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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이 1993년 창간 때부터 최근까지 발행한 신문을 정리해 놓은 합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이 1993년 창간 때부터 최근까지 발행한 신문을 정리해 놓은 합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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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노동전문일간지 <매일노동뉴스>가 12월 1일자로 지령 7000호를 찍었다. 지난 1992년 7월 PC통신에서 출발해 1993년 5월 18일 첫 지면을 발행한 지 27년 만이다. 그동안 신문에서 잡지 판형으로 바뀌었을 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전국 노동조합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에 매일 배달되며 '노사정'을 아우르는 노동전문지로 자리 잡았다.

이제 창간 30돌을 향해 가는 이 매체는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었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지난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매일노동뉴스> 사무실에서 박승흡(59) 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은 지난 2003년 10월 초대 발행인인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 이어 '노동언론' 명맥을 잇고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박 회장은 1990년대 학원계에서 논술학원 강사로 활약하다, 지난 2000년 노동운동계로 돌아와 비정규노동센터를 만들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당시 노동운동 후배였던 박 회장을 3년 동안 쫓아다니며 <매일노동뉴스>를 인수하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혼자서는 모자라 권영길·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노동운동 1세대들까지 총동원했다.

"당시 선배들은 '노동운동', '노동정치', '노동언론' 3각 체제를 갖춰야 노동운동 생태계를 잘 기를 수 있다고 <매일노동뉴스> 같은 매체가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03년 <노동일보>가 쓰러지는 걸 보고 10년 된 노동 언론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고문으로 울타리가 돼 주고 있어요."

"<주간노동뉴스> 될 뻔... 노회찬 발행인이 '일간' 밀어붙여"

- 지령 7000호를 맞았다. 인터넷 시대에도 종이신문을 꾸준히 발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겠다.
"처음 만들 때는 PC통신으로 시작했는데 그 다음에 활자로 찍어 모든 사람이 고생하게 됐다.(웃음) 초창기에는 1차적인 노동 현장 정보들을 유통시키는, 일종의 '노동정보은행' 형태로 소박하게 출발했는데, 단순히 소식 전달을 넘어 언론 기능을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일간 체계를 고민하게 됐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현장 노조 건설이 들끓는 모습을 보면서 노회찬 초대 발행인이 '매일매일 노동 현장 기록을 담는 형태로 가야 한다'면서 일간 체계를 강제하다시피 했다. 처음에는 주간 체계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노 전 의원이) '노동뉴스' 앞에 '매일'을 붙여 매일 발행하게 됐다."

당시 진보정당추진위원회(진정추) 조직위원장이었던 노회찬 전 의원이 <매일노동뉴스>를 만들었다는 건 그동안 노동운동 바깥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노동운동 연장선으로 매체를 만들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못했다. 노 전 의원이 10년 하고 내가 배턴을 이어받았는데, 아무래도 민주노총 건설과 발을 맞추면서 확장성이 없었고 대중적이지 못했던 한계도 있었다. 내가 맡은 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뿐 아니라 노동부 등 정부기구, 사용자단체인 경총 등 노사정을 네트워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박 회장이 2003년 매체를 인수하기 직전 노동자 기반 종합일간지 <노동일보>가 창간 4년 만에 폐간하면서 존재 가치는 더 커졌다. <매일노동뉴스>는 현재 <한겨레신문>과 <내일신문> 조·석간 배달망을 이용해 양대 노총 전국 300인 이상 노조 사업장들과 관련 기업, 정부 관련 노무관련부서에 직접 배달되고 있다.

"노동 현장 소식은 <연합뉴스> 아닌 우리가 공급"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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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지면 매체가 치러야할 대가는 크다. 구독자 유지는 물론, 인쇄비와 배송 비용 대기도 빠듯한 곳이 많다. 박 회장은 30년 가까이 버티게 한 힘으로, 연간 구독료 기반 매출 구조와 함께 노동현장 소식 원천 공급과 전문성을 꼽았다.

