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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필자가 얼마 전에 얼굴을 많이 다쳐서 최근까지 한의원에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아기가 두드러기 비슷한 것이 있어 하는 수 없이 아기와 함께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진찰 소견은 '이상 없음'이었고 아기의 진료는 그렇게 한 번으로 끝이 났다.

갑자기 다친 상황이라, 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 짬을 내서 치료를 받아야 하니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자연스레 한의원 단골분들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몇 분들과 대화를 몇 마디씩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아기와 할아버지 아기가 외식을 나온 날에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
▲ 아기와 할아버지 아기가 외식을 나온 날에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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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받으러 언제나처럼 찾아갔던 한의원에 주말이라 더더욱 할머니들이 북적였다. 평소처럼 조용한 자리를 물색하고는 자리에 앉았는데 웬 할머니 한 분이 옆에 앉으시는 거였다. 그리고 말씀을 하셨다.

"아, 저번에 아기 데리고 온 아빠 맞죠? 아기 잘 크죠? 저도 손자 보고 있어서 남일 같지 않아서 자세히 보고 기억했거든요."

할머니는 딸의 아들인 손자의 육아를 아기와 딸과 함께 지내며 돕고 있다고 하셨다. 걱정이 많은 시기라서 돕고 싶다고 했고, 딸도 흔쾌히 승낙해서 육아를 함께 하고 있다고 하시며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말씀의 내용은 이렇다.

"딸이 하필 이 시기에 출산해서 더 맘이 쓰여서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아기를 봐주고 있다. 아기가 귀엽고 자주 보니 더 정이 드는 것 같아 좋지만, 한편으로는 아기 엄마인 딸과 자꾸 시비가 붙고 작은 일로 언성이 높아져서 속상하다. 육아에 조언을 하는 것도 하나도 들어주지 않고 자기 방식을 고수한다. 주위에도 아기 봐주는 할머니들이 계신데 비슷한 고민들을 토로한다."

"아기가 돌이 되니 11킬로나 되는데 밖에 데리고 나간 적이 많이 없어서인지 엄마와 할머니에게 의존이 심하다. 자꾸 안겨 있으려고만 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손목과 무릎에 무리가 갔는지 침을 맞고 있다. 아기 엄마 많이 도와주시라. 이 시대 육아 너무 힘들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마주칠 때도 할머니께서는 아기의 안부를 물으셨고 그때마다 고충도 함께 털어놓으셨다. 육아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할머니의 말씀들을 들을 때면 유심히 듣고는 했다. 그렇게 몇 번, 치료는 끝이 났고 할머니와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잊히나 했다. 

출근길, 우연히 건물을 청소하시는 미화원 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파스 냄새가 나서 보았더니 팔목과 팔 등에 파스를 붙이고 계셨다. 일이 힘들어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되고 안쓰러운 마음의 한 마디를 건넸다.

"어이구 많이 아프신가 봐요. 쉬엄쉬엄하시지. 날도 더우실 텐데..."
"아니에요. 주말에 아들내미 집에 가서 손자를 봐주다 그만..."
"아, 그래요. 저도 아기 키우는데 육아 힘들죠."
"못 본 척할 수 없어 주말만이라도 가서 봐 주려고 하는데 이만저만 힘든 일이 많네요."


출근해서 책상에 앉았다. 문득 한의원에 다닐 때 만났던 할머니가 스쳤다. 황혼의 육아라... 필자에게도 경험이 없지 않았다. 옛 기억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황혼육아(黃昏育兒)'라고도 하고 '격대교육(隔代敎育)'이라고도 하는 이 육아를 할머니께서도 하셨다. 장사한다고 바쁜 막내 삼촌 대신에 하루 종일 아기를 보고 양육을 도맡았다. 본인의 기억에도 할머니는 항상 파스와 함께였다.

전통적인 육아를 일컫는 '황혼 육아' 혹은 '격대 교육 또는 육아'는 나의 유년 시절에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 3대가 같이 살며 아기를 양육하는 가정이 생각보다 흔했기 때문이었다. 퇴계 이황의 가문의 육아법이 대표적으로 여기에 해당한다.  'grandparenting'이라 불리는 외국의 사례도 많다. 빌 게이츠와 오바마 그리고 노벨상을 3번이나 수상한 퀴리가의 사례도 이 육아에 해당했다.

최근은 '할아버지 아빠', '할머니 엄마'를 지칭하는 말로 '할빠'와 '할마'로 부르기도 한다. 맞벌이 가구의 반 이상이 조부모의 육아와 함께 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반영하듯 조부모는 이 시대에 육아 참여가 늘었다. 이들을 다른 말로 '할류'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저녁에 아내와 마주 앉았다. 아내에게 일련의 내용들을 전달하고 의견을 구했다. 아내의 생각과 필자의 생각은 같았다. 바로 격대 육아와 황혼 육아에 기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산후조리차 친정에 내려갔을 때 사랑으로 품어 주시는 그 모습을 겪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관련된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기를 사랑으로 보아 주시는 모습에 감동하고 감사했지만 힘들어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양육을 요청하기보다는 아기에게 주 양육자로 바로 서기 위해 '독립된 엄마'의 모습을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아기와 할아버지 아기의 외할아버지가 아기를 안고 있다
▲ 아기와 할아버지 아기의 외할아버지가 아기를 안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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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기를 함께 양육하다 비로소 두 할머니를 다시 떠올렸다. 지금도 사랑으로 육아 현장에서 함께 하고 계시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한 세대를 훌륭하게 길러내고 한세상을 힘겹게 살아내고도 자식들이 마주한 세상의 생김새와 돌아가는 모양이 이러하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시는 이 시대 조부모들의 따뜻한 마음이 보였다.

시대가 시대니 만큼 정성과 사랑을 물려주고 싶은 이 시대의 조부모들께 응원과 존경을 보낸다. 그리고 그 조부모들과 함께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랑으로 아기들을 육아하고 계실 모든 부모님들께 '조부모들의 사랑만큼 큰'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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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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