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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영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사회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KF94 마스크
▲ KF94 마스크 KF94 마스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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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고, 날이 더워지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적어도 당장은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보이는 것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완화되었다. 사태가 악화되면 언제라도 다시 강화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바이러스의 성격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세뇌'가 되었을 정도이니 모른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침방울을 통해 감염 가능하고, 무증상감염이 가능하다는 것. 전염력이 높아 백신도 예방약도 없는 상태에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온 나라가 언제든지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들의 '속사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면 이유는 하나, 지면 이유가 오백 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빗대서 말해보자면 사태가 한고비는 넘은 것처럼 보이고, 날은 더워지는데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는 사람들의 이유는 하나, 쓰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는 최소 열 가지가 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조사를 할 상황은 안 돼서 추론해봤다. 어떤 이유들이 있을지: 답답하다 / 귀찮다 / 잊어버리고 나왔다 / 잃어버렸다 / 똑 떨어졌고 사려고 한다 등의 비교적 단순한 이유가 다수이지 않을까 한다. 혹시나 피부병이나 다른 호흡기질환 등 때문에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기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또는 전염병 리스크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요즘 말로 뭔가 '힙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혹시 있지 않을까.

그 외 또 어떤 이유들이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다 쓰고 다니니 나는 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냐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 코로나19 위험성이 조금 과장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 외 떠오르는 3가지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에 걸린 모든 사람이 중증으로 가는 것은 아니니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빨리 집단면역 상태에 이르는 것이 더 낫다는 나름의 합리적(?) 판단. 또는 스스로 판단하기에 본인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일이 없고 걸리지도 않을 것이라는, 그리고 설사 걸리더라도 건강해서 별문제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것은 '나는 확진자였고, 이제는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을 가능성.

그럼에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

공공시설,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미착용 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려는 일부 지자체의 시도가 있고 찬성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이런 제도가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초한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은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실내 다중시설 이용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꼭 쓰자는 부탁을 하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더워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자신과 타인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 특히 환자들을 돌보느라 방호복까지 입고 지내야 하는 의료진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해서 더위와 답답함에 시달리면서도 마스크를 종일 벗을 수 없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분들의 기운을 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리라.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싶은 '시험에 들지 않을 수 있기를'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나도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기를 또한 간절히 바란다. '방역전선'은 일종의 둑 같은 것이어서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우리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니 말이다.

코로나19사태의 제1상징물은 뭐니 뭐니 해도 마스크일 듯하다.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스크.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방역 효과가 있으면서도 여름에 착용 가능한 '쿨 마스크'가 나와줬으면 좋겠다. 그것은 백신이나 예방제 개발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낮은 일 아닐까?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싶은 '시험에 들지 않고' 방역정책에 계속 잘 동참할 수 있는 묘수가 나오길 빈다.

 

태그:#코로나19, #마스크, #쿨마스크, #마스크쓰는사람, #마스크안쓰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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