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밴드 룬디마틴. 굳이 밴드 이름 앞에 지역을 붙인 것은 이들의 정체성에 울산이 큰 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모든 멤버가 울산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자랐으며 그 기억을 음악에 실어 나른다. 지역의 음악 신을 넓히기 위해 보컬 민경은 직접 민간 공연장 '플러그인'을 만들고 운영 중이라고 했다. "울산의 예술이 발전하려면 이렇게 계속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우리들끼리 연대가 되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울산을 향한 태생적 발전적 애정이다.

유독 파란 하늘이 짙게 펼쳐진 10월 '플러그인'에서 이들과 만났다. 아쉽게도 베이스의 승언은 개인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경쾌한 에너지와 열정을 기반으로 울산 이곳저곳을 누비는 룬디마틴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기타·보컬의 민경, 건반의 현규, 드럼의 한결은 결코 작지 않은 울산 인디 음악신에 관한 양질의 답변을 이어갔다. 음악에 닻을 둔 울산 예술가들의 꿈, 끈기, 갈등 그리고 자생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좌측부터 한결(드럼), 민경(기타·보컬), 현규(건반)

▶좌측부터 한결(드럼), 민경(기타·보컬), 현규(건반) ⓒ 박수진(이즘izm)

 
- 밴드 이름 룬디마틴은 무슨 뜻인가?
민경: "불어로 '월요일 아침'이라는 뜻이다. 월요일 아침은 사람들에게 힘든 시간일 수도 있지만 팀이 가진 밝고 희망찬 에너지로 응원하고 싶었다. 우리 노래를 들으면 '월요병'도 좀 늦게 올 수 있다는 의미랄까?(웃음)"

- 룬디마틴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결: "에너지. 민경이 프런트로서 아주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넘치고 밝고,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우리 노래의 색을 잘 살려준다. 특히 무대에서의 활기가 정말 크레이지 하다. (웃음) 울산을 대표하는 팀이란 자긍심이 있다."

- 코로나 때문에 대면 공연의 제약이 있었겠다.
민경: "세어보니까 1년 80회 정도 공연을 해왔다. 근데 작년에는 온라인 포함해서 6차례 정도 무대에 섰더라. 대면은 한두 번 정도 했었다. 나머지는 다 비대면이었다. 대신 자체 기획으로 <여행스케치 in 울산>을 발매했다. 울산 명소를 찾아다니면서 그곳에 얽힌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찍었다."

- 인터뷰를 하는 공연장 '플러그인'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민경: "내가 운영하고 있다. 나는 원래 서양학과, 즉 미술을 전공했다. 그러다 음악으로 전향한 거다. 울산에 연습실이 없어서 연습실을 찾다가 월세가 조금 싼 지하 공간을 발견했다. 합판을 잘라서 울산대학교 앞의 첫 번째 공간인 공연장 '언플러그드 하우스'를 무작정 만들었다. 10년 정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다가 작년, 이곳 성남동 문화의 거리로 공연장을 옮겨 왔다. 더 많은 사람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룬디마틴 같은 경우 이곳을 연습실로도 사용하고 회의도 이곳에서 한다."
 
 룬디마틴 측에서 제공해준 사진.

룬디마틴 측에서 제공해준 사진. ⓒ 룬디마틴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모인다는 생각에 번 돈을 공연장에 다 쏟아 부었다!!"

- 월세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민경: "다른 일을 해서 버는 돈을 공연장에 다 투자했었다.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모일 수 있다는 생각이 컸었기 때문이다. 울산 내에 이런 민간 소공연장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걸 지켜내야겠다는 일념으로 다 쏟아 부었다. 이제는 지원 사업이라든지, 국가 보조금들을 알게 되어 전보다는 수월하다."

- 코로나 이전에는 공연이 많이 있었나?
민경: "이전 공간에서 2015년경부터 1년 반 정도 매주 화요일만 쉬고 기획 공연을 매일 돌렸었다. 미술 작가로서 삶을 아예 포기하고 음악으로 왔을 때 대중적인 것과 행정적인 것을 동시에 챙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재정적인 부분이 힘들긴 했다. 다행인 건 울산에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포지션이 많이 없어서인지 룬디마틴 공연 외에도 내 개인으로 하는 공연이나 활동들이 많이 들어왔다."

