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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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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8일 오후 4시 10분]

참여정부 '국가비전 2030' 저자,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거대 양당의 진득한 러브콜을 뒤로한 채 신당을 창당하고 대선 출마에 나선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그는 어떤 질문에도 단편적으로 답변하는 법이 없었다. "부동산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세금으로만 해결할 수 없고, 공급 대책도 내야 한다. 또 수도권 올인 구조로는 부동산 못 잡는다. 금융정책·통화정책과도 관련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접근해야 한다"는 식의 전체론적 해법을 제시하려 했다. 30여 년의 공직 생활과 대학 총장으로서의 경험, 인재양성·사회기여 활동을 주로 하는 비영리법인 '유쾌한반란' 설립자로서의 자취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세부 정책에 관한 생각은 분명했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지인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동연 후보는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에 대해선 대출·세금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 반면 다주택자에 대해선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 원칙 하에서 부동산 시장에 분명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교육부 폐지'라는 파격 안도 꺼냈다. 김 후보는 "교육에 대해 너무 심하게 규제하는 지금 같은 교육부는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그 대안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철학자, 역사학자, 산업계 수장 등이 대통령보다 긴 임기로 참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의 '코로나19 손실보상 100조', 더불어민주당의 '지역화폐 50조' 공약을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50조 원, 100조 원, 이렇게 쓰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용도가 중요하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허리인데, (집중 보상을) 포기하고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주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재량지출 300조 원 중에서 구조조정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국채를 발행하자"는 재원 조달 방안도 내놨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문재인 정부에 부동산 공급 확대 제안, 수용 안 됐다"

- 참여정부 시기에 수립, 2006년 발표된 경제발전계획인 '비전2030'의 실무 작업을 이끌었다. 당시엔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당시에도) '비전2030' 보고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인의 대통령 재임 중 가장 훌륭한 보고서라 얘기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런 내용을) 본인 책에 썼다. 제가 아직 아주대 총장을 할 때 경제부총리 제안이 왔었는데 거절했다. 두 번째 연락이 왔을 때 '우리 (문재인) 캠프에서 비전2030이 바이블이었다. 저자가 김 총장 아니냐,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설득당해 부총리를 하게 됐다."

- '비전2030'의 내용 중 현실화한 부분들도 많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부에서도 '비전2030'의 상상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한 것이 많다.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했고, 국민연금·공무원연금도 개혁했다. 보고서에서 경제 개혁, 교육 개혁, 사회 개혁을 동시에 하면서 재정을 써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25년 동안 하자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그때의 야당에서 '세금 폭탄' 프레임을 심었다.

틀린 얘기다. 이게 2005년 보고서다. 2010년까지는 세출 구조조정 또는 비과세 감면으로 하고, 2010년부터 들어가는 돈에 대해선 국민적 토론으로 합의를 보자고 했다. 증세를 할 건지 국채를 발행할 건지. 다만 이 보고서가 노무현 정부 때 완성돼 발표된 게 임기 중반이어서 동력을 덜 받은 거다."

-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내면서 갈등도 있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있었지만, 부동산 대책도 그랬다. 제가 부동산 대책에 대해 '규제 일변도론 안 된다'면서 공급 확대를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가 양도세 중과 유예를 얘기하는데, (과거) 제가 얘기했지만 안 받아들여졌다.

부동산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세금으로만 해결할 수 없고, 공급 대책도 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게 국가 균형 발전이다. 수도권 올인 구조론 부동산 못 잡는다. 금리를 포함한 금융정책, 통화정책, 거시정책과도 관련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접근해야 한다."

-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제 원칙은 분명하다. 무주택자나 1가구1주택에 대해선 대폭 풀어야 한다는 거다. 대출 규제, 세금도 완화해야 한다. 반면 다주택자에 대해선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원칙 하에서 부동산 시장에 분명 시그널을 줘야 한다. 100억 원 짜리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겐 어떻게 할 거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적정한 선을 그어야 한다."

"증세 논의, 반드시 필요하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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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하게 되면, 증세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다. 해야 한다. 다만 세제 개편 문제는 간단히 할 수 없는 문제다. (부총리 때) 청와대에서 법인세를 인상하자고 했는데, 제가 반대했다. 법인세 인상 방향이 틀렸다는 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는 거였다.

종부세든, 양도세든 이런 건 부동산 가격 잡으려는 세금이 아니다. 세제 개편은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 종부세를 급격하게 올리자는 말도 나오고, 이재명 후보는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자고 하는데, 단편적으로 볼 게 아니다. 또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 솔선해야 하고, 이 모든 게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세제개편은 실패한다. 증세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정치권에서 재정 확대를 요구할 때 관료들이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제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부터 시작해 나라 살림을 10년 넘게 했는데,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해나 선거를 위해 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의원들은 (코로나19) 자영업자 보상을 얘기하면서, 예산 때는 지역구 예산 할당에 혈안이 돼 있다. 나라 살림을 하는 사람으로서 재정건전성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갖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기능적·기술적이고, 좋게 얘기하면 전문적이다. 기능과 기술을 뛰어넘는 건 가치와 철학이다. 재정에 있어서도 가치와 철학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 애쓸까? 답은 국가가 위기 시에 쓰기 위해서다. 또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대규모 투자에 쓰기 위해서다. 지금은 돈을 써야 할 때다. 코로나로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 재정건정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 기능성, 전문성을 앞세우면 그걸 못 본다. 문제는 돈을 어디 쓰냐다. 50조 원, 100조 원, 이렇게 쓴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 코로나19 피해 보상에 대해 규모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인가.

