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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유난히 추웠던 얼마 전, 내부순환로에서 홍제역으로 빠지는 이 출구 앞 횡단보도에 젊은 커플이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저는 이 커플의 뒤에서 이곳을 지나가려고 걸어가고 있었구요. 한참을 그렇게 서있던 커플은 어떤 차가 차를 세우자 이 좁은 횡단보도를 지나며 운전자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지나갔습니다. 추운 겨울날 다른 운전자들과 달리 서있던 보행자를 보고 차를 세웠던 그 운전자가 고마웠겠죠.
 
사진 ? 내부순환로 홍제역 부근 출구에 위치한 작은 횡단보도 (출처: 네이버 지도)
▲ 내부순환로 홍제역 부근 출구에 위치한 작은 횡단보도  사진 ? 내부순환로 홍제역 부근 출구에 위치한 작은 횡단보도 (출처: 네이버 지도)
ⓒ 박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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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 그 광경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아니, 당연히 차가 서야 하는 곳이라고 표시된 횡단보도인데 왜 감사해야 하는거지! 오히려 그 차 이전에 사람이 있어도 무시하고 쌩쌩 지나갔던 그 차들에게 벌금을 물리던 어떠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 대학시절 자전거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너 통학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산에서 합정으로 넘어가는 양화대교를 지나려면 모든 한강의 대교들이 그렇듯이 이러한 작은 횡단보도를 지나야 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작은 횡단보도에서 운전자들은 뻔히 보행자가 있는 걸 알면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때는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세우는 운전자를 향해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에 변화가 일어났던 건 그 이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경험입니다. 스웨덴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부루마블에서 엄청나게 비쌌던 스톡홀름 도시엔 횡단보도는 있었지만 신호등은 없었습니다. 조금 의아해서 현지분에게 물어봤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횡단보도에서 무조건 사람이 있으면 차는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 명의 보행자라도 있는데 차가 그냥 지나간다면 그 차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구요. 그래서 굳이 신호등이 필요없이 횡단보도만 있어도 되는 거죠.

이걸 운전자 관점에서 보면 너무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일입니다. 사람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 서야 한다면 운전자는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보행자의 입장이라면 너무 편하고 안전한 일입니다. 더운 여름날, 추운 겨울날 언제 설지 모르는 차들 앞에서 특히 신호등이 없다면 차들은 그냥 지나갑니다. 차들이 안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보행자의 입장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죠.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보행자가 아닌 차 중심의 관점이 우세하다면, 아직 우리는 약자 중심이 아닌 강자 중심의 사회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저도 이 곳을 자주 지납니다. 맥주를 사러 갈 때 이곳을 지납니다. 지날 때 마다 행복하게 지난 적은 손에 꼽고, 화가 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가끔은 지나가려는 저를 향해 빵빵거리며 쌩 지나가는 차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럴 땐 위험을 떠나 정말 화가 납니다. 혹자들은 제가 너무 민감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사람이 있어도 당당하게 지나가는 운전자를 향해 묻고 싶습니다.

만약 그 차 안에서 운전자의 어린 자녀가 "아빠 저 흰색 선이 뭐에요? 그리고 왜 저기에 사람이 서 있어요?"라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할 건가요? 위 사진에 보면 운전자 시각에서는 횡단보도라는 표지와 보행자 우선이라는 글귀가 버젓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운전자들을 그것을 무시합니다.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자녀가 유치원에서 배우는 기초상식도 따라가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재촉한다면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횡단보도는 차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구요.

태그:#일상의불편, #횡단보도, #보행자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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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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