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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에는 수원소방서와 수원남부소방서, 이렇게 두 곳의 소방서가 있다. 그런데 두 소방서의 이름이 어딘가 조화롭지 못한 느낌이 든다. 단일 지자체 안에 동일 성격의 행정기관이 있고 관할을 나누어 한 곳이 '남부'라면 다른 한 곳은 보통 '북부'여야 하지 않은가.

수원시에도 원래 소방서가 한 곳만 있었다. 수원소방서는 1947년 경기도 최초로 문을 연 소방서로 1980년대에는 인근의 오산시, 화성시, 용인시 등을 관할할 정도로 규모가 컸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인근 시에도 소방서가 생기면서 관할지역이 점차 축소되고 1996년에는 수원남부소방서까지 생기면서 기존의 수원소방서는 이름이 '수원중부소방서'로 바뀌고 관할도 수원남부소방서와 반씩 나누어 갖게 된다.

2009년에는 경기도의 소방 정책이 변화하여 '수원남부소방서'와 '수원중부소방서'가 합쳐 과거의 '수원소방서'로 환원되었다. 2019년에는 10년 만에 다시 '수원남부소방서'가 부활하면서 '수원소방서'는 지난번과 달리 이름을 바꾸지 않고 관할구역만 축소한 채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러한 정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수원소방서'라는 명칭을 들으면 수원시에 소방서가 한 곳만 있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수원소방서가 수원시의 소방 행정을 대표 또는 총괄하는 기관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은 대등한 관계임에도 말이다.

수원시의 소방서 두 곳을 견주어 보면 그 규모와 역할에 큰 우열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원소방서'는 장안구와 영통구를, '수원남부소방서'는 팔달구와 권선구를 각각 관할하는데 면적으로는 수원시 전체를 50%씩 나누고 인구는 53%와 47%를 담당하여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경기도청, 수원시청, 수원역, 터미널, 방송국 등의 중요시설은 수원남부소방서 관내에 소재하는 경우가 많고 소방관 정원도 수원남부소방서가 더 많다.

수원소방서가 수원시 소방 행정을 대표하는 듯한 이름에서 오는 인식 상의 혼란은 실제로 시민 생활의 불편으로 이어지는데 이를테면 수원시에 새로 전입을 온 주민이나 사업주가 관할 소방서를 착각하여 방문한다거나 외부 단체(기관)에서 수원시 소방 기관으로 행정협조 요청을 할 때 '수원남부소방서'를 빼고 '수원소방서'에게만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경기도 안에서 수원뿐만 아니다. 성남시의 성남소방서(1975년 개서)와 분당소방서(1999), 평택시의 평택소방서(1989)와 송탄소방서(1983), 고양시의 고양소방서(1991)와 일산소방서(2005)도 비슷한 관계에 있다.

행정기관의 이름은 국민에게 그 성격과 속성을 대표하고 소속 구성원의 자의식과 행동에도 영향을 주므로 정확히 지어야 한다. 소방서 이름을 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기도는 수원소방서가 수원시를 대표하는 소방서가 아닌 만큼 외부의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막기 위해 수원소방서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이때, 행정기관이나 학교의 명칭에 동서남북의 방위를 넣는 것은 일제의 잔재라는 지적이 있고 관할구역의 명확한 안내를 위해 '수원장안영통소방서'나 줄여서 '수원장안소방서' 정도로 하는 게 어떨까 한다.

태그:#수원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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