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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도시전설로 불렸던 세운상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메이드 인 세운상가>(1월 21일~30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풍요와 강압이 공존한 모순의 시대를 견뎌온 소시민의 삶과 딜레마를 보여준다.

2021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연극 부문에 선정된 이 작품은 차근호 작가와 최원종 연출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단체는 2018년 <어느 마술사 이야기>(1970년대)로 시작해 <세기의 사나이>(1910~1950년대), <깐느로 가는 길>(1990년대), <타자기 치는 남자>(1980년대), <패션의 신>(1960년대)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극단이 지향해온 뿌리는 '근현대사'와 역사적 상황이 남겨놓은 '딜레마'로 모아진다. 이것을 여과없이 수용해야 했던 '소시민'이 연극의 대상인데, "과연 나라면 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묻고 있다.

특히, 1980년대의 전반기를 장식하는 <타자기를 치는 남자>와 후반기를 이루는 <메이드 인 세운상가>는 세운상가를 배경으로 한다. 이밖에 '빨갱이를 잡는 형사'의 등장은 전작과 현작의 몇 부분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당대의 시대적 아픔을 고민하는 과정은 맥베스, 알베르 카뮈,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프로이트 등 당대의 철학을 고민했던 자들로 채웠다. 이것은 작품이 지향하는 색깔을 우화적으로 설정하는 효과를 내기도.

초연이 공개되면서 온·오프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메이드 인 세운상가>는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할 정도다. 공연장을 나온 관객은 "근래에 보기 드문 연극의 재발견"이라며, 아마도 자신의 최애 리스트에서 상위랭킹을 갱신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한결같은 흐름과 주제의식, 그리고 놓치지 않는 유머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최원종 연출가를 지난 27일, 극단 사무실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근현대사는 과거 아닌 현재... 그것이 연극의 출발점"
 
지난 27일 대학로에 있는 극단 명작옥수수밭 사무실에서 최원종 연출가가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대학로에 있는 극단 명작옥수수밭 사무실에서 최원종 연출가가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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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대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원래는 대극장 작품으로 구성했다가 소극장에서 할 수 밖에 할 수 없는 여건이 됐다. 만약 대극장이었으면 잠수함도 더 압도적이고, 영상도 달라졌을 것이다. 배우들은 어디에 가서도 주인공을 하는 분들이니까 더욱 그렇다." 

- 전작들을 보니 한 시대를 집중했다. 특히 <메이드 인 세운상가>은 <타자기 치는 남자>와 함께 '세운상가'가 배경이다. 근현대사 시리즈를 제작하는 이유는 뭔가.

"근현대사를 다루는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비극적인 현대물이 많은 편이다. 그런 비극적인 순간을 다시 꺼내서 접하기엔 소재가 무겁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 삶에 작용하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지금의 관객과 유쾌하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광주 이야기나 독재시대, 삼청교육대는 꺼내는 것조차 무거운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과거 이야기 아니라 여전히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고,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또 하나는 당대에 많은 사람들에겐 시대가 갖고 있는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세운상가는 정권에 의한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근데 그 딜레마를 통해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조차 그 딜레마 속에 있는데 그것을 과거의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그땐 그랬지 하기엔 현재도 똑같은 딜레마가 공존하고 있다. 지금도 어떤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가 있듯이. 그 전에도 비슷한 딜레마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 근현대사 시리즈를 해보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금의 선거와 접점이 될 것 같았다. 사실, 선거 때문에 정치적 이슈가 부각되기도 하지만 이전에 있었던 정치 메시지, 이데올로기와 관련 있는가?

"그걸을 연결시키지 않으려 해도 연관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 그것이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기본 정신인가?

"우리 극단에서 이런 작품을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그 전까지는 젊은이들이 '꿈을 포기해가는 신자본주의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등 개인 정체성에 관한 작품을 많이 해왔다. 그것이 확장되면서 근현대 시리즈로 넘어왔다. 정체성을 탐구하는 화두는 극단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메이드 인 세운상가>의 한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메이드 인 세운상가>의 한 장면
ⓒ 극단 명작옥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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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림은 무엇인가?

"근현대사 시리즈인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로 넘어가고 싶다. 시즌1은 2002년 월드컵 배경까지다. 시즌2는 당대에 어떤 딜레마에 놓여있는가를 보여주고 싶다. 올 하반기에 <굿모닝 홍콩>을 준비 중이다. 몇 년전, 홍콩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때 홍콩의 사람들이 시위를 할 때, 5·18 때의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진 것에서 착안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고, 5·18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한국의 20대 젊은이가 단지 홍콩에서 발매되는 에어조던이라는 운동화를 사기 위해서 거기에 갔다가 시위에 휩쓸리는 내용이다. 실제로 5·18 때는 독일 기자가 광주에서 찍지 않았나? 한국의 청년도 홍콩 시위를 찍는 작업을 한다. 그런 당대의 이야기로 넘어온다." 

