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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 구하는 기도 드리는 순례 길벗들
 생명평화 구하는 기도 드리는 순례 길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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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 오른 48명의 길벗들이 러시아에서 순례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모둠은 러시아 바이칼 알혼섬과 모스크바, 영국 브루더호프공동체, 프랑스 떼제공동체, 스위스 제네바에서 순례 일정 보냅니다.

첫 일정으로 길벗들은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 불리는 바이칼 호수의 알혼섬을 방문했습니다.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오래된 호수로, 주변 330개 강이 흘러들어올 정도로 물이 풍부합니다. 바이칼은 몽골어로 '자연'을 뜻하는데, 이름 그대로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마르지 않는 젖줄이 되어 주는 어머니 같은 대자연입니다.

부랴트족의 고향으로 알려진 알혼섬은 바이칼에 있는 가장 큰 섬입니다. 부랴트족과 한민족은 DNA 등 유전적 계보에 유사점이 많고, 샤머니즘적 관습과 씨름, 맷돌, 강강술래같이 비슷한 문화와 풍습, 신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섬 곳곳에서 무속신앙의 상징물인 오색 천 조각을 두른 신목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바이칼의 품속에서 온누리 생명평화 곱게 울리길 기도했던 2018년 여름 이후 길벗들은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바이칼 정기의 핵이라 불리는 부르한 바위를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호수, 눈 덮인 산과 들, 세찬 바람과 영하 30도의 날씨였지만 만물을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추위 몸에 새기며 기도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 품고 있는 부르한 바위가 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찾아온 길벗들의 정성을 품고 온누리에 생명평화 전해주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영하 30도의 추위였지만 바이칼의 생명평화 기운 듬뿍 받고 전해준 길벗들
 영하 30도의 추위였지만 바이칼의 생명평화 기운 듬뿍 받고 전해준 길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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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보인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순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관심을 보인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순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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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갈등. 다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알혼섬
 미움. 갈등. 다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알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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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길벗들은 뜨는 해를 보기 위해 다시 부르한 바위를 찾았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빛의 기운 머금기 시작한 눈 덮인 산, 들, 호수는 마치 깊은 잠에 빠져있던 생명이 때를 맞아 깨어나는 모습 같았습니다. 빛의 기운 느껴지지만 아직 해는 보이지 않을 때,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춥다는 말을 한 길벗은 떠올렸다고 합니다.

 
학교에 들어서는 길벗들을 향해 손 흔들며 맞이해주는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
 학교에 들어서는 길벗들을 향해 손 흔들며 맞이해주는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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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넷째 날, 모스크바에서 순례가 이어졌습니다.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는 예로부터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중심부였습니다. 10월 혁명의 중심지이자 국제공산주의운동을 총지휘했던 이곳은 사회주의 운동을 통해 한반도 독립을 꿈꾼 항일애국지사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곳 모스크바에서 길벗들은 1086 한민족학교를 찾았습니다.

1086 한민족학교는 모스크바시 남쪽 베드타운에 위치한 한민족학교로, 러시아 내 유일한 한민족교육을 위한 정규 러시아 학교입니다. 현재 고려인들은 7~8세들로, 과거 한국어 사용 금지 등의 이유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이에 따라 정체성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합니다. 현재 고려인 중 약 3.5%만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엄넬리 교장선생님은 1992년부터 800명의 학생을 지도해 왔고, 개교 직후에는 만성적인 교육 재정난에 허덕이는 러시아에서 왜 고려인들을 위한 학교를 따로 운영하느냐며 주위의 시기와 반발도 심했지만, 지금은 많은 학생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로 인정받고 있다 합니다.
 
무궁화 춤을 선보인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
 무궁화 춤을 선보인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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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은 부채춤도 선보였다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은 부채춤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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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의 <꽃>을 낭송한 학생
 김춘수 시인의 <꽃>을 낭송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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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속춤을 선보인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
 러시아 민속춤을 선보인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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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태평가를 멋드러지게 불러준 1086 한민족학교 학생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태평가를 멋드러지게 불러준 1086 한민족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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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인도를 받아 학교에 들어선 길벗들을 환영하는 마음 담아 학생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쳤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시조 낭송, 우리 춤(살풀이, 부채춤), 태평가, 러시아 전통노래와 춤을 나누었습니다. 길벗들은 러시아인과 고려인이 한데 섞여 한민족의 얼 담긴 춤과 노래 펼치는 모습 보니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동무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합니다. 길벗들도 고려 아리랑, 우리 춤(고성 오광대), 노래 '눈 감고 간다', 풍물 공연으로 답했습니다.
 
