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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감천마을의 전경이다.
▲ 감천마을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감천마을의 전경이다.
ⓒ 나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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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부산의 달동네 감천마을은 저소득층 가정과 독거노인으로 인구의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가난했던 시절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이질적인' 모습과 다채로운 벽화 및 일련의 조형물의 조합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라는 포장지를 얻었다. 

1월 10일자 <부산일보>에 따르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얻은 감천마을에서는 마을 상권의 임대료 상승은 물론 세입자의 월세 상승까지 동반되어 '둥지 내몰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척박한 땅이 희소하고 유명한 달동네 관광지로 둔갑되고, 상품이 된 가난으로 인해 결국 가난의 실소유주가 쫓겨나는 어두운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산업화 시대 개발주의에 튕겨져 나가는 도시 빈민의 설움을 다루었으며 용산참사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면, 부산의 관광명소로 발돋움한 감천마을은 '도둑맞은 가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보다 도시 빈곤에 집중해야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 안종희 옮김| 정가 18,000원 | 반양장본 | 392쪽 | 152*220mm
▲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 안종희 옮김| 정가 18,000원 | 반양장본 | 392쪽 | 152*220mm
ⓒ 출판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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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마을의 사례는 오늘날 현대 도시가 처한 두 가지 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만성화된 도시 빈곤이고, 다른 하나는 지가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의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위 책에서 도시 빈곤과 젠트리피케이션 간의 관계에 대한 다소 불편하지만 독창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역설적으로 도시가 성공하고 있다는 활기의 징후이다. 미시적으로 보았을 때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불공정한 관계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의 입장에서는 도시 경기의 침체와 소멸보다는 도시에 돈과 사람이 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유치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는 계량적으로 크지 않으며, 오히려 이 문제에 집중된 논의가 도시빈곤의 만성화를 가리고 있는 부작용이 더욱 큼을 지적한다. 

저자의 논지를 감천마을의 사례에 적용한다면, '왜 감천마을에서 저소득층이 떠나야 했는가'가 질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가난한 사람들은 감천마을에 몰려 살 수밖에 없었는가'가 필요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만성화된 도시 불평등과 재분배에 실효성있는 진단과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후자의 질문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도시 집중화, 성장과 불평등의 불협화음
 
크고 인구가 밀집된 지식 기반 도시는 단순히 불평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도시와 대도시 지역이 더 크고, 더 밀집하고, 더 집중될수록 경제적 불평등이 더 악화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도시 위기의 핵심이다. 경제 성장을 만드는 요인이 바로 경제적 불평등을 만든다. p.146

저자는 지식기반 경제의 등장으로 인해, 도시 성장의 패러다임이 집중화로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지식과 정보와 문화의 융합을 핵심으로 하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전문 인력들과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활발한 교류를 벌이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시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도시 내 빈부격차의 지리적 구분을 변모시켰다.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도시가 발전할수록 도심가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그 그림자에는 할렘가로 대변되는 빈민 밀집 주거지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부유층들은 도시에서 뻗어나가는 도로를 타고 교외 지역으로 분산해 뻗어나가 넓은 저택을 짓고 산다. 

그러나 저자가 창조계급으로 명명한 전문직, 지식 기반 엘리트 노동자, 기업인, 부유층, 문화 예술인들이 도심으로 되돌아오는 반면, 노동계층과 서민층은 생활비와 주거비 압박에 못 이겨 교외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는 역전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노동계급의 도시들은 세계화로 인한 저임금의 홍수로 인해, 기존 대도심과의 분업 고리가 깨어져 더욱 녹슬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기술 산업 영역에서 최첨단 트렌드를 선도하는 가장 진보적인 도시일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불평등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대조적으로 교외지역은 낮은 인구 밀도로 인해 공공재 공급의 비용마저 비싸져 빈곤층은 더욱 낙후된 변방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시 집중화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안은?

저자는 도시화의 병폐는 도시화를 억제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도시화로 발전하는 것이라 말한다. 도시 집중화 현상은 성장을 위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자칫 도심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어설픈 규제적 발상이나 정반대의 극단적인 탈 규제적 발상은 오히려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깎아 먹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저자는 도시 빈곤의 고착화 메커니즘을 깨기 위해서, 집중이 성장의 새로운 공식임을 인정하고 성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안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도심 집중을 용이케 하고 교외와의 연결을 보다 끈끈하게 하여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분배하는 조건을 탐색해야한다는 것이다. 

저자 리차드 플로리다가 성장을 유지하면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제안한 대책은 임대주택 보급, 대중교통의 활성화, 토지 가치세의 도입, 최저임금의 인상을 제시한다. 책에서 다루는 미국의 도시 빈곤은 인종과 연계된 독특성이 있으며, 미국 도시권의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맥락상의 제약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처방은 국민행복주택, GTX를 비롯한 도시 광역철도, 개정 헌법의 토지 공 개념 삽입,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한국에서 고려되거나 실시하고 있는 방안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 활용방안, 수도권 집중화 및 지방자치분권이라는 미래과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의 상세한 해설과 안내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내린 처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기 완결성을 가지며 논증되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매일경제신문사(2018)


태그:#서평,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도시빈곤,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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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근로자, 부업 작가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과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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