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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선택은? '휴대전화, 손, 모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이날 기자들은 대통령의 선택을 받기 위해 휴대전화나 책을 흔들거나 모자를 드는 등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 대통령의 선택은? "휴대전화, 손, 모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이날 기자들은 대통령의 선택을 받기 위해 휴대전화나 책을 흔들거나 모자를 드는 등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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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비교 하나.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 기자회견과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의 신년사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이 점은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올해 신년사를 트위터에 영상으로 올렸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의 후임 사무총장을 모르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포르투갈 출신의 안토니오 구테흐스다. 영상에서 그는 현재 지구 전체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언급했다. '부의 불평등'이 대표적이었다.

패션도 유행에 따라 변하고, 안 변할 것 같은 강산도 10년이면 바뀐다는데, 그야말로 불변하는 게 있다면 불평등이다. 불평등에 관한 수치는 올림픽 신기록 나오듯이 늘 갱신된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UN사무총장이 공히 '불평등'을 화두로 삼은 이유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는 없고, UN사무총장의 신년사에는 있는 이슈가 하나 있다. '기후변화'다. 전 세계에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는 근거의 하나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폴란드 카토비체의 기후변화 협약 타결'을 들었다.

지난 12월 초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도 그는 이렇게도 말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채택실패는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인류의 '자살행위'가 될 것(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이 트위터에 올린 신년사.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이 트위터에 올린 신년사.
ⓒ 안토니오구테흐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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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모두 생소한 말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규제하자는 협약이 1992년에, 몇 년 전 올림픽이 열렸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채택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그 협약의 이름이다. 회의가 매년 한 번씩 열린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영어이름을 줄여서 IPCC(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라고 흔히 부른다. UN 산하 기구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몇 년에 한 번씩 보고서를 낸다.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의 주요 결정은 주로 여기서 낸 보고서를 참고한다.

이 기구가 작년 10월에 인천 송도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승인했다. 2015년 파리에서 있었던 당사국 총회가 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혁명 기준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1.5℃까지만 올라가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돼 있다. 간단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45%)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을 찍어야 한다. 뿜어낸 온실가스 중 나무 심기 등으로 흡수한 온실가스를 제외하면 순배출량이다.
 
 기후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기후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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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한국은 6억5000만 톤을 순배출했다. 정부는 2030년에 5억3600만 톤만 배출하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1.5℃ 특별보고서'에서 잡은 목표대로라면 2030년 우리의 배출량은 3억 톤가량이어야 한다. 낙제점이다.

이 수치들이 실감나지 않으면, 방법이 있다. 상상해보자. 내 집 마련을 위해 뼈 빠지게 일 해, 대출 끼고 3억 원을 모았다. 그런데 집값이 5억3600만 원으로 뛰었다. 어떤가. 이상한 비유지만, 절망적이라는 점에선 계통이 같다. 비슷한 느낌으로 혹은 실제로는 훨씬 강력하게 지구 전체에 퍼져 있는 비관의 기운, 그것이 바로 기후변화다.

1998년 한국은 3억80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었다. 그 1년 전보다 1억 톤 가까이 준 수치였다. IMF로 산업활동이 대폭 위축되면서 온실가스가 줄었던 것이다.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때가 돼야 온실가스도 줄어든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죄다 온실가스 배출과 연관되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불평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기본소득도 그중 하나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기본소득도 그중 하나다.
ⓒ www.wharton.u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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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혁신 성장'을 강조하며, 여러 분야의 계획을 설명했다. 아울러 고용 및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짤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서는 차분히 평가가 필요하다.

