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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직장 때문에 이들 부부는 도시에서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캠핑을 가자고 말했다. 아내 허락도 없이 텐트를 지른 후였다. 캠핑에는 별 관심이 없던 아내의 시큰둥한 반응에 남편은 "몸만 가면 된다"는 말로 유혹했다. 남편의 말만 믿고 2008년 12월24일, 돌도 지나지 않은 둘째 아들을 포대기에 싸서 생애 첫 캠핑을 떠났다. 그 후 이들 부부는 두 아들과 매주 2박3일 캠핑을 떠났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땅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도 산을. 아내는 처음엔 반대했지만 부동산이 있으면 나쁠 건 없다는 생각에 허락했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남편은 땅을 고르고 골라 고향 유림이 아닌 백전면에 있는 산을 샀다. 남편은 산에 계곡이 있다며 자랑했지만 아내의 눈에는 그저 도랑 같았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사 놓은 땅을 캠핑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깊은 산골짜기 산을 2년여 간 토목공사를 하여 캠핑장을 만들었다. 이때쯤 네 식구는 함양으로 이사를 왔다. 500고지 산 위에 캠핑장을 꾸려 운영한 지는 이제 4년 가량 됐다.

허혁헌(51)·하미란(39) 부부는 경남 함양군 백전면에서 함양천왕봉관광농원 숲속애캠핑장(함양군 백전면 함양남서로 2655)을 운영한다.

숲속애캠핑장은 1캠핑장, 2캠핑장, 2부속캠핑장, 3캠핑장 4곳에 52개의 사이트를 운영한다. 네이버 카페(https://cafe.naver.com/soopsogae) '숲속애캠핑장'으로 실시간 예약이 가능하다. 비수기는 3만5000원, 성수기는 4만원(극성수기 4만5000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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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부터 부지런한 성격에 자취생활도 오래했던 허혁헌씨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 내는 편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제일 먼저 캠핑장을 둘러보고 손님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손님이 없을 때는 풀을 베거나 시설보수를 하며 캠핑장을 손보면 쉴새없이 하루가 간다. 캠핑 마니아였던 허혁헌씨는 캠핑족이 뭘 원하는지 잘 안다. 뭐가 필요한지 말 안해도 보인다.

그래서 카페게시판에는 숲속애캠핑장을 알아서 홍보해주는 후기가 많다. 단연 주목을 끄는 글은 '깨끗한 화장실'. 여자 손님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공간이다. 처음, 캠핑에 마음을 열지 못했던 아내를 생각하며 허혁헌씨는 캠핑장 화장실을 누구보다 신경썼다. 화장실에서 나무향이 난달까. 화장실뿐만 아니라 캠핑장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이들 부부의 가장 큰 숙제다.

하미란씨는 "우리 캠핑장을 한번 방문했던 손님들은 깨끗해서 좋았다는 말을 많이 해 주세요. 그래서 더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해요. 깨끗한 곳은 사용하는 사람들도 쉽게 더럽히지 못하잖아요"라고 한다. 

높고 깊은 산속에 들어선 캠핑장의 위치 덕분에 손님들로부터 덤으로 얻는 점수도 있다. 사방이 나무숲이고 새소리, 벌레소리도 가깝게 들린다. 공기 좋고 조용한 캠핑장은 어르신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고 계곡물을 받아 만든 숲속풀장, 겨울엔 썰매도 탈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어릴 때부터 캠핑에 익숙한 이들 부부의 두 아들은 캠핑장에서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제는 훌쩍 자라 청소며, 매점 관리까지 부모님을 도우며 어른 몫을 해낸다.

하미란씨는 "어릴 때 캠핑을 다녀서 그런지 아이들이 자연과 친하고 익숙하다. 벌레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곁에 온 벌레는 꼭 살려서 돌려보낸다. 갇혀 있는 공간에서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아이를 키우기보다 자연에 그대로 내버려두며 키울 수 있었던 건 캠핑 덕분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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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족은 캠핑족이 알아보는 걸까.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캠핑 매너도 잘 지킨다. 머물렀던 자리는 흔적 없이 치우고 매너타임에는 대화소리, 노래소리도 줄인다. 공용사용 공간도 내 것처럼 사용하고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지 꼭 확인한다.

직장인이던 시절 점심시간엔 캠핑장비 매장에 출석도장을 찍고 금요일이면 아이들과 캠핑준비를 마치고 야근하는 아내가 마치는 대로 캠핑을 떠났던 허혁헌씨. 캠핑마니아 허혁헌씨는 계획이 다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태그:#365- 숲속애캠핑장 허혁헌, 하미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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