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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와 사생활 노출을 막기 위해 익명으로 싣습니다.[편집자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경로당에 붙은 임시휴관 연장 안내문.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입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경로당에 붙은 임시휴관 연장 안내문.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입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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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전화를 받은 건 지난 2월 말이었다. 아버지께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됐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1월 말 아버지는 지역 공공시설에서 지인분과 만나 세 차례 식사를 하셨다. 알고 보니 지인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는데, 평소 소염진통제를 복용하셔서 감염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

그분께서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보건당국에서는 곧바로 역학조사에 나섰고, 같은 시공간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아버지는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아버지는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하셨다.

확진 판정, 그 후

아버지는 사정상 혼자 사셨기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평소 자주 만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아버지의 확진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자의 건강 상태를 지역 보건소에 문의했다. 역학조사도 받았다.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고 평소 생활로 돌아왔다. 다들 비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엄격히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기침 예절을 지키고 있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잘 가지 않는다. 뉴스로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면서 대처 방법을 숙지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점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아버지의 건강 상태와 경과를 지켜보며 좀더 차분하게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본래 고혈압으로 약을 꾸준히 드시고 있었고 심근경색, 뇌경색 등 큰 수술도 하셨기에 걱정이 컸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돌아가신 분들은 모두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29일 14시] 사망자 모두 정신·만성질환... 60대 가장 많아).

아버지는 음압격리병실에 계셨으므로 당연히 면회는 할 수 없었고, 전화 통화로 근황을 전해 들었다. 건강 상태는 의료진을 통해 수시로 파악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입원 후에도 발열 증상이 없었고 건강 상태도 안정적이었다.

아버지는 안정적으로 치료와 관리, 세 차례 검체 검사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봤고, 입원 9일만인 지난 2월 29일 퇴원해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아버지를 자가용으로 댁에 데려다 드렸다. 건강한 아버지를 다시 뵐 수 있게 됐다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사회적 낙인이 두렵긴 하지만...

전혀 접촉이 없었다 하더라도 가족 중에 감염병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심리적으로 다른 구성원들을 위축시킨다. 혹시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힐까봐 근황을 전하는 일이 두렵기도 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사람들과 연락조차 되도록 지양하며 조용히 지냈다. 그러다 우리 가족의 상황을 잘 아시는 분들에게 용기 내어 아버지의 확진 소식을 알렸고, 진심 어린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모임이나 교회 활동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는 일은 삼간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2월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입니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2월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입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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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확진자 동선이 나오면 악성댓글을 달거나 이른바 '마녀사냥'처럼 사생활을 추궁하는 이들도 있다. 확진자를 기피하는 심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에 충분하고 적절하게 대비한 경험이 없었다. 정확한 대처방법 또한 잘 모르고 지내왔다. 언론 보도로 알려지는 소식을 접하며 공포와 불안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공포와 불안에 따른 낙인 효과가 걱정된다. 그렇지만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아버지와, 밤낮없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환자의 완치를 이뤄낸 의료진을 보며 힘을 얻는다.

우리 가족 모두 언론에서 자극적인 기사가 나와도 차분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과로하지 않는 등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집중한다. 두려움을 양산하는 일부 보도와 달리, 실제로 확진 환자의 완치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런 경험도 중요한 것 같다.

아버지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 환경에 안도감을 느낀다. 또한 기저질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건강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걸 보며 방역당국을 더욱 신뢰하게 됐다. 물론 아버지가 다른 환자들보다 일찍 확진을 받아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게 된 점도 있다.

모두가 동참하는 방역체계가 필요하다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선 지금, 더 긴박한 상황이 되기 전에 시민들의 주도면밀한 협력을 끌어낼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까 싶다.

당분간은 종교활동 등 단체로 모이는 행사는 되도록 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감기몸살 등의 증세가 있으면 자가격리를 한 채로 3일 정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즉, 모두가 동참하는 방역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감염 사례를 지켜보며 느낀 점들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사회적 포용력이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지만 또한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서로를 품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인이 두려워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이 생겨나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조심하되 배제하지 않는, 혐오하지 않는 자세가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태그:#코로나19, #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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