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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딘버러 공작 필립공의 별세를 발표하는 영국 왕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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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99세로 별세했다.

영국 왕실 버킹엄궁은 9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깊은 슬픔으로 여왕 폐하의 부군인 에딘버러 공작 필립공의 별세를 발표한다"라며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라고 밝혔다.

버킹엄궁은 조기를 게양했고, 필립공의 별세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버킹엄궁 앞에 찾아와 헌화하며 애도를 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애도 성명을 통해 "무엇보다 여왕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보낸 부군으로 필립공을 기억할 것"이라며 "부군으로서 여왕의 곁을 지키면서 70년 넘게 힘과 버팀줄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1921년 그리스 코르푸섬에서 그리스 앤드류 왕자의 외아들로 태어난 필립공은 그리스와 덴마크 왕자 신분이었지만, 부친이 군부 쿠데타에 권력을 빼앗기며 그리스를 떠나야 했다.

몰락한 왕가의 일원으로서 여러 나라를 떠돌며 성인이 된 그는 1939년 영국 다트머스에 있는 왕립해군학교에 입학했다가 당시 아버지인 조지 6세를 따라 학교를 방문한 5살 연하의 공주와 처음 만났다. 

영국 해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한 필립공은 군 복무를 마친 후 결혼식을 올렸고,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아내가 1952년 엘리자베스 2세가 여왕으로 즉위하면서 여왕의 부군이 됐다.

여왕과의 사이에는 왕세자인 찰스 왕자를 비롯해 4명의 자녀를 뒀고, 윌리엄 왕세손 손주 8명과 증손주 10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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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 별세를 보도하는 B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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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 재임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남편으로 보좌하며 2만2000여 건의 왕실 공무를 수행했고, 1999년 여왕이 국빈 방한했을 때도 함께 와서 한국을 둘러봤다. 

가끔 부적절한 농담이나 정치적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다이애나비 사망, 해리 왕자의 출가 등 사건·사고가 잦았던 영국 왕실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여왕을 도왔다.

2017년 96세가 되어서야 공무에서 은퇴한 필립공은 여왕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피해 지난해부터 윈저성에서 지냈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돼 지난 2월 심상 수술을 받고 한 달 만에 퇴원했으나,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고 별세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필립공에 대한 부고를 통해 "여왕의 남편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영국에 크게 기여했으며, 영국 왕실이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라고 전했다. 

이어 "필립공의 가장 큰 업적을 꼽는다면 엘리자베스 여왕이 긴 세월 통치하는 동안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필립공의 별세가 발표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세계 각국 정상들이 애도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