"노동 현장 소식은 <연합뉴스> 없어도 우리가 생산한 뉴스가 원천 소스(공급처)다. 노동 문제 관련해서 한 우물을 깊게 판 덕이다. 노동 현장 소식 뿐 아니라 그걸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부분들을 함께 의제화시킨 게 생존 이유 아니겠나. 양대 노총 노동조합 역할도 컸다. <매일노동뉴스>에 대한 애정, 함께 가야 한다는 의무감 등 양대 노총 주요 활동가 그룹, 리더 그룹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우리를 같은 식구처럼 생각해줄 만큼 많은 지원과 연대가 이뤄졌다."

실제 지난 2013년 유상증자 당시 양대 노총 170여 개 노조가 주주로 참여해 현재 전체 지분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뒤 자동으로 고문으로 위촉되고, 금융노조 위원장과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양대 노총의 절대적 지원은 노동전문매체에게 든든한 기반이지만, 매체의 외연을 넓히는 데 장애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독자 대중화는 내부적으로 보면 미조직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된 부분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용이 안정되고 노조 틀에 모여 있는 정규직 부문을 대변하고 그들 소식을 전했지만, 조직 노동자가 200만 명이면 나머지 800만 명 이상은 미조직 노동자다. 우리의 독자 대중화 과제는 그런 부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 안는 것이다. 노조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노동뉴스>도 역사가 쌓이면서 이제는 '레거시(전통) 매체' 취급을 받고 있다. 늘 '혁신'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박승흡 회장도 지난 2003년 대표를 맡은 뒤 인터넷 판인 <레이버투데이>(www.labortoday.co.kr)를 만들면서, 현장 노동운동가들을 시민기자로 활용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민기자제도는 당시 <오마이뉴스>의 혁신이었다. 언론이 지녔던 관행, 판 자체를 바꾸는 실험이었고 시사하는 게 많았다. 우리도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노동 현장에 있는 분들이 기자로 자기 소식을 올리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시기가 너무 빨랐다. 투자 대비 온라인 접근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그 과제는 이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다시 탐색해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이끈 유료 구독자의 힘
  
▲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지령 7000호 맞은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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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000호를 맞아 '혁신' 주문도 계속 나오고 있다. 구독자들도 이젠 지면보다는 온라인으로 뉴스를 더 많이 접하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동영상 뉴스 요구도 있다.

박 회장은 매체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구독료 기반 수익 구조를 꼽았다. 월간 구독료 5만 원, 연간 구독료가 60만 원에 이르는 이 매체의 유료 구독자는 1700여 개 기관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이처럼 오프라인 기반 탓일까? 그는 오프라인을 뛰어넘는 '형식'적인 변화보다는 '콘텐츠 내실 강화'에 더 무게를 실었다.

"구독료가 회사 운영에 절대 위치를 차지하는 매체는 드물다. 우리는 생존 자체가 철학일 수밖에 없다. '버티고 계속 간다'는 정신은 기본이고, 콘텐츠의 고급화가 필요하다. 노동 운동 현안을 다루면서 보다 전문성 있고 실력 있는 '솔루션 미디어'가 돼야 한다. 탐사보도는 기본이고 문제 해결과 대안까지 가져가는, 깊고 넓은 형태로 우리 전문성을 강화시켜 나가야 유일한 노동매체로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솔루션 미디어'를 추구하는 이유는 노동운동을 변화시키고 노동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다.

"노동운동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도 반드시 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노동 사안은 산업재해와 고용 문제다. 이런 걸 핵심 의제로 삼아 계속 물고 늘어져 '솔루션 미디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 매체가 이런 문제에서 '굉장히 전문적이구나, 대안적 질서까지 던지는구나, 우리가 몰랐던 의제로 확장하는구나' 하고, 정책 담당자나 실행자에게도 인정받는 매체가 돼야 한다."

