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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에 코로나 직격탄이 온 건 지난 2월 20일경부터다. 서울의 코로나는 사실 강 건너 불놀이 구경이었던 부산도 대구의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불안의 기운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부산도 며칠 안 남았다고 중얼거린 지 바로 이틀 뒤, 22일 토요일 부산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2월의 마지막 주에는 내가 사업장을 운영하는 센텀 시티에서도 확진자의 동선이 나왔다. 거리가 을씨년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카페와 식당 몇 군데가 문을 닫았고 지하의 단체 급식소들은 도시락만 판매, 배달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꽤 있는지 몇천 명의 출퇴근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고위험군인 노년층 사이에서도 불안은 퍼져나갔다. 아침 일찍부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가득한 내과 및 정형외과가 텅 비었다. 약국마다 "일회용 마스크 없음"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약국에 앉아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 사이의 대화가 들려왔다. 

"옆 동네에서는 누가 길거리에서 쓰러졌다대. 119 왔다 아이가. 그런 사람들은 꼼작 없이 죽는 거라."

마스크 구매가 온라인에서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건 진즉이었지만 이제 생필품 주문도 어렵게 되었다. 쿠팡의 로켓 프레쉬가 죄다 품절이거나 이마트의 쓱 배송이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공지를 볼 때마다 불안이 마음을 잠식했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평소에 많이 먹지도 않는 라면과 생수를 미리 주문했다. 온 세상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3월의 첫 주, 문을 닫았던 카페가 하나 둘 문을 열었다. 마스크가 떨어졌다던 약국에도 '몇월 며칠 마스크 입고'라는 문구가 나붙었다. 아침저녁으로 울려대는 재난 문자에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도 확진자 동선이 확실하게 공개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가 전력을 다해 당신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받는 기분이랄까.

전염병은 속도전이라고 한다. 초기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확산 속도를 확연히 늦추었고 덕분에 서울에서 가장 먼 부산 시민들이 혜택을 받았다.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분명한 정보 공개에 이유 없는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퍼져 나간 불안이 적은 만큼 마스크 수급이나 경제 활성도 더 빠를 것이다. 

곧 봄이 온다. 우리는 모두 우리 편이라는 걸 잊지 말고 다들 버티자. 따뜻한 봄은 반드시 온다.

태그:#코로나 19, #부산, #정부, #마스크,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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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넷플릭스를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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