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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18이다. 지난달 4월 27일 전두환씨가 광주 법원에 출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단다.

세월은 흘러 흘러 40년이나 지났는데도, 광주 민주항쟁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와 용서를 비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는 아직도 난망한 일인가 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졸기만 했다는 전두환씨의 행태를 보며, 한 때 5.18 책임자 처벌을 외쳤던 젊은 시절의 기억을 가진 이로서 착잡함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93학번인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몇몇 선배들로부터 5.18에 관해 전해 듣게 되었다. 계엄 확대와 정치인 체포 등에 저항하며 시위를 벌이던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공수부대를 투입해 잔인하게 살상했던 일이 (93년 당시) 10여 년 전 광주에서 있었는데, 아직까지 그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일은 듣는 중 처음이었다. 그 일과는 티끌만큼도 상관없이 그간 잘만 살아온 나에게 80년 5월 광주의 역사는 생뚱맞다고 느낄 정도로 뜻밖의 이야기였다. 불편하지만 세상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었기에 충분히 혼란스러웠다. 

가장 힘들었던 건, 이제 막 어설프게 알게 된 5.18 광주에 대해 아스팔트 거리로 뛰어나가 최루탄을 맡으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쳐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용기 있게 앞선 선배들처럼 전경에게 잡힐 수도 있고,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말이다. 

광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사진을 보고, 심지어 성지순례라고 직접 광주 금남로 일대까지 다녀왔어도,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까지는 딱히 내 몫의 일이라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시위에 나갈 때마다 핑계를 대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믿고 좋아하던 친구들과 선배들을 매몰차게 떠날 수가 없어 그들의 주변에서 어정대다 보니 나도 어느새 시위대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서울, 광주, 대구, 대전 등의 도시 번화가 대로에서 그 사람들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뛰어다니다 보니, 5.18 당시 군부대에 목숨 걸고 맞섰던 광주시민의 분노와 공포가 그제야 어렴풋이나마 공감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목이 터져라 달리면서 외쳤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미력한 우리는 그렇게 5.18 광주를 마음에 새겼고, 역사의 흐름에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는 한 명, 한 명의 민주 시민이 되어 갔다. 

올해는 5.18 광주 민주항쟁 40주년이다. 긴 시간이지만, 전두환씨가 출간한 회고록의 내용과 최근 법정에 선 전두환씨의 태도를 보니 진심 어린 사죄와 용서는 더 이상 그에게서 기대할 것이 못 되는 것 같다. 

2012년에 나온 <26년>이라는 영화를 보면, 죗값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사면에 반발한 유가족들이 자발적 결의를 통해 그를 처단코자 한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내용의 영화까지 만들어졌을까. 왜 항상 악행은 그럴듯한 구실로 편법과 위법을 밥먹듯이 하는데, 사실을 규명하고 올바른 길로 가자하는 일들은 모든 것이 원칙에 맞아야 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만 하는지... 때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기다림에 지친 5.18을 또 한 해 맞으며, 여전히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가족분들께 5.18이 길러낸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다. 힘 내시라고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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