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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300병상 이상의 병원으로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진료, 재난 대비 및 거점병원의 역할, 권역 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송되는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수용, 그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권역 내 응급의료 관련 업무 등을 위해 지정된 곳이다.

응급의료법 제26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송되는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수용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될 수 있으며(제35조 제1항 제2호), 취소되지 않더라도 일정한 기간 시정명령(제35조 제2항)이나 재정 지원 중단(제35조 제3항), 응급의료수가 차감(제35조 제4항)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심폐소생술 환자 있다는 이유로 응급환자 수용 거부
   
2019년 10월 9일, 당시 다섯 살이던 동희군은 편도제거수술 후유증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로 이송되던 중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환자 수용 불가 통보로 다른 지역의 권역응급센터로 이송됐고, 뇌사상태에 빠져 결국 2020년 3월 11일 사망했다.
 2019년 10월 9일, 당시 다섯 살이던 동희군은 편도제거수술 후유증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로 이송되던 중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환자 수용 불가 통보로 다른 지역의 권역응급센터로 이송됐고, 뇌사상태에 빠져 결국 2020년 3월 11일 사망했다.
ⓒ 김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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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4일, 다섯 살 김동희군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편도제거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3일이 지나도록 음식을 전혀 섭취할 수 없어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10월 9일 새벽 1시 45분경 수술 받은 편도 부위가 터져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다.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고, 1시 46분경에 수술을 받았던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전원 결정이 내려졌다. 119구급차는 1시 48분에 출동해 의료진과 동희 군을 싣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12km 떨어진 양산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출발했다.

출발 시각은 1시 56분. 구급대원이 출발하면서 양산부산대병원에 심폐소생술 중인 응급환자를 이송한다고 통보하자 도착 5~6분 전에 동희군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이 왔다. 119구급대는 심폐소생술 중인 동희군의 상태를 고려해 다시 한 번 전화해 수용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119구급대는 오던 길을 돌아 다른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부산동아대병원으로 출발해 2시 18분에 도착했고, 당시 동희군의 심장은 계속된 심폐소생술 덕인지 다시 뛰고 있었다. 그러나 동희군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5개월 가량 입원해 있다가 2020년 3월 11일 사망했다. 
 
고 김동희군 유족은 동희군이 2019년 10월 4일 받은 편도제거수술 후유증으로 5일 후 응급상황에 빠졌고,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가던 중 병원의 수용 거부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동희군 사건 당시의 시간대별 동선 기록.
 고 김동희군 유족은 동희군이 2019년 10월 4일 받은 편도제거수술 후유증으로 5일 후 응급상황에 빠졌고,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가던 중 병원의 수용 거부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동희군 사건 당시의 시간대별 동선 기록.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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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군은 아빠의 백혈병 투병을 지켜보며 자란 아이였다. 아빠 김강률씨는 동희군이 28개월이 되던 때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아이의 죽음 후 아빠 김강률씨에게는 백혈병 투병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 아들이 왜 그렇게 허망하게 갈 수밖에 없었는지 진실을 밝히고, 잘못된 응급의료 이송체계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한 불합리함을 뿌리 뽑기 위해 투병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는 지난 1일에도 아내 김소희씨,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함께 보건복지부를 방문하고 응급의료과 장영진 과장, 구미정 사무관 등을 만나 동희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청했다. 김강률씨는 철저한 진상 조사와 응급의료체계의 제도적인 보완을 요구하였고,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제2항에 규정된 응급의료기관의 장의 응급환자 수용불능 통지의무 관련해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양산부산대병원 측은 사건 이후에 동희군의 수용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당시 응급실에 심폐소생술 중인 환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4월 3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의 취재 결과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에 따르면 당시 심폐소생술 중인 응급환자는 없었고 이미 응급조치가 끝나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날 방송에서 양산부산대병원 측은 해당 건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 건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119구급대원과 통화 당시 동희군이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동희군의 상황이 워낙 위중했으므로 좋은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희군 사건과 유사한 민건군 사건, 사례검토위원회에서 원인 분석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환자를 거부했던 사례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진 일은 동희군 사건뿐만이 아니다. 2016년 9월 30일, 교통사고를 당한 2살 김민건군이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의료진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고, 의료진의 전원 결정 이후 7시간 동안 전국 14개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해 헬기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정부 차원의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

이상 사례에서처럼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환자 거부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과 이에 따른 질타에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중증응급의료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를 가려서 받거나 거부하는 것이 수용된다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존재 의의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민건군 사례에서와 같이 동희군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응급의료체계 내 개선 사항을 가리고 보완·실행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 김동희군 아버지 김강률씨는 재발 우려가 존재하는 백혈병 투병 중에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장영진 과장 등 관계자를 만나 사건의 진상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고 김동희군 아버지 김강률씨는 재발 우려가 존재하는 백혈병 투병 중에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장영진 과장 등 관계자를 만나 사건의 진상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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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 김동희 군,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체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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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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