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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텔레그램을 통한 대규모 성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적절치 않다 싶어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발언했다.

피해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안기고 심지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 가학적 디지털 성범죄를 두고 '호기심'이라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사건의 중대성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의 제1야당 대표가 가해자의 처지를 두둔할 수 있는 언급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자 황 대표는 법적 처벌에서는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적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n번방'은 단순히 호기심에 클릭해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n번방'은 랜덤 채팅방이 아닌 회원방이다. 절차를 거쳐 회원이 되어야 하고 일부는 유료 회원으로 돈까지 지불했다. 그 돈은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눈물 값이었다. 설마 피해자에게 가학적 행위를 지시하고 협박하는 과정을 '호기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나는 그에게 정치인이 아닌 시민의 아니 인간의 자격을 묻고 싶다. 호기심에 사람을 죽인다면 그건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를 옹호하는 자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를 두고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법조인으로써의 경험에 비해 텔레그램과 암호화폐라는 두 기술의 익명성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발생한 실수"라 해명했다. 만약 이럴 경우 사이코패스를 두둔하는 사람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황 대표가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주제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슨 수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n번방' 사건이 있기 전 "텔레그램과 암호화폐라는 두 기술의 익명성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있던 대중이 얼마나 될까? 사건에 함께 분노하기 위해 알아보고 글을 쓰고 말을 퍼뜨리면서 국민들은 가해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정치인이 이 중대한 사안을 이해하지 못해 실언을 했다? 발로 뛰는 정치인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바른 말 하는 정치인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참담하다.

황 대표의 단순한 실언이 문제가 아니고 그 실언이 가져올 이 사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욱 끔찍하다. 그 인식에 다시 한번 무너질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고통스럽다. 언제까지 "무조건 잘못되긴 했지만"이라는 조건부 해명을 들어야 하는 걸까?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다. 처벌하겠다, 피해자를 보호하겠다. 이해하기 하면 그만인 것을 왜 '일반적인 법리 해석'같은 걸 하면서 어설픈 난도질을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정치인답지도 않고 인간답지도 않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정치인을 원한 적이 없다.

정치인이라고 모든 일을 알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실언은 텔레그램이나 암호화폐의 구조 따위를 전혀 몰라도 벌어지지 않았을 실수다. '일반적인 법리 해석' 따위를 심각하게 해서 나온 결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일의 중대성을 알고 있었다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어떤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는지를 기억한다면, 결코 그런 식의 발언은 할 수가 없다. 나는 이로써 황 대표가 실언이 아닌 완전한 본심을 들켰다고 생각한다. 어리거나 젊은 여성들의 영혼 살인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본심. 그것을 아무렇게 드러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오만함. 나는 그것을 우리 국민이 반드시 평가할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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