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을 65세 이상에게도 사용을 권고했다.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WHO의 면역 자문단인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은 "사용 가능한 증거의 총체성을 바탕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에게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알레한드로 크라비오토 SAGE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예방 효과 자료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그보다 낮은 연령대와 다를 수 없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8세 이상 성인이면 연령 제한 없이(without an upper age limit)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자료는 이 백신이 고령층이 접종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해당 연령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증과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1, 2회차) 접종 간격이 좀 더 길어질 때 면역 증가가 관찰됐다"라며 접종 간격을 8∼12주로 권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권고한 접종 간격은 4∼12주다.

로이터통신은 "WHO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효과가 모든 위험을 능가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크라비오토 의장은 "변이 코로나19가 출현한 지역에서도 사용을 권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이나 변이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란에 WHO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국도 접종 대상에 65세 이상 포함

유럽연합(EU)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사용을 권고했음에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65세 미만, 핀란드는 70세 미만, 벨기에는 55세 미만으로 접종을 권고했다. 

또한 남아공발 변이 코로나19에는 최소한의 예방 효과만 제공한다는 요하네스버그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남아공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보류하기도 했다.

한국은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하며 65세 이상도 포함했다. 다만 의료진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하기로 했다.  

그러나 크라비오토 의장은 "지금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매일 수천 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있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만큼 자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정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을 대량 공급하는 WHO 주도의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편, 유엔 보건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WHO의 긴급 사용 승인 명단에 추가하기 위한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며 이달 중순에 승인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