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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은 아무것도 아니던 2년 전의 나도, 고작 회사원이 된 2년 후의 지금의 나도 그냥 '나'로 남을 수 있게 하는, 나를 지키는 일종의 호신술이 아닌가 싶다.
 운동은 아무것도 아니던 2년 전의 나도, 고작 회사원이 된 2년 후의 지금의 나도 그냥 "나"로 남을 수 있게 하는, 나를 지키는 일종의 호신술이 아닌가 싶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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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글을 볼 때면 '30대에도, 40대에도 반드시 해주지' 하고 가볍게 넘기는 나지만, 그런 내가 한 가지 놓치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운동이다.

눈 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헬스장으로 와 바벨에 플레이트를 건다. 5kg을 더 걸 것이냐 덜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당겨 올리면 코어, 밀어 올리면 하체. 링 위에 올라온 중력이란 놈과 어떻게 싸울 것인지만 결정하면 운동 부위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소위 말하는 이 '쇠질'을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나간다.

나도 처음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프리웨이트존을 돌 보듯이 하며 웨이트에는 영 정을 붙이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신화 속 시시포스처럼 매일 쇳덩이를 올리는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정신이 가장 흔들리기 시작한 대학교 졸업반 시기였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내가 무엇도 할 수 없는 내가 되어갈 때, 무엇이든 시작해야만 할 것 같았고 '운동'은 나의 그 '무엇'이 되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체력과 옷 태가 좋아진 것도 물론 좋았지만 사실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동 후의 결과보다 운동할 때의 성취감 때문이었다. 포기하고 싶고 하나라도 덜 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다그치면서 끝내 운동을 끝낼 때, 속절없이 흐른 땀과 시간을 확인하며 내가 오늘도 이만큼 달려왔음을 인지할 때, 단지 운동을 했을 뿐인데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는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던 무게가 언젠가는 자극을 주지 못하는 무게가 되는 것처럼 내 어깨 위의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도 언젠가는 가뿐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믿음,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며 결국엔 이 시간과 무게를 견뎌낸 것처럼 내 앞에 펼쳐질 알 수 없는 길도 때로는 견디며 때로는 쉬어 가며 결국엔 다 걸어낼 것이라는 믿음, 그런 믿음이 생긴다.

그렇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오만해지는 것도 아닌 게, 운동은 언제나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무리하는 순간 부상이라는 작지 않은 페널티가 주어진다. 이곳은 링 위가 아니라 링 아래이다. 운동을 더 잘하는 사람보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이 더 좋은 사람보다 몸이 더 좋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나 좋자고 하는, 그러니까 나만 좋으면 되는 링 아래라는 것이다.

링 위에서의 싸움은 지피지기일지 몰라도 링 아래에서의 싸움은 나를 알고 또 나를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 나의 능력치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계속해서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과정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몸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솔직하게 바라보고 꾸밈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군살처럼 튀어나온 이기심과 한참 부족한 배려심도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고민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

사람들은 너무 쉽게 '나를 사랑하라'고 조언하지만 나는 그 전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다음에는 사랑할 수 있는 모습의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거울 앞에 나를 바라보면서 얼마나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느냐고,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학 시절 본 광고 회사 인턴 필기시험 때 나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거기에 '스쿼트'라고 답했었다. 의지만으로 이겨 내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한 현실에서, 적어도 이 스쿼트만큼은 한만큼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그리고 2년 후인 지금도 내가 운동을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똑바로 서서 내 눈을 맞추고 몸의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나를 각종 이름과 소속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운동은 아무것도 아니던 2년 전의 나도, 고작 회사원이 된 2년 후의 지금의 나도 그냥 '나'로 남을 수 있게 하는, 나를 지키는 일종의 호신술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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