'아버님 남기신 선조의 얼 어머님 물려준 조상의 말 가꾸고 다듬고 지키리라 우리는 한겨레 고려사람' 고려 아리랑 부르는 순례 길벗
 "아버님 남기신 선조의 얼 어머님 물려준 조상의 말 가꾸고 다듬고 지키리라 우리는 한겨레 고려사람" 고려 아리랑 부르는 순례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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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눈감고 간다'에 가락을 붙여 노래하는 길벗들
 윤동주 시인의 "눈감고 간다"에 가락을 붙여 노래하는 길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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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과 순례 길벗들 가슴 뛰게 한 사물놀이
 1086 한민족학교 학생들과 순례 길벗들 가슴 뛰게 한 사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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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준비해 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모여 엄넬리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은 1991년 첫 고국 방문 이후, 생김새가 다른 러시아인과는 유창하게 대화하면서 정작 동포들과는 말 한마디 섞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눈물을 쏟으셨고, 이후 모스크바로 돌아와 열심히 우리말 공부를 하셔서 학교에 방문하는 한국 손님들을 더 잘 맞이할 수 있었고,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해 강의하셨다고 합니다. 고려인 학생들에게 우리말과 예절교육을 가르친 후, 손자들이 깍듯하게 인사를 하자 조부모들이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길벗들을 위해 점심밥상을 준비해 주셨다
 학교에서 길벗들을 위해 점심밥상을 준비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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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 한민족학교 일궈오신 이야기 들려주시는 엄넬리 교장 선생님. 민족의 얼을 지키고 계승시키고자 하는 애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갈무리하며 노래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1086 한민족학교 일궈오신 이야기 들려주시는 엄넬리 교장 선생님. 민족의 얼을 지키고 계승시키고자 하는 애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갈무리하며 노래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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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들을 배웅하며 환하게 인사하는 엄넬리 교장선생님
 길벗들을 배웅하며 환하게 인사하는 엄넬리 교장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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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소수민족 억압 정책으로 우리말 사용이 금지당한 때도 있었는데, 현재는 러시아 내 한류열풍으로 우리말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합니다. 열악한 초기 환경을 뛰어넘고 현재는 한국에서 많은 단체들이 방문해 교육과 문화, 예술 지원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81세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일하시며 우리말을 지키려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척박한 러시아 땅을 성실하게 일구었던 한민족의 생명력이 겹쳐집니다. 생명과 평화는 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운 뜻대로 우직하게 살아가는 이들로 인해 곱게 울린다는 사실을 길벗들은 마음에 새겼습니다.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에 있는 백추 김규면 선생님 묘소에서 생명평화 구하는 기도 드린 길벗들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에 있는 백추 김규면 선생님 묘소에서 생명평화 구하는 기도 드린 길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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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백추 김규면 선생님 묘소
 독립운동가 백추 김규면 선생님 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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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의 아쉬움을 뒤로한 길벗들은 독립운동가 백추 김규면 선생님이 잠들어 계신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로 향했습니다. 김규면 선생님은 항일투쟁단체 신민단을 창단하고, 교육·종교운동을 통한 계몽활동을 펼치셨습니다. 1927년 중국에서 활동을 마치고 러시아 연해주로 돌아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서점에서 동양서적 판매원으로 일하셨고, 1934년 이후 모스크바 등지에서 연금생활을 하시다가 활동 기록인 《백추비망록》을 남기셨습니다.

선생님의 묘 앞에서 침묵으로 기도한 길벗들은 동그랗게 모여 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아픔 깃든 역사 현장에서 정직하고 용기 있게 살아가신 선생님의 뜻과 삶 묵상하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2020년 새해에 러시아 땅에 서 있는 길벗들이 앞서 걸어간 선배들의 뜻 이어받아 살아갈 수 있기를, 한반도와 동북아의 생명평화 꿈꾸며 일상에서부터 그 꿈 일구어갈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러시아에서 순례 시작한 48명의 길벗들은 영국 캔터베리에서 만날 브루더호프공동체와의 만남 기대하며 순례 이어갑니다.

태그:#생명평화고운울림기도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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