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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일 오후 4시 1분]

2012년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인간다운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8박 9일 총장실 농성 투쟁을 통해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이 신설되었고 학교 청소 이외 업무에 대해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2013년 초 용역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또 다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2012년 합의는 2013년 업체가 바뀌어도 이전 합의를 이어간다고 묵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학교는 노동자 탄압으로 유명했던 장○ 업체를 최저가 입찰로 선정하였다. 장○ 업체는 2011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사용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2012년도 연세대에서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되어 퇴출된 부도덕한 업체다. 이런 업체가 들어온다는 것은 12년 합의했던 상여금과 추가수당을 없애고 법적 최저임금으로 돌아가겠다는 학교의 꼼수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신라대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노조 조끼를 입고 업체 퇴출 투쟁을 했다. 2013년 1월 8박 9일 총장실 앞 농성 투쟁으로 장○ 업체 퇴출시켰다. 이후 사회적기업 안○ 업체가 용역으로 들어왔다. 청소노동자들은 사회적기업이 학교에 들어온 것을 처음에는 반겼다. 

"사회적기업은 우리 사회를 그래도 조금 낫게 만들기 위해 들어온 업체 아닌가요? 우리는 믿었죠. 사회적기업은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라고요."

사회적 기업도 신라대에서는 노조를 탄압하다

사회적 기업 안○ 업체가 들어와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기대를 했다. 기대와 동시에 2012년 합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투쟁 상태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는 안○ 업체에게 부당한 노동행위를 하라고 지시하며 노조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학교 측의 압박으로 2013년 9월 안○ 업체는 조합원 9명, 비조합원 1명에 대해서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그리고 안○ 업체는 원청인 신라대에 계약 중도해지 요청을 하였다. 

부산일반노조는 부당해고에 대해 학교와 업체에 공식적인 문제제기와 호소문을 작성하여 학교에 붙였다. 해고 철회하지 않는다면 쟁의행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다행히 2013년 투쟁은 12년처럼 농성투쟁으로 가지 않고 기숙사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용이 보장되었다. 

반복되는 해고, 고용을 보장하라!
 
2014년 신라대 예음관 이사장실 앞 농성 투쟁
 2014년 신라대 예음관 이사장실 앞 농성 투쟁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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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학교는 청소용역에 대한 입찰공고를 하지 않고 청소노동자 전원 직접 고용하겠다는 내용을 논의했다. 단 현재 일하는 노동자를 다 해고하고 신규채용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학교는 주○○○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주○○○은 기존에 고용과 임단협 승계를 거부하고 개별적으로 채용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입사서류와 면접을 요구했다. 

2월 23일 청소노동자는 주○○○의 부당한 결정에 맞서 이사장실 앞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주○○○은 농성 투쟁 압박으로 해고는 철회하고 근로 조건을 바꿀 것을 노조에 제안했다. 제안 내용은 상여금 반납, 연차휴가 및 하계휴가 반납과 업무범위 확대를 조건을 내걸었다. 2012년 노동자들은 농성 투쟁으로 어렵게 인간답게 살기 위한 임금 인상과 업무외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을 쟁취했다.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2월 27일 제안을 거부하자 주○○○은 조합원 40명에게 고용을 거부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용역 업체가 바뀔때마다 반복되는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후퇴에 대해 청소노동자는 더는 참을 수 없어 강고한 투쟁을 전개한다. 

2월 28일 현장 간부 10명과 일반노조 사무국장 1명은 신라대 사범대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청소노동자는 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실시를 요구하며 79일간 농성 투쟁을 이어갔다.   

고공농성과 단식 투쟁 끝에 승리하다

투쟁이 장기화되어도 신라대 총장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자 옥상농성단은 단식에 들어간다. 긴급하게 진행되는 현장 상황으로 긴급한 단식이 시작되어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결국 4월 9일 간부 9명이 건강 악화에 따른 의사 권고로 옥상에서 내려와 농성장에 합류하였다. 노조 사무국장과 현장 간부 1명은 끝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며 신라대에 직접고용 촉구를 요구했다. 

"단식이라는 것을 처음 해봤어요. 너무 배도 고프고 이렇게 단식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랬어요. 제가 끝까지 단식했던 1인입니다. 문제 해결도 안되니 몸도 마음도 괴롭다 보니 소주 한 잔 생각이 절실하더라고요. 단식 전에 남긴 소주를 몰래 한 잔 했는데 평소 두병 먹어도 끄덕 없었는데 머리가 핑 돌더라고요. 더 마시면 병원 실려 갈거 같아 잔을 놓아버렸습니다. 단식 시작하면 물 이외 마시는 것도 잘 관리해야 하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2014년 신라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사범대 고공농성 사진
 2014년 신라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사범대 고공농성 사진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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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일 이사장실 앞 농성과 사범대 고공 농성 끝에 5월 13일 신라대 청소노동자는 승리했다. 당시 신라대 박태학 총장은 79일 투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들이 79일간 학교에서 농성을 해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고 집앞에 찾아가 집회를 해도 보이지 않았다. 

박태학 총장은 2014년 5월 13일 새천년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들의 중재로 학교에 등장하게 되면서 노조와 교섭을 시작했다. 

직접고용 쟁취 이번엔 쟁취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의 79일간 싸움은 새천년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박태학 총장과 협약서 작성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핵심 내용은 "기존 용역 업체에 고용 되었던 노동자들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한다", "기존 업체에서 지급해온 총액임금(상여금 포함) 및 근로조건을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14년 5월 16일 부산일반노조는 주○○○ 용역업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정년 65세까지 고용을 보장을 약속받았다. 
 
2014년 부산일반노조가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신라대 박태학 총장과 만나 협약서를 들고 함께 찍은 사진
 2014년 부산일반노조가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신라대 박태학 총장과 만나 협약서를 들고 함께 찍은 사진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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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4년 투쟁에서 쟁취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직접 고용 쟁취이다. 2014년 투쟁의 핵심 구호는 직접 고용 쟁취였다. 왜냐면 청소노동자들은 용역 업체 바뀔 때마다 일자리를 잃을 위기를 겪었고 근로조건이 저하되기도 했다. 합의는 용역 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은 보장받는 것으로 했지만, 2021년 김충석 총장은 이 합의서는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를 강행했다. 

"2014년 우리가 직접 고용을 쟁취했다면 2021년 다시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시 농성과 고공농성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투쟁 중에 9명의 조합원이 이탈하기도 했고요. 2014년 투쟁에서 쟁취하지 못한 직접고용이 부메랑이 되어서 2021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거죠. 이번 투쟁은 직접 고용 쟁취를 위한 끝장 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현실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신라대지회 지회장

신라대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쟁취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다음 연재는 다시 시계를 돌려서 2021년 투쟁으로 돌아가겠다. 2021년 집단해고 후 학교는 용역업체를 다시 불러 직접고용을 피해가려는 꼼수를 부렸는데 그 내용을 다음 연재에서 이야기해보겠다. 

태그:#신라대 , #신라대청소신, #직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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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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