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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7일 인증된 국제안전도시로 인증받은 대구 수성구
 2020년 12월 17일 인증된 국제안전도시로 인증받은 대구 수성구
ⓒ 수성구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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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의회 도시보건위원회 전체회의. 약 3개월 전인 2020년 12월 17일 인증된 국제안전도시 용역비와 관련해 질의가 있었습니다. 인증을 받기 위한 사업비가 4년간 8억7천만 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중 학술용역비가 5억4천만 원입니다.

대체 국제안전도시는 무엇이기에 수성구청은 무려 8억7천만 원을 들여 인증을 받았을까요?

조사에 따르면, 1989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내 보건대학원 사회의학교실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WHO 지역사회안전증진협력센터로 지정되면서,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주관해 왔습니다. 2015년 1월부터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신설된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가 국제안전도시사업의 공인주관기관입니다.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는 전 세계의 국제안전도시사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자 각 나라에 지원센터를 지정했습니다. 2018년 3월 기준 17개국에 23개소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2004년 11월 아주대학교의료원 지역사회안전증진연구소가 국제안전도시지원센터로 지정됐습니다. 국내 자치단체가 인증을 받으려면 먼저 우리나라에 있는 지원센터에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한국의 지원센터인 아주대 지역사회안전증진연구소에서는 '안전도시 공인절차 및 공인기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자치단체는 지역사회진단을 토대로 안전도시사업계획을 수립·수행해야 하며 국제안전도시지원센터(한국 : 아주대 지역사회안전증진연구소)와 사업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네요.

그렇다면 국제안전도시 인증은 우리나라에서 몇 개의 도시가 받았을까요? 국내 착수·준비도시 중 한 곳인 시흥시 홈페이지에 있는 '국제안전도시 공인현황'을 보면 전 세계 421개 공인도시 중 한국은 무려 23개 도시가 포함돼 있습니다. 비율로는 무려 약 5.5%입니다. 착수·준비도시 12개를 포함하면 35개의 도시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이 정도면, 가히 '국제안전국가'로 불려도 될 만큼의 숫자가 아닐까요.

물론 인증센터는 말합니다.
 
어떤 지역사회가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됐다 함은 그 지역사회의 사고나 손상의 발생 정도가 국제적인 수준으로 만족할 만한 정도로 충분히 안전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받았다는 의미는 해당 자치단체가 안전한 정도(수준)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갖춘 도시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증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그렇게 느낄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인증받으면 안전해진다? 과연...

2015년 12월 4일 당시 대구 수성구청 안전총괄과장은 구의회에서 국제안전도시 관련 예산을 설명하며 국제안전도시인증 필요성을 아래와 같이 피력합니다.

"매년 국민안전처에서 지역안전지수를 측정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 이 사업을 함으로 인해 전체적인 수성구 안전 실현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안전지수도 높일 수 있는 그런 장점이 많기 때문에, 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1억5000만원 예산을 반영했고요."

이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안전지수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과연 결과는 어떨까요? 행정안전부의 안전정책실이 2019년 낸 '최근 5년(2015~2019) 지역안전등급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5년(2015~2019) 지역안전등급표
 최근 5년(2015~2019) 지역안전등급표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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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가 국제안전도시 인증 용역을 시작한 2016년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교통사고 항목은 4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라간 반면, 화재 항목은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내려갔습니다. 범죄와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의 항목은 변동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지 않은 부산 사하구의 경우 교통사고 항목이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갔습니다. 화재, 범죄, 생활안전 항목은 변동이 없는 반면 감염병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국제안전도시 인증과 밀접한 관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2019 전국 지역안전지수
 2019 전국 지역안전지수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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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2019년 12월 10일 발표한 '2019 전국 지역안전지수'를 보면, 3번이나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제주시는 범죄와 생활안전영역에서 5년 연속 5등급(최하위등급)에 속해있습니다. 결국 수성구청이 주장했던 정부의 안전지수와 국제안전도시인증과는 상관관계는 없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너도 나도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기 위한 용역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요? '국제'라는 말을 좋아해서인지, '안전'이라는 말을 좋아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각 도시에 돈이 많기 때문인지, 지방의원들은 국제안전도시인증에 들어가는 비용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인증을 받기 위해 각 지자체들이 상당한 용역비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도시들의 선포식 발표 내용에는 사업비와 용역비가 얼마나, 어떻게 들어갔는지가 항상 빠져 있습니다. 수성구의 사례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앞으로 국제안전도시인증 국내 착수·준비도시 12곳이 사용해야 되는 총 비용은 100억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재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광역시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 수도 있겠네요.

진짜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 예산을 명예뿐인 '인증' 말고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입니다.


태그:#대구 수성구, #국제안전도시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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