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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런 말이 있다. 'MBTI는 과학이다'. 세상 사람들을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어 분류하는 하나의 테스트라고 할까. 외향과 내향을 구분하는 E 와 I, 감각과 직관을 구분하는 S 와 N, 사고와 감정을 구분하는 T 와 F, 판단과 인식을 구분하는 J 와 P. 이 4가지를 조합해 자신의 성격과 가장 비슷한 유형이 자신의 MBTI인 것이다.  
나 또한 MBTI 유형 검사에 흥미를 가지고 검사한 적이 있다. 이 검사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검사에서 나온 성격 유형이 자신의 성격과 정말 똑같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내가 나온 유형은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ENTP라는 유형이다. 일단 이 유형을 꾸며주는 말부터 나와 같아서 아, 이거 꽤 믿을만하겠는데 하며 특징을 읽어봤던 기억이 있다. 나는 반박하는 것과 말싸움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을 못 참는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왜?'라는 물음을 입에 달고 산다.

"여기에는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를 넣자."
"왜?"
"그래야 더 눈에 띄지."
"흰 배경인데 빨간색이나 파란색이 더 눈에 잘 보일텐데?"


고등학생 때부터 조별과제를 할 때면 더욱 성격이 잘 드러났다. 그냥 한 번쯤 그래, 그렇게 해 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일도 내 성에 차지 않으면, 내가 옳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바로 그건 좀 아니라며 수정을 요구했던 것 같다.

검사 결과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인간관계에 미련이 없다는 특징이었다. 확실히 그렇다. 나는 친한 친구들도 인정할 정도로 손절에 도가 터있다. 누군가가 내 심기를 건들기라도 한다면 그 사람은 내 안에서 이미 친구 관계를 끊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번호도 잘 지운다. 이제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만나기 싫은 사람, 더 이상 내가 먼저 연락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번호는 가차 없이 삭제 버튼을 누른다.

"세나야, 너 중국어 학교 다닐 때 친했던 애 있지? 엄마 걔 만났어. 연락 해봐."
"김씨? 나 걔 번호 지웠는데."
"이런 매정한 가스나..."


이 대화가 무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그 어릴 적부터 지금과 같은 성격이었던 거다.

ENTP의 대표적인 예 또 하나는 부당한 것을 못 참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은 물론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상처를 받거나 낮은 위치의 사람처럼 대해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내 친구가 자신의 친구에게 무시받을 때도 소심해서 말을 못 하는 친구를 대신해 화를 내주고 사과를 받아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기가 세고 무섭다는 말이 종종 들려왔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ENTP라도 이렇게 불같은 특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 좋은 일이 닥쳐도 인생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지! 하면서 웃어넘길 수 있는 것도 ENTP이다.

"나 이번 과목 시험 망할 것 같아."
"ㅋㅋ 야 내가 네 밑에서 성적 쫙 깔아줄게!"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이 현재의 일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지금 일어난 일, 죽기 전까지 겪을 셀 수도 없이 많을 일 중 고작 하나의 일 때문에 좌절하는 게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ENTP라는 유형이 정이 없고 함께하기엔 너무 무서운 성격이라고 꺼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조금 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두려워하지 않고, 옳지 못하다는 말을 다 하는 성격이라 남들 눈에 무서워 보일지 몰라도 덕분에 상처 받지 않고 웃을 수 있다.

세상에는 16가지의 많은 성격 유형들이 있다.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우리는 그저 많은 유형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라 특이한 사람이 아니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후에 다른 사이트에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태그:#MBTI, #성격유형,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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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생. 내 책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종이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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