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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이던 내게 주위 선배들은 늘 이런 조언을 했다. "착하면 손해 본다". 착한 후배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이야기, 기획서 이름 바꿔치기 등 각종 직장 유언비어를 들으며 나는 이런 다짐을 했다. 절대 착하게 보이지 말아야지. 최대한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조금도 손해 보지 말아야지. 

그리고 신입 딱지를 어렵게 뗀 지금, 나는 완전히 반대의 결심으로 일하고 있다. 웬만하면 남들한테 잘해줘야지, 줄 게 있으면 주고 챙길 게 있으면 챙겨야지. 생각이 바뀐 계기는 어느 날 문득 찾아왔다. 얼굴만 아는 선배가 톡으로 내 일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낸 거다.

말도 섞어 보지 않은 사이에, 그것도 퇴근 시간 이후 연락을 할 때면 가볍게 인사라도 할 법한데 앞뒤 맥락도 없이 지적이 쏟아졌다. '그렇게 해봐요'라고 하면 될 것을 '그것도 못해요?'라고 말하는 상사에게 나는 어떠한 저항감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네네. 죄송합니다'하고 말았다. 

기분이 나쁜 건 둘째치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설령 잘못했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생략하는 게 맞는 건지. 가르치고 설득하라고 있는 상사가 자기 기분에 못 이겨 화만 내는 건 직무유기가 아닌지. 하는 의문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출근했을 때,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 친절하고 착하게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회사 생활이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순식간에 거지 같아지는 거구나. 어제의 나처럼 내 곁에 있는 동료들도 언젠가는 그 거지 같은 하루를 맞닥뜨릴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도 우리는 한 마디 반박도 못하고 비둘기처럼 고개만 끄덕이며 상사가 흘린 욕지거리나 쪼아 먹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 모두가 가여웠다. 내일이 최악의 날이 될지도 모르는 동료를 위해 오늘만큼은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아까 그 아이디어 정말 괜찮았다고, 이 부분을 너무 잘하시는 것 같다고,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라고. 일적으로 도움을 건네기도 했다. 동료가 찾고 있는 자료를 공유해 줬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상사 레이더망에 걸리기 전에 미리 귀띔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무시무시한 직장 생활 조언들처럼 '뒤통수 맞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무엇도 손해 보지 않고 남들에게 잘해줄 수 있었다. 나를 가루가 되도록 깐 그 상사가 어떤 이득도 없는데도 나를 타박하는 데에 열심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내가 무조건적으로 남들에게 퍼주기만 한다면 내 일이 지장을 받을 수도 있고 남들이 나를 이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짧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고정적인 시혜자나 수혜자는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무리 주려고 해도 언젠가는 받는 일이 생기고, 내가 맨날 받으려고만 해도 언젠간 줘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아낌없이 주고 도움을 받을 일이 있으면 떳떳하고 고맙게 받는 게 최선 아닐까. 

직장 생활은 내 것을 잘 챙기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 것만 챙겨서 잘 될 것 같았으면 우리가 직장이란 공간에 모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인사 한마디 나눠보지 못한 나에게 퇴근시간이 지나 톡으로 모욕적인 지적을 쏟아냈던 그 상사는, 아마도 내 일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내 감정이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무례하고 무신경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같은 직장에서 생활하는 한 언젠가는 그 상사도 나로 인해 상처받을 일이 있고, 나 역시 그 상사 덕에 웃을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서로에게 착하게 직장생활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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