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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대 1.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 경쟁률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니 '로또 보육'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나은 보육을 제공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국공립은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무조건 믿고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왜 일부 국공립은 학부모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가 그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12회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말]
# 엄마

수북이 쌓인 약봉지엔 엄마의 이름이 쓰여있다. 아이의 발달장애와 자폐증을 알게 된 후 생긴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한 정신과 약들이 아침, 점심, 저녁 칸칸이 매달려 있다. 두 달이 지났지만 엄마는 아직 아들이 겪은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고 했다.

"그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만 간식 그릇이 없었어요... 우리 애만 기저귀를 안 갈아줬어요... 우리 애가 다른 아이들처럼 말할 수 있는 아이였다면 그렇겐 안 하지 않았을까요..."

# 아빠

인터뷰 내내 아빠는 혹여 엄마가 모르는 내용이 나올까 안절부절못했다. 아이 얘기만 나오면 우울증이 심해지는 아내에게 그간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알리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아이 일이 있고 난 뒤 한 달 동안 휴가를 내고 어린이집과 춘천시청, 경찰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 사무실을 홀로 뛰어다닌 그였다.

"저는 울면 안 돼요. 애도 아프고, 애 엄마도 아픈데 저까지 무너지면 우리 가족은 정말..."
 
# 은유


아이는 여러 번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소리치며 거실과 베란다를 뛰어다니다가, 잠시 멈춰 뽀로로만 보길 2시간 35분째. 아이가 갑자기 다가와 무릎에 앉더니, 보드랍고 작은 코를 살며시 기자의 코에 갖다 댔다. 은유(가명, 5세)는 작년 11월 자폐성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한동안 무릎을 떠나지 않던 은유가 일어나 눈물을 훔치는 엄마에게 걸어갔다. 은유가 엄마를 꼭 껴안았다. 은유는 엄마가 왜 우는지 아는 걸까.

바람이 차던 지난 2018년 12월 4일,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세 식구를 만났다.
  
 은유가 울고 있는 엄마를 안아줬다.
 은유가 울고 있는 엄마를 껴안았다. 은유는 엄마가 왜 우는지 아는 걸까.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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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품은 꿈

가족이 춘천에 둥지를 튼 건 지난해 4월이었다. 춘천에 발령받은 아빠는 오래 기다린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엄마는 품 안에만 뒀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사회성을 길러주자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할 땐 다 그렇잖아요. 기대가 있고, 희망이 있고. 춘천에 올 때 우리도 그랬죠. 직장 적응 잘하고 아이 잘 키우자는 소망이었죠 뭐, 별 게 있나요."

처음은 순탄했다. 아빠의 승진 준비는 착착 진행됐고, 무엇보다 은유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은 게 컸다. 5월이라 어린이집 개학 때를 놓쳐 걱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 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게다가 국공립 어린이집이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말도 못 하고 대소변도 못 가린다고 말씀드렸더니 원장님께선 아이가 좀 늦을 수도 있지 걱정 마시라고, 믿고 보내시라고 해서 너무 좋았죠... 거기다 새로 생긴 국공립이니까..."
 

엄마 손을 못 놓던 아이도 조금씩 어린이집에 적응해갔다. 30분, 1시간, 2시간, 나중엔 다른 아이들처럼 하원 시간까지 지낼 수 있게 됐다. "호명 반응도 안 되고 눈 맞춤도 못 하던 은유가 감정 표현도 늘고, 어린이집 가는 표정도 밝아졌어요. 하루는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은유가 담임 선생님께 뽀뽀를 하고 나오는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죠." 엄마가 묵례까지 해가며 회상했다.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그 선생님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몇 번을 인사했는데..."

아이가 좋아지자 엄마의 우울증도 호전됐다. "아내 몸은 아이랑 연결돼 있나 봐요." 아빠는 신기했다. 엄마의 약은 줄어갔고 무기력증이 찾아오는 날도 뜸해졌다. 모든 게 다 잘 돼가는 것 같았다.

그날
 

춘천에서의 희망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18년 9월 28일. 엄마와 아빠는 그날 저녁을 잊지 못한다.

