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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선별지원이 아닌 보편지원이 답이라고 말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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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도 그렇지만 읍면동은 마비될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정부의 한시생활지원, 지자체 긴급재난지원금, 코로나19 후원물품 배부, 마스크 배부, 선거업무 등 너무 힘든 실정입니다. 그런데 오늘(30일) 발표한 사업까지 한다면 정말 우리에겐 코로나보다 더 큰 재난이 아닐 수 없네요."
 
지난 3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 2층 사회사업팀 사무실. 이곳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는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기자에게 게시판에 올라온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글을 보여줬다. 모두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 생겨난 업무들에 대해 토로하는 하소연들이다.
 
위 글은 지방 주민센터의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글로, 안 그래도 추경이나 지자체 단위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30일 대통령이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업무까지 떠맡으면 복지 공무원이 많은 시군은 물론 적은 인력의 읍면동은 정말 큰일이라는 얘기다.
 
박 회장이 보여준 다른 글에도 직원들의 강한 불만이 묻어난다.
 
"일은 숨막히게 늘어나는데 정부의 기본소득까지 별도 시행한다고?"
"이러다 2013년 과로자살처럼 또 한 명 죽어야 정부에서 관심 가질라나요."
"일은 우리가 하고 승진은 다른 데서 챙겨가겠지."
 
전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너도나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거듭된 추경을 통해 재난긴급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나 경기도 같은 광역단체는 물론 시군구 등 기초단체들도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선별지원이 옳은지 보편지급이 옳은지 열띤 논쟁이 붙고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보며 착잡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민센터 등 최일선에서 실제로 지원금 지급 업무를 담당해야 할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그들이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다. 지급 대상자의 소득을 하나하나 따져 지급하는 선별지원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평한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지원이 답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지 박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자.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3만여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전국 단체이다.

"대통령까지 선별지원식을 하겠다고 하니..."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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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대통령이 재난긴급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시점에 성명을 냈더라.
"기존에 하는 업무에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물품지원 업무가 증가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이 보편지원이 아닌 선별지원으로 내려오니 업무가 과중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통령까지 선별지원식 긴급지원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많이 나오더라. 부지런히 주말에 반박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좀 더 빨랐으면 좋았을 텐데 저희가 현직 공무원이다 보니 저녁에 보도자료 작성하고 성명서 만들고 카톡으로 의논을 하다 보니 늦었다."
 
- 정부의 재난긴급지원금이 왜 문제인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보편 지원의 경우, 현금이라면 통장에 넣어주면 되고 카드나 상품권이라면 신원만 확인하고 지급하면 끝이다. 그러나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선별 지원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리고 그 업무가 고스란히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오는 게 문제다."
 
-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할 일이 그렇게 많나.
"사회 복지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다 보니 평소에도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일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최일선인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1~2명이 대부분이다. 좀 낫다 하는 서울은 전에 비해 인력이 많이 확충됐지만 타 지역보다 그만큼 복지수요가 많기 때문에 일도 많다."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새로 생긴 업무도 많겠다.
"맞다. 일단 '저소득한시생활지원'이라는 게 있다. 지난번에 통과된 추경 예산으로 만든 것이다. 생계, 의료, 주거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가구별로 지원하는 것이다. 상품권이나 선불카드 등 현금이 아닌 형태로 지자체에서 결정해서 지원한다. 또 지자체별 자체 긴급재난 지원사업도 해야 한다. 정부외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이다. 서울시 같으면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가족수에 따라 지원하는 '재난긴급생활비'이다. 경기도가 전 도민에 10만원씩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외 후원물품 배부 업무가 있다. 구청이나 시도에서 물품 후원을 받으면 지자체까지 내려간다. 그 대상자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사회복지직이 하는 거다. 긴급생활비를 지원하려면 신청을 받아야 한다. 서울 같은 경우 동주민센터 하나에 평균 7000~8000명씩 들이닥치는 거다. 그 업무를 오롯이 사회복지직이 하고 있다. 그리고 사각지대 발굴해야 하고, 사례관리, 찾아가는 상담, 노인일자리, 아동수당, 취약계층 마스크 배부 같은 업무도 계속 하고 있다."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
 박영용 회장은 지원급 지급을 재난사업이 아닌 복지사업으로 보는 정부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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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이 더 나가는 선별지원, 그 어리석은 짓을 왜 하나"
 
- 얘길 듣다 보니 업무가 과중되는 이유가 결국은 선별지원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 선별지원이 문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 그냥 다 똑같은 금액을 줘서 돈이 흐르게 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인식으로 하니 선별지원으로 하는 것이다. 선별지원으로 가면 결국 대상자를 선별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아동수당 지급 때 상위 11만명을 걸러내기 위해 쓴 행정비용이 무려 1000억원이라는 거 아닌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왜 반복해야 하지는 모르겠다.
 