올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1960~1970년대 노동자를 대변하는 언론은 없었고, 50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많은 언론에서 노동 문제를 다루지만 일시적이거나 피상적인 경우가 경우가 많고, 때론 선정적이기까지 하다. 과연 주류 언론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노동 문제 관련해서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심해졌다. 우리와 공동 가치를 추구한다고 봤던 진보 매체들도 노동전문기자를 없애는 추세다. 주류 언론은 있는 부분을 없는 것처럼 다루지 않거나, 어떤 사실을 축소하거나 확대하고 과장하는 형태로 노동 문제를 왜곡해 왔다. 전태일 50주기가 되도록 언론 지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합리적 노사 관계를 만드는 데 언론도 걸림돌이다. 노사가 자치주의에 기초해서 문제를 풀어가게 촉진해야 하는데, 언론은 일방적으로 자본 편만 들었다.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우리의 존재 이유도 그런 지점인데, 이 정도 매체 파급력으로는 노동자 아픔이나 이해를 담아내기 어렵다."


- 대부분 언론은 매출 80% 이상이 기업 광고에서 나온다. 노동자보다는 기업을 편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확하게 지적했다. 우리가 독립 언론으로 얼마나 버틸지가 주요 관심사다. 노동매체가 얼마나 가겠나 했는데 30년 가까이 왔다. 앞으로도 '버티기 정신'으로 가면서 독립 언론 속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우린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대한민국 언론 지형에서는 떳떳하다.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고, 건강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게 우리 자부심이다."

"연 구독료 100만 원짜리 신문 만드는 게 목표"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령 7000호를 맞은 소회에 대해 “우리는 생존 자체가 철학일 수밖에 없다”며 “‘버티고 계속 간다’는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령 7000호를 맞은 소회에 대해 “우리는 생존 자체가 철학일 수밖에 없다”며 “‘버티고 계속 간다’는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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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서도 신문 발행 부수보다는 여론주도층을 겨냥한 의제 설정 기능을 강조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노동 분야에서 그런 역할을 해왔다고 보나.
"구독 관련 질서를 더 강화하고 수준 높은 전문가 칼럼 배치 등을 통해 의제 형성 기능을 강화하면서 의제 확장도 필요하다. 노동자의 삶이 부동산 폭등과 무관하지 않고 교육 문제와 보건 정책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이면서 시민의 삶이기 때문에 의제 형성 기능을 확장해서 좀 더 고급 정론지로 가야 한다.

나는 2022년에 창간 30주년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신문'을 선포하려고 한다. 월 8만 원에 연간 96만 원. 거의 100만 원짜리 고급 신문으로 치고 나가려고 한다. 개인 구독이 아닌 조직에서 합의해서 보는 신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처음에 월 1만5천 원, 연간 18만 원 하던 신문을 연 60만 원까지 올렸을 때 미친 사람 소리도 들었다. 구독료 올리면 구독자 수가 줄어든다고 내부에서도 반대했지만 조금 떨어졌다 다시 회복했다. 최종 목표는 2500부 정도다."

100만 원짜리 신문을 꿈꾸려면 당장 코로나19 벽부터 넘어야 한다. 문화예술 관련 연대 사업들도 대부분 중단됐고 당장 구독자 감소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극복에도 연대 정신이 발휘되길 바란다"면서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줬던 양대 노총에게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바라고 현장 노동자들도 구독 확장에 나서고 구독을 끊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매일노동뉴스> 편집부 벽면에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써 준 글이 걸려있다.
박승흡 회장은 고 신영복 교수가 <매일노동뉴스>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면 안 된다며 창간 20주년, 지령 5000호를 축하하며 선물해 줬다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 편집부 벽면에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써 준 글이 걸려있다. 박승흡 회장은 고 신영복 교수가 <매일노동뉴스>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면 안 된다며 창간 20주년, 지령 5000호를 축하하며 선물해 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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