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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책은 청소년을 위한 교과서인 만큼 각계층의 의견을 더욱 충실하게 듣고자 한다"며 "책은 완성본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고쳐 나가는 국민의 교과서이다. 꾸준한 보완을 거듭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2016.11.28)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책은 청소년을 위한 교과서인 만큼 각계층의 의견을 더욱 충실하게 듣고자 한다"며 "책은 완성본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고쳐 나가는 국민의 교과서이다. 꾸준한 보완을 거듭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2016.11.28)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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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강행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인사 대부분이 소속 학회나 대학으로부터 징계 등 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오히려 일부 인사는 당시 교과서 편찬 총책임기관이었던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학계에 따르면,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징계를 받은 이는 최성락 목포대 고고학과 교수가 유일하다. 최 교수는 국정 교과서의 고대사 부문에 집필진으로 참여했다가, 한국고고학회로부터 2년간 회원자격 정지를 받았다. 그는 한국고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던 2015년 10월께 국정 교과서 반대 성명에 앞장섰다가 다음해 1월 회장 임기를 마친 뒤 교과서 집필진에 합류했다. 

이 외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교과서 국정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김정배 전 국편 위원장을 포함해 집필진 22명(현장교원ㆍ연구기관 소속 제외)의 대학 교수 중 본인이 속한 학회나 대학으로부터 징계를 받거나 입장 표명을 한 인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학자들은 소속 학술단체를 통해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논문 발표를 하기 때문에 학회 차원의 징계가 주는 제재와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집필진 중 6명이 국사편찬위원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편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집필진을 선정하고 자료수집ㆍ편찬ㆍ감수 등을 맡은 주무기관이자 총책임기관이었다.

현재 국편 위원은 조광 위원장과 편사부장 포함 14명으로, 이들 가운데 최성락 목포대 교수(고대사 집필), 이재범 전 경기대 교수(고려사),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조선사), 한상도 건국대 교수(근대사), 유호열 고려대 교수(현대사), 정경희 영산대 교수(세계사) 교수 등 6인이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었다.

위원 중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는 집필진은 아니었으나 집필진의 원고를 검토하고 수정ㆍ보완을 요구하는 편찬심의위원이었다. 이기동 석좌교수는 새 정부 들어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자진 사퇴했으나 국편 위원직에선 물러나지 않았다. 전체 위원 14명 중 절반인 7명이 국정 교과서 관련자다.  

이들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 추진 작업이 한창이던 2016년 3월, 김정배 전 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 장관 명의로 위원에 위촉됐다. 이때 이재범ㆍ한상도ㆍ유호열ㆍ정경희 위원이 새로 위원이 됐다. 최성락ㆍ손승철ㆍ이기동 위원은 17대에 이어 연임됐다. 앞서 전 해인 2015년 11월 집필진이 구성됐음에도 비밀에 부쳐져 '복면 집필' 논란이 일던 때였다. 사실상 국정 교과서 도입을 찬성하고 집필에 참여한 인사들에게 보상을 준 셈이다. 위원 임기는 3년으로, 2019년 3월 7일까지다.

교육부가 구성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정배 전 위원장이 집필진 후보자 목록을 작성해 청와대에 올리면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종 낙점했다. 이들은 1인당 평균 2500만 원의 집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통상 교과서 집필료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조광 국편 위원장은 지난 6월 초 "역사전문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정체성을 망각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정책 추진의 공범자가 되고 말았다"면서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사과문이 진정성이 결여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 중 최성락ㆍ이재범 교수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까지 겸직하고 있다. 전임 김 위원장과 현 조 위원장은 모두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출신으로, 김 전 위원장이 조 위원장의 선배다. 

검찰 수사와 교육부 징계도 늦어지고 있다. 조사위는 지난 6월 초, 진상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정책 결정ㆍ집행과정에서 확인된 위법ㆍ부당 행위와 관련 당시 청와대 관계자 5명, 교육부 관계자 8명, 민간인 4명 등 총 17명을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하고, 이중 6명의 교육부 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검사실은 배정받았지만 (수사 의뢰인에 대한) 출두 요청이 아직 없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돼야 징계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법원의 최종 판단과 별도로 관련자가 재판에 넘겨지면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절차를 밟는다.

국정 교과서 편찬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최근 계약 만료, 정년퇴직 등으로 국편을 떠나면서 국가공무원법상 징계는 면했으나, 이들 중 일부는 검찰 수사에 따른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사연구회 등 국내 14개 학술단체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한 정부기관(교육부ㆍ국편)과 정부출연기관(한국학중앙연구원ㆍ동북아역사재단ㆍ한국연구재단ㆍ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학계가 반성과 비판 등 자정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사학과 교수는 "입장 표명은 전혀 없고 현재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집필진도 있다. 유일하게 행동에 제재를 받은 이는 최성락 교수뿐"이라며 "김정배 위원장이 가장 비판받아야 하지만 수많은 선후배들 중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본인도 잘못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내부자에 대해선 어떤 비판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적어도 역사학자라면 후대 역사에 어떻게 남겨질지 고민해야 하고 이렇게 넘어가면 후배들이 선배 역사가들을 어떻게 기록할지 두려워해야 한다"며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관련 공무원만 처벌하라고 성토한다"고 꾸짖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박근혜, #국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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