비용만 문제가 아니다. 선별지원 하면 소득 조사니 뭐니 하느라 지원하는 시기가 늦어진다. 조사에서 지원까지 최소 한 달, 늦게는 두 달 뒤에나 지급된다. 가게문을 닫은 소상공인이라든가 정말 생활이 어렵지만 일을 못하는 단순 노무자같은 분들에 대한 핀셋지원이 아니라면 다 보편으로 가야 한다."

- 대상자를 가려내는 게 그리 어렵나.
"신청자의 소득과 재산을 다 조사해야 하니까 그렇다. 기본적으로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상자가 신청을 해야 하고, 온라인 신청이라지만 필요한 서류는 다시 주민센터에 와서 내야 한다. 동주민센터가 북적북적 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받는 자와 못 받는 자 사이에 불만이 제기된다. 소득 몇 만원 차이로 받고 못받고 하니까 '나도 세금 내는데 왜 안 주냐'는 목소리가 자연히 나올 것이다. 게다가 어디는 몇백만원을 받고 어디는 하나도 못받을 수도 있으니 지역적 편차가 발생하고 국민적 위화감이 조성된다."

- 담당 공무원 엄청 스트레스 받겠다.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되면 반발이 엄청나다. 우리는 심한 욕설, 심지어 폭행까지 당한다. 선별'지원'이라지만, 주고 끝나는 게 아니다. 왜 나는 안 되느냐, 왜 나는 이거밖에 안 되느냐... 그리고 만약 잘못 나가면 환수까지 해야 하는데, 환수과정에서도 엄청난 민원에 시달린다. 게다가 상품권일 경우 직원들이 가정에 배부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다 잃어 버리면 모든 책임은 직원이 져야 한다. 장기입원자, 해외출국자, 행방이 묘연한 분들 건 갖고 있어야 한다. 그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그래서 보험 들어 달라는 사람도 있다. 과로자살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눈 오면 다 같이 치우는데, 이건 왜 사회복지직만"
 
- 비상 상황인 만큼 그런 업무들을 다른 공무원들도 나눠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동주민센터나 구청이나 폭설이 오면 전 공무원들이 나와서 같이 눈 쓸고 그러잖나. 근데 이것도 재난사태인데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사회복지 공무원이 복지를 해왔기 때문에 무조건 사회복지 공무원이 해야 한다, 왜 우리가 너네 일 도와줘야 하냐는 생각을 갖는 거다.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복지 공무원들 불만 많겠다.
"엄청나다. (프린트한 파일을 보여주며) 이게 다 불만의 글들이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은 어느 부서에서 총괄할지 모르겠지만, 신청부터 지원까지 전달 체계를 표준화해서 매뉴얼로 내려주면 된다. 공무원들은 정부에서 매뉴얼을 내려주면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한다. 근데 계획만 내려주고 그냥 국민에게 신청 받고 시스템 활용해서 지원하라고만 한다."

- 누가 하든 알아서 해라?
"그렇다. 이것은 분명 재난상황인 만큼, 선별 지원이라 하더라도 어느 직렬의 업무를 맡은 자만이 하는 게 아니라 한정된 시기에 공무원들이 TF를 형성해서 함께 해야 하는데."
 
- 음. 그렇게 하자면 거꾸로 다른 공무원들이 불만이겠다.
"당연히 그럴 거다. 그런데 이걸 재난사태로 이해한다면 그럴 수 없는 거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자 우리도 선별 진료소에서 순회근무하고, 방역업무, 코로나의심환자 전수조사, 코로나자가격리자 방문 및 후원물품 전달 등을 하고 있다. 우리 누구도 거기에 불만이 없다. 읍면동, 구청에서 방역 나가는 거 전 직원이 조 나눠서 한다. 그런데 이것(재난기본소득 지원)은 왜 복지지원이라고 하며 사회복지직만 하냐는 거다."
 
- 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고 싶은 점은?
"모든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지원사업을 재난지원이 아닌 복지지원으로 본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자는 측면도 있지만, 더 넓게 보면 돈을 풀어 꽉 막혀 버린 경제를 풀어보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마치 취약계층 지원사업처럼 생각하니 어려운 사람들만 선별해서 주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사업을 재난지원이라고 보고 보편지원으로 전환하여 전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또는 재난극복수당)을 지급하기를 희망한다. 모든 국민이 힘겹다고 느끼고 있다. 보편지원은 경제활성화는 물론 국민들간의 위화감도 해소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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