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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투쟁을 하면서 신라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투쟁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학내에서 집회하는 것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투쟁에 찬성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농성장에 방문도 하고 집회를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쟁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민주노총에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지지하는 학생 가운데 일부는 학교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민주노총을 끼워서 문제를 복잡하게 하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때마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서 청소노동자가 노예에서 사람이 되었다고 답변한다.
 
신라대 집단해고 철회를 위한 민주노총 부산본부 기자회견
 신라대 집단해고 철회를 위한 민주노총 부산본부 기자회견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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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이외 학교 잡무는 청소노동자 담당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신라대지회는 2012년 6월 12일에 출범하였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기존에 부당한 대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사무실을 이사할 때 청소노동자가 직접 짐을 운반했다. 책상, 책장, 컴퓨터 등 무거운 짐들을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까지 운반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교수들은 많이 배운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이 엄청 많아요. 이사 해보신 분은 알다시피 책 무게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가 책 수천 권을 구루마를 구해서 직접 싣고 운반했습니다. 더운 여름엔 정말 죽을 맛이었죠. 최근에 2021년 대학본부 사무실 이사를 할 때 전문 이사센터 대형 탑차가 2대가 왔었죠. 노동조합 없었으면 그 짐 우리가 다 운반해야 했을 겁니다."

학교 잔디 밭매기, 나무심기를 청소노동자가 했고, 학교 축제가 있을 때 테이블 세팅과 엉망진창이 된 캠퍼스 쓰레기 정리까지 했다. 매년 열리는 학교 입시 설명회 테이블 세팅도 청소노동자 몫이었다. 

"학교 축제 한다는데 비가 오는 거에요. 비가 와서 운동장에 물이 고이니깐 축제 하기 힘들다고 우리보고 그 물을 퍼내라고 학교가 시켰어요. 특별한 장비도 없이 우리는 바케스로 물을 퍼서 하수구로 흘렸어요. 그리고 총장님이 에락뜰이라는 곳에서 한 번씩 모임을 하는데 그때 우리가 테이블도 세팅하고, 고기불판 설거지도 하고 그랬어요"

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교수 개인 숙소 청소도 청소노동자 담당이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개인 숙소 청소에 대해 문제제기하니 한 교직원이 "우리가 빵과 우유도 줬잖아요"라고 했다고 한다. 과거 노동조합이 없었던 신라대는 청소노동자에게 업무 외 노동을 시키는 것에 대해 정당한 임금도 주지 않고 빵을 줘도 되는 분위기였다.

"노조 활동가들 처음엔 부담스러웠어요"

신라대 청소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2년 노동조합 가입 전에 몇 년간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활동가들이 현장 휴게실에 찾아왔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고 노동자 권리 수첩, 볼펜, 물티슈 등을 노동자들에게 나눠줬다고 했다.

"처음에는 거부반응이 들었어요. 괜히 노조 사람들 현장에 들인다는 소문이 퍼져서 불이익을 볼까 봐 그 사람들 와도 잘해주지도 않았어요. 그 만큼 노조가 노동조건을 바꿀 거라는 기대보다 눈앞에 소장과 업체 눈치가 보였어요."

심지어 노동조합 간부들과 청소노동자들이 처음 밖에서 만난 자리에서 노조가 무서워서 식사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 만큼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일터를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2012년 6월 민주노총 부산일반노동조합 가입을 결정했다.

"노동조합 가입하고 집에서 난리가 났어요. 당시 제 남편이 신라대 교직원이었습니다. 부인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학교로 전해지자 남편이 총무팀장에게 매일 불려 다니며 면박을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마누라 관리를 안 했냐니, 니 부인이 학교 말아먹는다니, 남편을 협박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남편이 퇴직을 2년 앞둔 상태였는데 정말 2년 동안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고 내 뜻을 지지해준 남편이 정말 고마웠죠."

투쟁으로 인간다운 노동자로 살게 되다

청소노동자는 2012년 당시 학교 청소 이외 학교 잡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추가 수당 없이 월급이 92만 1200원 밖에 되지 않았다. 용역 업체가 바뀌는 경우에는 최저임금 인상 소급분에 대해서도 떼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2012년 6월 12일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에 가입하여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신라대 노동자의 농성 투쟁은 2012년부터 시작했다. 첫 농성은 2012년 9월 3일부터 11일까지 대학본부 농성을 진행하였다.

투쟁은 승리로 끝났고 청소노동자는 노조 설립 3개월 만에 노예에서 사람이 되었다. 최저임금 인상 소급분을 받기로 했고, 상여금, 교통비, 식비 지급의 성과를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청소 이외 잡무에 대해서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심지어 학교 축제 때 마지막날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것에 대해 3만 원씩 추가 수당을 따내기도 했다고 한다. 

"만약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도 몰랐을 것이고 학교에서 임금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했을 겁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고 학교의 종이었답니다. 노동조합으로 우리는 노예 생활을 벗어났어요."

2012년 노조 설립 후 농성 투쟁으로 신라대 청소노동자는 겨우 노예 신분을 벗어났다. 하지만 그들의 투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1년 농성 투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2014년 79일간의 농성 투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왜 2014년 사범대 옥상 고공농성을 했을까? 다음 연재 기사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2014년 해고 철회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신라대 사범대 고공농성
 2014년 해고 철회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신라대 사범대 고공농성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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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조직부장으로 현재 신라대 집단해고 철회 농성에 함께하고 있다.


태그:#신라대, #신라대청소,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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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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