다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여 공공인프라 사업을 조기 착공하기로 하고,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이원화하며,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시도들이 혁신성장 및 소득주도성장과 어울리는지는 향후 지속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여러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개선 조짐이 없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러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알래스카나 이란처럼 석유 판 돈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곳도 있고, 의욕적인 기본소득 실험을 잠시 중단한 곳도 있다. 다 좋은 일이다. 새로운 실험 없이 새로운 세계는 불가능하다.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탄소세 같은 걸 걷으면 녹색전환을 이끌 수도 있어서 더 좋다는 의견도 있다. 맞는 말이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에는 탄소배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름이 딱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알래스카나 이란의 사례는 좀 아쉽다. 애초에 석유에 의존한 기본소득이라 녹색전환과는 좀 멀어 보이고, 석유는 수십 년 내로 고갈되니 기본소득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한다

한편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행여 불평등의 심화와 연결돼선 곤란하다. 석탄발전이 태양광발전으로 대체될 때, 노동자들이 무턱대고 실업으로 내몰려선 안 된다. 화석연료의 사용 축소가 가난한 이들의 살림살이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가중시켜서도 안 된다. 월급 차곡차곡 모아 이제 SUV 한 대 장만하려는 사람에게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겠나.

기본소득을 생각하면, 고민이 더 깊어진다. 기본소득으로 소비가 늘면, 화석연료에 더 의존하는 건 아닐까. 없는 살림에 소득이 생겼으니 일부러라도 자가용을 타고, 전기 사용을 늘리고, 난방도 더 하지 않을까. 비닐이나 플라스틱도 더 쓰겠지. 탄소세의 고군분투를 기대할 뿐이다.

고민하는 것은 이런 방향이다. 기후변화대응은 정의로워야 하고, 기본소득은 녹색전환을 이끌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 하나를 제안한다.
 
 생태적 이동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 '녹색참여소득'이라 명명한다.
 생태적 이동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 "녹색참여소득"이라 명명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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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자전거타기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포함하여, 생태적 이동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 전동휠체어, 장애인 콜택시 포함이다. 일단 '녹색참여소득'이라 이름 붙인다(작명 센스로 제안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진 말아 주시라).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의 먼 친척쯤 되는 구상이다.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일을 한 사람에게 기본소득처럼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주자는 발상이다. 기본소득이 애초에 '무조건' 지급하자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참여소득은 먼 친척이 아니라 아예 다른 집안 소속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학자들에게나 중요한 구분이다.

그동안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아마도 '참여'의 종류가 복잡 다양할 수 있고, 참여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 듯하다.

'녹색참여소득'은 참여소득 구상의 단점을 일단은 해결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측정도 쉬워졌다. 요즘 스마트폰엔 이동 시간, 속도, 거리 측정하는 앱 하나쯤은 다 깔려 있다.

기왕에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실험할 요량이라면, 소득을 높이면서 동시에 기후변화를 멈추고, 화석 연료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길을 보다 제대로 논의하자.

아울러, 기후변화대응이 환경운동가와 정책당국자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적극적 관심사가 될 수 있으려면 국민이 직접적 행위자가 돼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촉진하는 시민의 행동이 일상적으로 벌어져야 한다. 그것이 소득 향상과 직접 연결돼 있다면 기후변화 대응의 충격이 불평등하게 전가되는 걸 막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기적 행동이 이기적 결과로 연결되는 일은 자본주의의 일상을 통해 지금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이타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타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숭고하나 피곤하다. 이기적 행동이 이타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그건 해볼 만하다. '녹색참여소득'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생각해보면,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계란을 바로 세우는 일도 그랬다. 당장 반박논리도 예상된다. 무플보다는 악플이니, 모든 반응이 소중하다. 누군가는 걷기와 자전거타기,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조건으로 참여소득을 지급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사회적인 변화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당장 오늘 밤부터 고민해 볼 거라 믿어 본다.

"만약 하루 만 보를 걸으면..." 과연 공상일까, 아니다
 
 배우 하정우.
 지난 11월 "걷는 사람, 하정우"를 펴낸 배우 하정우씨.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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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가 하루 만 보를 걸으면 무조건 만 원을 주고 1보당 1원씩 적립해서 환전해준다고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공상을 해본 적이 있다. 걷기야 팔다리를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니 그것만으로도 돈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악착같이 걸을 것 같다."

배우 하정우가 최근에 낸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한 말이다. 천만 배우의 '엉뚱한 공상'이 영화처럼 현실이 되는 날을 상상한다.

기후변화를 막는 노력은 급하고, 기본소득은 더 창조적으로 실험될 필요가 있다. '녹색참여소득'이 그 노력과 실험의 한 갈래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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