- 대구의 '클럽 헤비'처럼 울산 음악의 중심지가 있다면?
민경: "22~23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로얄 앵커'다. 원래는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가는 펍(Pub)이었다. 2015년 즈음부터 그곳에 그냥 놓여 있든 허름한 장비를 그냥 썩힐 바에 버스킹을 하자하며 조금씩 버스킹 문화가 형성됐다. 2014, 5년에는 그 금방이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기도 했다."

- 로얄 앵커와 플러그인. 타지 사람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민경: "문화의 거리에 미술, 문학, 음악 등을 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로양 앵커와 플러그인 역시 이곳의 한 축이고. 두 공연장이 함께 '클럽 데이'도 열었다. 울산의 연주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계속 공연할 수 있게 자체적으로 티켓을 팔고 공연을 기획했다. 코로나로 잠시 쉬고 있지만 상황이 괜찮아 지면 다시 진행할 생각이다."
 
 보컬,기타의 민경.

보컬,기타의 민경. ⓒ 박수진(이즘izm)

 
"여기서 살았으니까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음악이 있다는 생각으로 노래한다!"

- <여행스케치 in 울산>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민경: "우리 멤버 전원이 울산 출신이다 보니 추억이 많다. 엄마 손 잡고 태화강 변을 걸을 때도 있었고 내가 어릴 때는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어서 거기서 자주 놀았다. 꽃밭도 아주 잘 돼 있고. 우리의 추억이 담긴 곳을 노래로 만들고 싶었다. 여기서 살았으니까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했나?
민경: "감사하게도 2020년 울산문화재단의 콘텐츠 지원 사업의 덕을 봤다."

- 선정된 이유가 뭘까?
민경: "우리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울산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음악가들이 울산을 노래하는 거니까. 사람들이 흔히 울산을 '재미 없는 도시'라고들 한다. 그런데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에 울산이 등장하면서 울산에 대한 관심이 조금 늘었다. 특히 울산12경과 같이 자연경관이 좋은 데도 많다. 울산의 아름다운 곳을 세 군데 선정해 그곳을 중심으로 다뤘다."

- 그 아름다운 곳이 어딘지 얘기해 달라.
민경: "태화강, 간절곶, 그리고 함월로. 룬디마틴과 남성 듀오 JU와 함께 했다. JU가 함월로를 중심으로, 우리가 태화강을 중심으로 노래를 만들었고 간절곶은 두 팀이 같이 힘을 합쳐 작업했다. 울산의 예술이 발전하려면 이렇게 계속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우리들끼리 연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 울산을 활동 기반으로 삼은 예술가들이 많은가?
민경: "재작년에 '울산 음악창작소'가 개소했다. 거기서 신인 음악가를 발굴해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60여 개 팀이 지원했다. 아쉽게 룬디마틴은 선정되지 못했다. 선정팀들을 보니 우리가 알지 못하던 다른 뮤지션들이 많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울산에 실용음악 학교는 많은데 실용음악과(대학)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 고등학생 때 열심히 음악적 기량을 쌓아도 결국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반면 문화적인 부분은 좋다. 룬디마틴은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게 어디서 오냐면 나는 울산이란 지역 문화적 배경에서 온다고 본다. 물론 내가 서울에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서울은 굉장히 치열하고 어쩌면 개인주의적인 게 이곳보다는 많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분위기가 울산 음악의 문화적인 걸 만들어주지 않을까?"

현규: "동의한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확실히 잘 섞인다. 울산이 타 지역과 다른 것은 장르 간의 교류가 생기며 시너지가 난다는 거다. 음악신 내의 우애가 좋다."
민경: "나랑 베이스 오빠도 그렇고 우리 팀 모두가 객원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국악 쪽이랑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특히 많다. 그래서 퓨전 국악팀도 하고, 클래식 팀, 힙합 팀 등 여러 분야에서 다 교류가 많다. 서울, 대구, 부산 등지에 가면 재즈 하는 사람은 재즈 하는 사람들끼리 알고 인디 음악 하는 사람은 인디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지는데 우린 예술가 수 자체가 많지 않아서인지 서로 교류가 많다."
 
 인터뷰에 답하는 한결(드럼)과 민경의 모습.

인터뷰에 답하는 한결(드럼)과 민경의 모습. ⓒ 박수진

 
"울산의 뮤지션들은 서로 구사하는 장르가 달라도 교류를 하면서 시너지를 낸다!"

