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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더위는 사람의 기를 다 빼앗아갔다. 덥고 습한 날씨에 햇살마저 강렬했다. 하지만 하늘은 짙은 파란색과 흰 구름이 어우러져 여름 내내 아름다웠다.

계절이란 참 어김이 없다. 계속될 것만 같던 7월 더위는 8월 들어 견딜만하게 되었다.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었던 더위가 에어컨을 끄고 이불을 덮고 잘 만큼 선선함으로 변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말이다.

7월과 8월은 계곡 주변을 찾게 된다.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계곡이지만 여름이 되어서야 눈에 띈다. 근데 더 재미있는 점은 계곡마다 식생이 다르다는 것이다. 식생이 다르니 살아가는 동물들도 다르다. 올해 내 눈에는 유독 나비가 많이 눈에 띄었다. 계곡마다 어떤 나비들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성남 계곡엔 미나리냉이가 한 가득

경기도 성남에 있는 계곡은 미나리냉이가 참 많이 자란다. 6~7월 자잘한 하얀 꽃이 피면, 그 소박함과 정갈함에 미소 짓게 된다. 올해는 유난히 이 계곡에 배추흰나비들이 많았다. 춤을 추며 암컷을 쫓아다니는 수컷들, 함께 춤을 추는 나비들, 결혼을 하는 나비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싶을 정도였다.

미나리냉이를 찾은 흰나비 암컷이 자신의 배를 가져다 댄다. 암컷이 떠난 자리에는 아주 작은 알 하나가 붙어 있다. 애벌레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십자화과 잎을 먹고 사는 흰나비애벌레들은 초록의 미나리냉이 잎을 초록 보호색을 띄고 야무지게 갉아 먹었다.
 
성남 계곡에서 발견한 배추흰나비 알과 번데기
 성남 계곡에서 발견한 배추흰나비 알과 번데기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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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나무마다 자리잡은 애벌레

경기도 광주의 한 계곡은 정말 크고 멋지다. 깨끗하게 보존돼 있어 도롱뇽과 산개구리들이 고라니, 가끔 멧돼지 발자국도 모래밭에 꾹꾹 찍혀 있다. 사람의 출입이 적어서일까? 이곳 여름에는 호랑나비와 제비나비들이 산초나무마다 알을 낳았나 보다.  

산초나무마다 두 나비의 애벌레들이 잎을 갉아먹고 있었다. 1령 2령 3령 4령. 아직 5령으로는 자라지 못했나 보다. 자귀나무 꽃의 꿀을 빨아먹는 제비나비가 보였다. 산초나무를 찾은 호랑나비 암컷이 배를 구부렸다.
 
산초나무 잎에서 발견한 호랑나비 애벌레
 산초나무 잎에서 발견한 호랑나비 애벌레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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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엔 네발나비에겐 없어선 안 될 환삼덩굴이 수북

서울 청계산 계곡에는 환삼덩굴이 많다. 줄기와 잎에 있는 거친 가시 때문에 누가 좋아할까 싶지만, 네발나비에게는 없으면 안 되는 식물이다. 나비 중 수수하게 생긴 편인 네발나비지만 청계산 네발나비들은 예쁘다. 왜 그럴까? 매년 해보는 고민이지만 답은 잘 모르겠다.

8월 초 청계산 계곡 입구에선 네발나비들의 결혼식이 한창이었다. 그들의 먹이식물인 환삼덩굴 잎이 꺾여 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면 네발나비 애벌레들이 꼭꼭 숨어 있다. 아직 알에서 깨어 난지 얼마 안 되는 녀석, 곧 나비가 될 것 같이 통통한 녀석, 각각의 애벌레들이 환삼덩굴 잎 뒤에 숨어 자신의 몸을 지키며 자라고 있었다.
 
환삼덩굴 잎 뒤 네발나비 애벌레
 환삼덩굴 잎 뒤 네발나비 애벌레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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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뭐든지 조금 넘치는 듯하다. 매미나방애벌레들이 온 숲을 점령할 듯 많았고, 지금은 그동안 잘 안보이던 대벌레들이 많아 쉽게 눈에 띄었다. 나비들도 같은 맥락일까?

우리의 편리를 위해 세우고 만들고 타고 버린 것들의 역습이 시작된 것일까? 유난히 더운 여름, 무언가 많아지고 또 무언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우리의 탐욕이 부른 결과일까? 앞으로 더 나빠지지 않을까?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 나비를 보며 아름다움을 넘어선 생각을 하게 된다.

* 애벌레는 4번의 허물을 벗고 5령의 애벌레로 된다. 그 길이는 1령 약 1.29㎜~2.3㎜, 2령 약 3㎜~7.5㎜, 3령 약 9㎜~14㎜, 4령 약 16㎜~21㎜, 5령 약 23㎜~29㎜입니다. 애벌레 기간은 약 24일 정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입니다.


태그:#계곡, #애벌래, #나비, #용인시민신문, #숲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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