"어린이집에서 은유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아이 이마에서 향수 냄새 같은 게 나는 거예요. 이마면 눈이랑도 가까운 부위잖아요. 하도 냄새가 강해서 그날은 아이를 씻기지도 않았어요. 그랬더니 새벽까지 냄새가 나더라고요."

아이는 말이 없다. 아빤 '선생님이 향수 뿌리고 쓰다듬었나 보지'하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엄만 달랐다. 며칠 전부터 이상했던 낌새들이 순간 엄마의 뇌리를 스쳤다. 은유의 팔과 다리, 등 부위에 멍이 든 일이 잦아진 터였다. 기저귀가 안 갈리고 돌아온 날도 있었다. 바짓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아이가 심하게 등원을 거부했던 아침도 떠올랐다. 엄마는 섬뜩한 직감에 몸이 떨렸다.

엄마는 곧장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어린이집에서 나는 향이란 향은 다 맡아봤지만 냄새의 정체는 끝내 찾지 못했다. CCTV 열람을 요구했다. 원장과 며칠간의 실랑이 끝에 겨우 CCTV 몇 편을 볼 수 있었다. 이상했다. 은유를 돌본 건 평소 아이가 따르던 그 고마운 선생님이 아니었다. "교사가 바뀌었다는 말은 한마디도 들은 적이 없는데..." 한동안 잠잠했던 공황이 엄마를 덮쳤다. "원래 은유를 보던 교사가 원장 눈 밖에 나서 내쫓기고 있던 상황이더라고요." 아빠가 혼란스러웠던 그때를 생각하며 머리채를 잡았다.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우리 아이 앞에만 간식 그릇이 없어요. 새로운 바뀐 교사는 밥을 먹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기저귀 가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은유를 돌본 8일 동안 겨우 2번밖에 기저귀를 안 갈아줬어요. 이게 말이나 돼요? 선생님이 아이를 고의로 밀치고 넘어뜨려요. 다른 아이들이 발로 차고, 심지어 은유를 넘어 다니면서 놀고 있는데 선생님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요. 그걸 본 순간 정말..."

다시 늘어난 약봉지  
 
 '그날' 이후 엄마의 약봉지는 다시 늘어갔다.
 "그날" 이후 엄마의 약봉지는 다시 늘어갔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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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고한 뒤 엄마는 몸져누웠다. 일주일 만에 8Kg가 빠졌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없었던 몽유병까지 생겼다. 어느 새벽엔 엄마 혼자 냉장고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패밀리 사이즈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있는 모습을 아빠가 목격했다. 엄마의 약봉지는 다시 늘어났다. "반 알부터 시작한 약을 수십 개씩 먹고 있더라고요." 엄마가 힘없이 말했다. "여보 나 죽고 싶어." 아빠는 당장 휴가를 냈다. 은유는 밤마다 깨서 이유도 없이 울었다. "그냥 우는 게 아니라 서럽게 울어요. 애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봐요." 아빠는 울 수도 없었다. 자기까지 약해지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

아빠는 직장도 제쳐두고 한 달간 홀로 어린이집을 드나들며 증거를 모으고 춘천시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결과는 허무했죠." 아빠는 한숨만 쉬었다. 2018년 10월 25일, 강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혐의없음' 판정이 났다. 이에 불복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검찰 역시 '혐의없음'으로 2018년 12월 24일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증거 불충분'이란 짧은 이유였다. "뭐가 불충분하다는 건지 당사자에게 설명도 안 해줘요." 아빠는 결국 항소를 포기했다. 낙심한 엄마의 약은 또 늘었다.

"아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국공립 어린이집이면 춘천시가 발 벗고 나서서 조사라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전혀, 전혀 없어요. 다 제가 찾아다니고 이거 문제 아니냐, 원장 만나본 적 있냐, 따져야 해요. 그게 너무 화나요. 오히려 답변 미루면서 시간이나 끌고. 부모가 얼마나 애타는지 모르는 걸까... 경찰도 마찬가지예요. 알아서 조사해주는 게 아니더만요. 물론 다들 바쁘건 알지만..."

