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CHS

밴드 CHS ⓒ 플립드코인뮤직

 
각자 꿈꾸던 여름 휴가의 로망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지인들과 함께 차를 타고 한적한 해변이나 숲으로 떠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맥주를 마시는 여름을 꿈꿨다. 그러나 지난 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팬데믹은 이 로망조차 실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슬픈 여름이다. 낙심 끝에 돌아온 결론은 '방구석으로의 여행'이었다. 해변과 휴양지가 라벨에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휴양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음악을 들으며 아쉬움을 달랜다. 지난 8월 10일 발매된 밴드 CHS의 신곡 '비치워크(Beachwalk)' 역시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음악이다.

CHS는 기타리스트 최현석이 결성한 밴드다. 최현석은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포스트록 밴드 아폴로 18에서 폭발하는 기타 사운드를 선보였던 뮤지션이다. 그러나 CHS의 데뷔곡 '땡볕(2018)'에서의 기타는 여유 그 자체였다. 잔향을 남기는 싸이키델릭 사운드는 몽롱한 질감마저 선사한다. 즉 CHS의 음악을 관통하는 분위기는 나른함과 편안함, 이완 같은 것들이다.
 
 CHS의 신곡 '비치워크(Beachwalk)'

CHS의 신곡 '비치워크(Beachwalk)' ⓒ 플립드코인뮤직

 

자신들의 음악을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로 정의한 CHS의 음악적 지향점은 꽤 명확하다. CHS는 최현석의 솔로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밴드였지만, 지금은 기타리스트 김동훈, 드러머 양정훈, 베이시스트 최송아, 퍼커셔니스트 송진호 등이 정식 멤버로 함께하고 있다. '박문치'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뮤지션 박보민 역시 키보디스트로 합류했다.

이 음악 공동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는 일상의 도시가 아닌, 이국과 자연의 풍경이다. '안락세계(편안하고 안락한 세계)', '장장하일(끝나지 않는 긴 여름), 만경창파(드넓게 펼쳐진 수평선)라는 표현이 이들의 음악을 잘 축약한다. 신곡 'Beachwalk' 역시 밴드의 지향점을 확실히 한다. 미국의 싸이키델릭 팝밴드 크루앙빈(Khruangbin)을 연상시키는 기타 그루브, 복고풍의 키보드, 로파이(Lo-Fi)의 질감이 귀를 사로잡는다.

'Beachwalk'는 작년 1월, CHS가 떠난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으로부터 시작된 곡이다. 백사장을 구르며 바다로 뛰어드는 서퍼들의 모습을 담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CHS는  발리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Beachwalk' 외에도 많은 음악을 만들었고, 이 곡을 고스란히 한국으로 가져와 앨범으로 엮기 위해 다듬었다. 발리에서의 행복했던 경험을 앨범의 흐름으로 녹여낸 작품 < 엔젤 빌라 >는 오는 9월 중순 발매될 예정이다.

얼마전 막을 내린 2020 도쿄 올림픽 정도를 제외하면, 긍정적인 뉴스를 접한 적이 없다. 예전의 일상을 찾지 못할 것만 같은 막연한 두려움, 극복한 줄 알았던 코로나 블루 역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럴 때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위로가 음악이다. CHS의 음악을 듣고 있는 동안, 일상 세계로부터 괴리된 자연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찰랑거리는 파도,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 발을 간지럽히는 모래의 촉감까지. 어렵지 않게 청각이 다른 감각으로 확장된다. 'Beachwalk' 속에 펼쳐진 해변의 풍경은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한다. 삭막한 세상일수록, 한 걸음 더 멈춰설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해변을 꿈꾸는 노래를 듣는다. 
CHS 비치워크 인디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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