- 울산 음악의 특징이 '퓨전'일 수도 있겠다.
민경: "울산은 공업 도시이기 때문에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다 일자리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은 울산을 정말 잘 알고, 이곳을 더 알리려고 하는 울산 태생인 분들이 많다. 울산이 아무래도 무역 도시이다 보니까 염포를 기점으로 제주도, 일본 등지와 왕래가 잦았다. 그러다 보니 DNA 적으로 울산 사람들이 조금 더 개방적인 게 있고 그게 음악 교류가 활발한 것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도 있다."

-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울산 뮤지션을 추천해달라.
한결: "온라인으로 음악을 들을 수는 없지만 '대보름밴드'와 '내드름연희단'을 추천한다. 퓨전 국악을 하는 팀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확실한 다이내믹이 느껴져서 좋다."
민경: "내가 생각하는 울산의 약점은 밴드 자작곡이 많지 않다는 거다. 자체적으로 싱어송라이터 스터디를 하면서 일반 사람들과 많이 교류하는데 거기서 '브루니 센티'를 알게 됐다. 본인은 노래를 잘못한다고 취미로 유튜브를 하고 음악을 하는 거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이상으로 끌어낼 게 많다. 이외에도 밴드 '더 블랭캣'과 가사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훌륭한 '피에스(P.S)'를 뽑고 싶다."
현규: "'뮤직 팩토리 딜라잇'. 브라질 타악기인 바투카다를 연주하는 그룹인데 경남, 경북을 통틀어서 가장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 지방에서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민경: "멤버들이다. 우리는 급할 게 없고 그냥 이렇게 쭉 가면 된다. 밴드 운영비는 돈을 잘 벌어서, 공연이 많아서라기보다 그냥 그런 체제(자급자족하는)를 멤버 전원이 다 인정해서라고 본다. 1집을 제작할 때도, 쇼 케이스를 진행할 때도 무조건 공연비를 다 모아서 진행했다. CD를 찍을 때 현규 작업실을 썼는데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멈췄다가 녹음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걸 거친 사람과 거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우리 넷은 동시에 그것을 느꼈기에 함께 끈끈하게 갈 수 있다."

- 발매된 노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한결: "1집 < Rundi Rise >(2019)의 타이틀 '히하'. 그룹에 들어온 지 5~6년쯤 됐다. 관객으로 룬디마틴을 처음 봤을 때 들은 곡이 '히하'였다. 밴드를 처음 만나게 했던 곡인데 지금은 내가 연주를 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민경: "현규랑 한결이가 직장인이다. 그중 한결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5분만'을 뽑겠다. 딱 5분만 더 자고 싶은데 출근을 해야 하니까 잘 수 없는 일상생활의 애환이 담겨 있다. 멤버 4명이 함께 쓰기도 했고 거의 2, 30분 만에 만족스러운 노래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룬디마틴의 공식사진.

룬디마틴의 공식사진. ⓒ 룬디마틴

 
"울산 사람들, 울산 청년들 그리고 그 안의 우리 룬디마틴을 게속 얘기하다보면 지구 반대편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얘기해달라.
민경: "울산에는 고복수, 윤수일 선생님이 있다. 4일부터 열리는 울산 나들이 축제에서 '룬디마틴이 울산을 노래하다'라는 콘셉트로 무대에 선다. 우리식으로 고복수의 '타향살이', 윤수일의 '아파트'를 해석했다. 또 우리의 시각으로 본 울산의 풍경에 대한 노래도 준비했다. 울산의 사람들, 울산에서 살아가는 청년들 그리고 그 안의 우리 룬디마틴을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 각오와 다짐이 있다."

- 마지막으로 밴드 룬디마틴의 목표는 무엇인가.
현규: "어쿠스틱 팝의 선입견을 깨고 싶다. 원래 룬디마틴은 피아노 사운드를 기반으로 멜로디나 화성이 돋보이는 팀이었다. 4년 전 내가 합류하고 나서는 사운드를 더 풍부하게 채우려고 했다. 피아노 말고 신시사이저 소스를 쓰거나 추가로 스트링을 넣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피아노를 빼기도 하고 사운드를 뭉개기도 하면서 음악적 실험을 주저하지 않겠다. 그렇게 나아갈 거다.(웃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중음악 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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