아빠의 후회

은유네 집 인터뷰가 끝나고 얼마 뒤. 춘천에서 전화가 왔다.

"은유가 새 어린이집에 너무 잘 적응하고 있어요. 오늘도 선생님께 문자가 왔더라고요. 식판 싹 비우고 깨끗이 밥 잘 먹었다고. 요즘 옹알이도 많이 늘었어요. 자꾸 '무무무무무무무무'이러는데 물 달라고 하는 거예요. 아직은 그거 하나지만 얼마나 기특한지..."

모처럼 아빠 목소리가 밝았다. 은유는 이제 일반 어린이집이 아닌 장애아 특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자폐증 치료도 새로 시작했다.

"이번 일 치르면서 후회한 게 있어요. 은유가 사실 다른 아이들이랑은 좀 다르잖아요. 근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길 바랐던 건 우리 욕심 아니었는지... 은유한테 너무 힘든 걸 요구한 게 아닌가..."

아빠는 지난해 11월 은유의 장애인 등록을 마쳤다. "아이가 조금 늦는 걸 거야, 하면서 미뤄왔는데 은유를 위해선 그편이 맞겠더라고요." 은유의 웃는 얼굴이 새겨진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주며 아빠가 말했다.
  
 아빠와 은유.
 아빠와 은유. 은유네 가족은 결국 춘천을 떠나기로 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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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결국 춘천을 떠나기로 했다. 은유 엄마네 고향 쪽으로 이사 갈 생각이다. 늦은 밤 소양강 변을 따라 이동하던 차 안에서 아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살기 나쁜 동네는 아닌데... 춘천에서 우리 가족이 너무 힘들었네요. 일도 일이지만 가정을 지켜야 하잖아요. 여기 있으면 아무래도 계속 생각날 테니까... 새로운 곳에 가면 조금씩 잊혀지고, 또 희망이 생기지 않겠어요?"

아빠의 담담한 음성이 희미해질 때 즈음, 헤드라이트가 길가의 팻말을 비췄다.

'당신은 춘천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원장 "이미 '혐의없음' 결정된 사안", 교사 "전혀 사실 아니라 황당"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은유에 대한 아동학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아무개 원장은 지난 1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아동학대에 대해선 이미 '혐의없음' 결정된 사안이므로 더 이상 얘기할 것이 없다"라며 "은유는 어린이집에서 충분히 사랑받던 아이였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집의 보육 시스템상 특정 아이의 기저귀만 갈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피해 아동 아버지가 본 CCTV 상에서 8일간 2차례만 기저귀를 갈았다는 게 맞다고 치더라도, CCTV에서 보이는 장소 외에 복도나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갈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원장은 '부모와 상의 없이 은유를 돌보는 교사가 교체됐다는 부모 주장이 사실인가'란 질문에는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다.
 
학대 의혹을 받은 보육교사도 은유에 대한 폭력행위·급간식 미제공·기저귀 미교체·아이들 폭력행위 방치 등 부모 측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해당 교사는 지난 1월 7일 통화에서 "경찰과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CCTV를 확인했고, 이미 아동학대가 아닌 거로 끝난 사안"이라며 "부모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이를 밀치고 넘어뜨렸다'는 부모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 황당하다, 아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넘어지고 혼자 교구장에 부딪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저귀 미교체와 관련해선 "깜빡하고 기저귀를 안 갈아준 적은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다른 교사가 기저귀를 갈아줬다"라며 "기저귀를 안 간다면 소변량이 적어서 그런 것이지 일부러 안 갈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급식 그릇을 제공하지 않는 등 급간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모 주장에 대해선 "식사나 간식을 주지 않은 게 아니라 아이가 먹지 않은 것"이라며 "아이가 식사를 하지 않고 돌아다녔고, 고구마를 줘도 으깨버리고 던졌다"고 반박했다.
 
'또래 아이들의 폭력 행위를 방치했나'란 질문에는 "아이들이 놀이 활동을 하다 보면 은유를 스칠 수도 있고 때로는 밀어서 아이가 넘어질 수도 있다"라며 "제가 그 상황을 못 봤을 수도 있지만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처럼 방임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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