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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읽는 내내 그랬다. '그룬트비'의 후예들이 만들어가는 '덴마크 교실'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의 삭막한 교실과는 천지 차이. 나는 덴마크와 한국의 정반대인 학교 모습에 몹시 부끄러웠다. 우리의 아이들도 덴마크처럼 행복한 학교에서 배우며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육, 절망의 한복판에서   

아무리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서도 오늘의 교육이 민주시민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 현재의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대우하지 않으면서 미래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염치없다.

경쟁을 교리로 삼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 이상 행복은 불가능하다. 불안하고 불행한 삶들이 늘어갈수록 사회는 점점 더 피폐해질 것이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병폐와 사회 문제들도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문제는 '교육'이다.
 
삶을 위한 수업 책 사진 행복한 나라 덴마크 교사들이 전하는 삶을 위한 수업
▲ 삶을 위한 수업 책 사진 행복한 나라 덴마크 교사들이 전하는 삶을 위한 수업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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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삶을 위한 수업>의 저자인 덴마크 저널리스트 마르쿠스 베른센은 2014년부터 한국 생활을 해왔다. 에너지 넘치고 따뜻한 분위기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덴마크와는 전혀 다른 한국의 교육시스템 만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 아이를 한국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줄어들었다"며 "한국의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16쪽)고 했다. 

나는 세 명의 아이를 둔 학부모다. (좀 과장된 표현으로) 대한민국 교육에 세 아이를 맡기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학교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편이다.

그러나 나 역시 베른센처럼 한국의 교육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쇳말이 아니라 여전히 '문제 그 자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절망적이다. 교육이 '희망의 엔진'이 아닌 '절망의 수레바퀴'라는 것에 대한민국의 비극이 있다.

단서를 찾고 싶었다. 한국의 교육도 덴마크처럼 변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었다. <삶을 위한 수업>은 덴마크 교육에 대한 일방적인 예찬이라기보다는 한국 교육에 대한 성찰적 문제 제기에 가깝다.

수많은 절망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교육 현장에서 길을 찾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길은 분명히 있다고, 지구 반대편 작은 나라 덴마크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러니 너무 빨리 포기하지는 말라고. 

교실의 '행복 서클' 가능한 이유

저자가 만난 덴마크의 교사들은 뚜렷한 교육적 소신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자율적인 배움의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참여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덴마크의 교실에서 배움의 주체는 철저히 학생 자신이다. 
 
"만약 학생들이 '우리 교실의 모든 권력은 선생님에게만 있어'라고 느낀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참여가 어떤 의미인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학생들이 어떤 의견을 말해도 항상 교사가 최종 결정을 한다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자신이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이런 경험은 뭔가를 하고자 하는 동기를 죽입니다...(중략)...이런 상황이야말로 교사인 제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거든요. 왜냐하면 이런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새로운 탐험을 주저하고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도전 정신을 잃고 단지 안정만 추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배움이 아닙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호기심과 동기를 유지할 수 없어요."(38~39쪽, 헤닝 아프셀리우스, 고등학교 교사)

이 교사는 "학생들이 뭔가를 배우고 있음을 느낄 때, 그래서 그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느낄 때 행복하다"(46쪽)고 했다. 이러한 순간들이 쌓이면 교사는 행복해지고 그 기운을 받아 아이들은 더 성장하는 '행복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배움'이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학생들 스스로 지식을 획득하고 세상을 알아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이 곧 '배움'이다. '배운다'는 것을 이렇게 규정한다면 '시험'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학생마다 배움의 과정과 성장의 속도가 다를 것이기에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많은 헌신적인 교사들도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선생님들도 덴마크 교사들처럼 '배움의 본질'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사들은 많이 억눌려 있다. 교사의 자율성보다는 학교-교육청 조직의 위계가 더 중요시되는 문화다. 경쟁에 순응하고 권위에 복종하는 한국의 학교 문화에서 덴마크의 교실과 같은 '행복 서클'이 작동할 수 있을까. 

한국과 달리 덴마크는 '학교법'에 따라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공통교육목표는 정해져 있으나, 수업방식은 전적으로 교사의 결정이다. 수업 방식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은 누구도 침해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 교장도, 학부모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 이러한 존중과 신뢰의 문화가 바탕을 이루고 있으므로 한국처럼 '교권 하락'이 이슈가 될 일도 없다. 

행복한 교육, 행복한 사회

교육을 바꾸려는 모든 혁신적인 노력들을 빨아들여 버리는 입시경쟁의 블랙홀이 버티고 있는 이상 학교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불평등과 차별이 해소되어야 제대로 된 교육, 행복한 학교도 꿈꿀 수 있다. 교육은 한국사회 정치사회적 맥락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학교도 사회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입시경쟁체제는 배움의 본질과 학교의 존재 이유를 변질시킨다. 'in 서울'의 그럴듯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왜곡된 신념은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았다. 대화할 시간, 느낄 시간, 놀 시간, 쉴 시간, 잠잘 시간 등을 빼앗아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경쟁으로 내몰았다.

시간을 빼앗았다는 것은 권리를 빼앗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권리를 빼앗긴 자리에 '삶'은 없다. 스트레스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기 자신를 괴롭히면 우울증, 자살이 되고 남을 괴롭히면 학교폭력이나 범죄가 된다. 
 
"학생들은 조만간 학교 밖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삶이 과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죠....(중략)...진짜 무서운 게 뭘까요? 스무살이 넘었는데도 어느날 아침에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스스로 선택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경우가 아닐까요? 그동안 부모, 학교, 사회가 만들어 준 길을 그저 따라가기만 했다면 조만간 힘든 시기가 찾아올 겁니다.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스스로 자기 인생을 관장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연습은 일찍 할수록 좋습니다."(100~101쪽, 킴 륀베크, 초중등학교 교사)

진짜 교육은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내는 역량을 키워내는 것이다. 학교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오늘' 뿐만 아니라 '미래'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학교를 만들 것인가?"라는 물음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물음과 일맥상통한다.

오늘의 학교에서 배우고 자라는 아이들이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교육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 이 당연한 이치는 '행복한 사회가 행복한 아이들을 길러낸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덴마크 교사가 충고한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 그들을 '젊은 어른'으로 바라봐야 한다"고.(133쪽) 학생을 한 명의 시민으로 대접하고 존중해야 그들도 세계의 시민들을 존중할 것이다. 
 
"내가 노력하면 세상을 멋지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학생들이 알아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자극이 되어 공부든 일이든 더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는 아이를 길러낸다는 것은 그저 한두개의 과목을 잘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131쪽, 안데르츠 슐츠, 고등학교 교사)

책에 소개된 덴마크 교사들의 경험과 고민, 창의적인 노력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길을 찾아야 할까. 한국적 현실과는 엄연히 다른 조건의 덴마크 교실을 그대로 베껴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교실에서 희망의 근거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존의 학교를 넘어서는 새로운 상상력도 필요하다. 학교를 혁신하는 것,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모두 교사들만의 몫도 아니다. 

이 책은 '질문'이다. '숙제'다. 덴마크 교사들이 묻고 있다. "진짜 배움은, 진짜 학교는 무엇이어야 하냐"고. 교사들만이 아니라 학부모, 교육행정관료 등 대한민국 교육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답해야 한다. 이 질문 앞에서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교육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받고 가슴 한켠이 저릿하다면 아직은 희망적이다. 질문을 품은 이들이 교육을 바꿔나갈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 오연호 (편역), 오마이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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