를 이들 소도시로 더욱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 11일 철도노조 논평 중)

하지만 최초 국민의힘 후보 상근 보좌역인 이상일 전 의원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병민 선대본부 대변인 등 국민의힘 인사들은 윤 후보를 중심으로 좌석을 빼곡하게 채워 앉았다. 지난 12일(토요일)이 승객이 몰리는 주말인 점을 감안했어도, 철도노조의 지적대로 안전 불감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철도노조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승객 불안을 주도적으로 차단하고 해소해야 할 공당에서 이를 무릅쓰고 열차를 이용해 선거 유세를 한 것을 두고 "서민 코스프레"라 꼬집은 바 있다.

논란 직후 윤석열 캠프가 내놓은 해명은 논란을 부채질했다. 13일 오후 윤 캠프는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가벼운 다리 경련으로 참모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다리를 올렸습니다"라며 "세심하지 못했던 부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실제 다리 경련이 있었는지 여부는 물론 "유감"이란 표현 자체를 지적하는 지적이 나왔다. 다리 경련의 실제 여부에 따라 또 다른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된 사진 속 윤 후보의 편안한 표정이나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가 즉각 도마 위에 올랐다. 송구하다는 사과의 표현 대신 윤 캠프가 선택한 "유감"이란 단어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태도가 본질"

문제의 본질은 그러한 디테일과 무관하다. '서민 코스프레'라 지적 받는 '열정열차'란 선거유세 기획 그 자체요, 그간 숱하게 지적받아온 윤 후보의 태도가 문제의 본질일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태도는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눈높이를 맞추기보다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 유권자를 내려다 보는 자세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안내견을 끌어안는 등 평소 상식적으로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를 종종 노출해 온 윤 후보. 이번 구둣발 논란은 그러한 윤 후보의 평소 태도가 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명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구둣발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후 사정과 관계없이 잘못된 일이고, 앞으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필 수 있도록 더욱 조심하겠습니다"라며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사고는 캠프와 후보가 치고 애먼 당 대표가 대신 사과에 나선 모양새였다. 반면 캠프 측은 논란이 커지자 언론을 향해 중언부언을 반복하다 사과 대신 "유감"을 표하는데 그쳤다.
 
어떻게 보면 저는 우리나라 정치와 우리나라 공직에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형식이 아닙니다. 이 태도는 저는 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6월, 6.13 지방선거 직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태도가 본질"이라며 "국민들을 모셔야 하고, 국민들을 모시는 그 존재가 정치인들이고 공직자라면 그런 모시는 어떤 본질이 태도에서 표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맞다. 태도가 본질이다. 임기 말인데도 지지율 40% 안팎을 유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긍정'하는 국민들도, 그 반대편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도 "국민을 받드는, 그런 겸손한 태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론 만큼은 공히 공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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