"그렇다. 용도가 중요하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허리, 중산층인데, (이들에 대한 집중 보상을) 포기하고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준다? (그게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 재정건전성이 최근 3년간 급격히 악화했다. 제가 부총리 그만둘 때 국가채무비율이 36%였는데, 지금 52%다.

아직도 절대적인 수준은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다. 3년 동안 50% 정도 올랐는데, 대단히 위험한 사인이다. 제가 코로나19 손실보상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체 예산이 아니라, 재량지출 300조 원 중에서 구조조정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국채 발행하자고 했다. 단 내년에 발행해, 그 다음 해 상환하자는 거다. 사회간접자본이나 지역구 예산 중에서 증액분이 있다. 증액분이 30조 원이라면, 20조 원만 늘리고 10조 원은 발행한 국채를 상환하면 된다."

"서울대, 똑똑한 학생 뽑아 바보 만들어... 사회 인센티브 구조 바꿔야"

- 교육부를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대학은 자율화해야 하고, 초중등 교육은 시·도 교육청으로 넘겨야 한다. 교육부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국가적 교육 프로그램 정도나, 통계 정도로 국한해야 하는데, 지금은 교육부가 너무 심하게 규제한다. 지금 같은 교육부는 있을 필요가 없다. 대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도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위원회를 구상 중이다. 대통령 임기보다 임기가 긴 위원들로 꾸리고, 그 안에는 철학자, 역사학자, 산업계 수장도 있어야 한다."

- 수능 2회 실시도 제안했는데. 

"한 번의 시험에 의해서 인생이 결정되는 폐해를 없애려는 거다. 어떤 사람은 시험 볼 때 울렁증이 있거나 여러 이유로 한 번의 시험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 못 할 수 있다.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것이다.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시험을 두 번 보는 거에 대한 부담도 있을 수 있는데, 교육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러면 좋겠다'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 정시 100%가 공정하다는 얘길 많이 한다. 

"어떤 식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을 내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거다. 제가 대학총장 때 수시 100%로 뽑자고 얘기했다. 공정하게 뽑는 조건이었다. (상위권 대학은) 수능 문제 한두 문제로 대학이 달라지는데, 그런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학생들이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가치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라도 학생, 경상도 학생, 여학생, 남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장애인 학생들이 어울려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했다. 서울대는 그렇게 똑똑한 학생들을 뽑아다 바보 만든다. (학생들이) 굉장히 동질적이지 않나. 특목고, 자사고 출신도 많다." 

- 행정고시 폐지 정책도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똑같은 시험 과목을 공부해 (합격하면) 행정안전부든, 기획재정부든 같은 조직 문화 안에서 똑같이 사회화된다. 이걸 깨고 싶었다. (기재부 근무 당시) 복지 제도를 다루는 사람들의 배경이 명문대, SKY 중에서도 하나로 집중돼 있었다. '이 사람들은 밥 한 끼 굶어봤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과거엔 명문대 나오면 평생 수입을 보장했다.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자기 인생에 보상을 많이 줬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차별금지법, 사회적 논의 필요... 제3지대, 거대 정당 행태 따라 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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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을 강조했는데, 이민 수용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전 적극적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활용 측면이 있다. 두 번째는 한국 사회가 보다 더 국제화하고, 세계시민으로서 보다 포용적이고 받아들이는 게 우리한테 비교우위가 있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대외 지향적이고, 외국과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교포들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어떤 차별에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법제화에 대해선 좀 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는, 그런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프레임 논쟁에 말려들면 오히려 더 풀기 어렵게 갈 위험 요소가 크다는 생각에서다."

- 대선 레이스에서 제3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힘들다고 보나. 

"쉽지는 않겠다. 그분들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가치나 정치 행태를 보면 쉽지 않지 않을까 한다."

- 안 후보와 심 후보는 기득권인가. 

"저도 기득권이다. 저도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지만 공무원 34년에 부총리까지 했으니 이 사회에서 분명한 기득권이다. 다만 부총리를 그만두고, 저는 제 나름대로 내려놓으려 애 많이 썼다. 지난 3년 동안 경제활동도 안 했고, 지방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고,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까 생각했다. 지금 저는 돈도 없고 조직도 없다. 이번에 정당 만들면서도 기존 정치인, 정치 조직은 활용하지 않았다. 우리 당원 7000명 모두 자발적으로 오신 분들이다. 

안철수·심상정 후보도 기득권이다. 대선으로 삼수도, 사수도 했다. 그분들이 기득권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진정성의 문제라 생각한다. 안 후보의 경우 얼마 전 거대 야당(국민의힘)과 합당도 생각하고, (서울시장 선거 때) 단일화도 하고 불출마까지 한 거 아닌가.

제3지대가 그동안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판의 변화를 위한 비전과 실천보다는 스스로 뭔가가 되려고 하는 1단계 '투비(To be)'에 머물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거대 정당의 행태를 따라 한 것도 없지 않아 있다고 본다. 그분들이 그동안 힘들게 해 온 것에 대해 평가를 할 순 있지만, 그런 면에서 기득권이라 생각한다."

(* [인터뷰②] "개헌, 방법이 있다... 단, 대통령 임기는 2년으로 준다" 로 이어집니다. http://omn.kr/1wkkq )

태그:#김동연, #새로운물결, #3지대, #문재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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