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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기는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지는 때다. 이른바 '인싸'가 되고 싶은 시기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가 변형된 신조어로, 인기 있거나 사교성 좋거나 잘 놀거나 하는 이를 가리킨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간절하게 '인싸'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인싸'가 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특히 어른들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시기는 그들의 부모와 거리가 멀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때 도움이 될 책이 있다면 어떨까? 파주 가람도서관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멋지게 인싸되는 법'이라는 도서 컬렉션을 진행했었다. 이런 흥미로운 컬렉션을 준비한 가람도서관 김현미 사서와 그 취지와 책들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멋지게 인싸 되는 법
▲ 도서 컬렉션 멋지게 인싸 되는 법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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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지게 인싸되는 법'으로 도서 컬렉션을 마련하니 눈길을 끄는데요. 어떻게 해서 이런 도서 컬렉션을 하게 되었나요?
"어떤 주제로 도서 컬렉션을 할지 늘 고민해요. 어느날 퇴근하고 라디오를 듣는데, '인싸되는 법'을 주제로 사연 공모를 하더라고요. 도서관에서 이 주제로 이용자에게 다가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초등 고학년과 독서 클럽을 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인싸'에 관한 얘기가 종종 나와요. 그들의 관심사라는 걸 알 수 있죠. 얘기를 들어보면, 관심받고 싶어하고, 또래들 사이에서 이끌어가고 싶고, 표현도 자유롭게 하고 싶어해요. 한마디로, '사교성 좋은 친구' '리더십 있는 친구' '인기 있는 친구'로 인정받고 싶어하더라고요."

- 청소년 대상으로 미디어, 힙합, 언어생활, 오디션, 화장, 패션, 리더십 등을 다룬 책들을 뽑았는데요. 각 도서들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먼저, 이렇게 책들을 고른 이유를 말하고 싶어요. '인싸'가 단순히 인기에 주목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펼쳐나가고, 나아가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겠죠. 그래서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 봤으면 하는 취지로 책을 뽑았어요. 

<힙합은 어떻게 힙하게 됐을까?> 이 책은 '쇼미더머니'나 '고등 래퍼' 등 힙합이 인기가 많다는 점, 그리고 랩이 노랫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죠.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는 '인싸'에 대해 넓게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골랐어요. 단지 눈에 보이는 인기가 아니라,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로서 역할을 한다면 더욱 좋죠. 이 책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좋은 리더십과 팔로어십을 알 수 있어요.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
▲ 도서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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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반장을 일방적으로 지정하고 따르게 하는 군대식 문화가 지배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도 민주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하게 된 거죠. 학교 과제를 할 때도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리더십이 필요해요. 학교에서 개인 과제가 아니라 팀 과제나 공동 과제를 주잖아요. 사회생활을 할 때도 개인 업무보다 팀 업무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요. 실용성과 함께 성찰까지 제공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에요.
"이어서 <B끕 언어, 세상에 태클 걸다>는 10대의 비속어를 다룬 책이에요. 요즘 10대들이 쓰는 말을 '급식체'(급식 세대가 쓰는 언어)라고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세대 차이도 나고요. 10대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왜 그러는지 학부모 분들도 같이 이해해 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10대 또한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볼 수 있고요."

- 10대의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며, 동시에 그들의 심리와 시대를 이해하는 창이 되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람도서관 김현미 사서.
 가람도서관 김현미 사서.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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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싸'가 되려면, 패션에 대한 자기 생각이 있으면 좋겠죠. 패션은 눈에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표현하는 패션>은 여러 패션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시대의 흐름도 같이 얘기하고 있어요. 지금 친구들이 패션으로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시대가 반영된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유행에 대한 추종이 아니라, 자기 패션을 펼쳐나가길 바라요.

이어 <슈퍼 아이돌 오두리>는 소설인데요. 여자 아역배우가 두 명이 나와요. 외모 콤플렉스도 있고, 경쟁자에 대한 의식도 있고, 그런 내용이거든요.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매력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줘요."

- 이송현 작가가 여자 아이들의 감정 싸움을 재미나게 그려냈고,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를 통해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작품이죠.
"네, 여자 아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책이었어요. 그리고 요즘 10대들이 거의 다 화장을 하고 있잖아요. 무조건 막을 수는 없죠. <10대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는 화장에 대해 이해를 돕고, 화장을 할 건지 안 할 건지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이 책으로 독서 토론을 해봤는데,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더라고요. 있는대로 자신을 보여주면 된다, 화장을 하면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 화장을 잘하면 자신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해서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10대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
▲ 도서 10대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
ⓒ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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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저자 고지원씨가 누나로서, 언니로서 10대들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요. 화장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조언을 주고 있다는 점도 좋았고, 부모와 갈등을 푸는 법도 조언해 줘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미디어 생활>은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많이 하고 있어서 골랐어요. 소셜미디어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죠. 장단점을 알고서 자기 의견을 표현할 때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은 청소년이 봐도 좋겠지만, 학교 교사들에게 더 유용한 책인 것 같아요. 흥미로운 컬렉션이었는데, 도서관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컬렉션 제목을 보고 아이들이 발걸음을 멈추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 책 한 번 볼까 하고 책을 살피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대출 통계를 확인해 보니, 화장 책이 특히 관심을 받았어요. 다른 컬렉션에 비해 더 이용자의 눈길을 끄는 컬렉션이었던 것 같네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책을 매개로 우아하게 소통해 보길, 그리고 청소년들도 진정 멋지게 '인싸'가 되는 데 이 책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태그:#인싸, #청소년, #도서 컬렉션, #가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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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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