"역사 딜레마 속 평범한 사람들 보여주고 싶었다"

-연극은 학창 시절부터 시작했는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전공했다. 학교 내에 극작과가 있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연극으로 옮겨오게 됐다." 

-맥베스, 카뮈, 칸트, 니체, 프로이트 등은 과거에 술을 먹으면 자주 등장하는 안주였다. 최 연출가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결론나지 않는 싸움을 하다보니까 지금의 작품으로 투영되는 것인가?

"대학 영향보다는 개인적인 삶의 변화 때문이다. 작가로서 10년 정도 활동해왔다. 그때는 개인의 문제와 정체성에 관심이 깊었는데, 가족분들이 돌아가시변서 그들을 생각하게 됐고, 아이도 태어났다. 아이가 나중에 세상은 뭐냐고 물으면 제 개인적인 고민 외에는 들려줄 이야기는 없더라. 그러면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가장 최근에 근현대사로 이어졌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체(극단 명작옥수수밭)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2005년부터 설립해서 작가로서 활동해오다가 혼자서는 만들 수는 없으니, 5년 동안 휴지기가 있었다. 2011년에 작·연출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극단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작가와 배우들은 전속인가? 

"작가는 전속이다. 반면에 배우들은 프리랜서도 있고, 다른 극단 소속도 많은데, 오랫동안 작업을 같이 하다보니 저의 작업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기다려준다. 외부에서는 우리 극단의 배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렇게 유약하고 부드러운 면이 있는데, 배우들은 와일드하고 거칠다. 그래서 궁합이 잘 맞는거 같다. 저까지 강했으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웃음)."

-자료조사도 많이 한 것으로 느껴진다. 디테일한 조사도 직접 하나?

"자료조사를 하긴 하지만 너무 디테일하면 자료 자체에 빠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자료조사를 끝내고 나서는 머리를 비운다. 정보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 봤을 때, 그분들을 어떻게 부담드리지 않으면서 드라마를 끌고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자신도 이런 배경이나 시대적인 딜레마를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진행한다. 

얼마 전에 인터뷰를 했는데, 금강산 댐을 이야기하면서 남한의 수공으로 서울을 물바다를 만드는 콘셉트를 얘기했더니 작가의 허구적인 상상에서 나온 것이냐 묻더라. 그것을 몰라도 작품을 흥미롭게 만들고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인가 찾아봤을 때 더 신선한 느낌을 갖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드러내고 싶은 첫 번째 메시지는?

"이게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며칠 전, 영화<택시운전사>(2017)의 제작사에서 한 분이 공연을 보러왔는데, <택시운전사>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단다. 그 얘기를 들어보니 나도 그런거 같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그전에 5·18이나 1987년의 이야기를 다룰 때, 어쨌든 대부분은 긍정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풀어가지 않은가? 그러나 택시운전사는 소시민이다. 애국이라는 이름 하에 반공 이데올로기에 충실했던 분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우리의 평범한 아버지이고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소시민의 이야기로 5·18을, 그 시대의 딜레마에서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메이드 인 세운상가>의 공연 한 장면
 <메이드 인 세운상가>의 공연 한 장면
ⓒ 극단 명작옥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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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활동계획을 알려달라. 

"본의 아니게 근현대사 시리즈를 하게 됐는데, <타자기 치는 남자>의 경우는 국어선생님이 자기 제자를 삼청교육대로 보내게 되는 내용이다. 교장 선생님이 문제 학생을 한 명 뽑아서 보내라 해서 자기도 모르게 보냈는데, 그것이 삼청교육대였다. 선생은 학생을 보냈다는 죄책감에 학교를 그만두고 세운상가에서 조그만 글짓기 학원을 운영한다. 거기에 공안경찰이 찾아온다. 어떤 정치인을 관찰하면서 쓰는 일지가 있는데, 맞춤법과 문장을 못 써서 글짓기학원에 들어온다.

삼청교육대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선생의 고통과 보안경찰에서 시대를 읽는 작가로 탈바꿈하게 되는 무거운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여전히 다른 시대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관객들이 좋아해줬다. 그것을 보면서 근현대사 시리즈는 더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관객들도 이걸 보고 느끼는 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관련기사] 역사가 던진 딜레마... 1980년대 소시민의 이야기 http://omn.kr/1x4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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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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