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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016년 6월 1일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심어 놓은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 앞에, 김영만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6월 19일 말뚝을 박고 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016년 6월 1일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심어 놓은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 앞에, 김영만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6월 19일 말뚝을 박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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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강퇴 당한 그의 처지를 보면 이곳에서 죽어나간 나무들처럼 '정치생명 재생제로'다. 내가 보기에 그는 이제 '희망제로'다."

김영만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경남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경남도청 정문 앞에 심어 놓은 '채무제로 기념식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영만 의장은 6월 21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홍준표 기념식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게 아니라 없애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2016년 6월 1일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채무제로 기념식수'를 했다. 처음에는 사과나무를 심었는데 말라 죽어가자, 경남도는 6개월 뒤 '주목'으로 바꾸었다.

그 주목도 고사 위기가 되었고, 경남도는 2017년 4월 23일 다른 주목으로 바꿔 심었다. 그런데 바꿔 심어 놓은 주목이 또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고사 위기에 놓였다. 현재 경남도는 나무 위에 차양막을 치고 영양제를 투입하는 등 조치를 해놓았다.

그런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있어 왔다.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5일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앞에 홍준표전 지사를 비판하는 팻말을 세워 놓기도 했다. 

그 팻말에는 "홍준표 자랑질은 도민의 눈물이요. 채무제로 허깨비는 도민의 피땀이라. 도민들 죽어날 때 홍준표는 희희낙락. 홍준표산 적폐잔재 청산요구 드높더라"라고 적혀 있었다.

지방선거 뒤 다시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19일 이곳에 "홍준표 염치제로 나무 철거. 홍준표 적폐나무 즉각 철거하라"고 쓴 말뚝을 박아 놓았다.

경남운동본부는 "홍준표가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채무제로는 경남도민의 고통과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홍준표는 무상급식 중단으로 아이들 밥값을 빼앗고 공공병원 진주의료원 폐쇄, 시군 보조금 삭감, 그리고 성평등기금과 환경보존기금, 통일협력기금 등 도민의 복지와 경남의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한 기금을 전용하여 채무제로를 만들었다"고 했다.

또 이들은 "대통령병에 걸렸던 홍준표는 경남도정을 자신의 치적을 쌓는 수단으로 삼았고, 보여주기식 도정을 위해 경남도민을 희생시켰다"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고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일에는 돈을 퍼부었다"고 했다.

김영만 의장은 "도민의 세금으로 또 새 나무를 사서 심는다면 그건 도민들의 혈세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이 그를 정치적으로 응징했다. 이 나무로 끝내라는 것이다. 이 흉물을 뽑아 버리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영만 의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로, 말라죽어가고 있다.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로, 말라죽어가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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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지방선거 참패로 자유한국당 대표에서 사퇴했는데.

"대통령후보 때나, 당 대표 때나, 경남도지사 때  하던 버릇 그대로 하더니 결국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응징을 받았다. 칼로서 일어선 자 칼로서 망하듯이 막말로 일어나 막말로 망했다. 그것도 혼자도 아니고 보수를 통째로 망하게 했다. 심는 대로 시들어 죽어나가던 홍준표의 기념식수가 홍준표의 앞날을 예고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 '기념식수'가 된 곳은 위치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위치는 경남도청의 정문의 정면이다.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다. 바로 이곳에 경남도민의 꿈과 희망인 즐겁고 행복한 삶을 형상화한 '낙도의 탑'이 서 있다. 그러니 얼굴 중에서도 웃는 얼굴 형태이다. 그런데 이 상서로운 기운이 도는 '탑' 앞에 홍준표가 기념식수로 심어놓은 거목들이 몇 해 동안, 그것도 여러 차례 누렇게 죽어가는 모습으로 탑을 가로막고 있으니 경상남도에 무슨 복이 들어오겠는가 싶다."

- 말뚝에 보니 '염치제로'라고 해 놓았던데.
"이곳에 '채무제로 기념식수'를 한 것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거나 세종대왕 동상 앞에 전두한 동상을 세운 꼴이다. 홍준표의 뻔뻔하고 몰염치한 행위를 보면 채무제로가 아니라 '양심제로', '염치제로', '인성제로', '품위제로'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강퇴 당한 그의 처지를 보면 이곳에서 죽어나간 나무들처럼 '정치생명 재생제로'다. 내가 보기에 그는 이제 '희망제로'다."

- 이번 기회에 기념식수와 관련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데.
"어떤 도지사라도 기념식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남도청 부지는 넓다. 식수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홍준표처럼 기념식수 하나로 도민들을 이렇게 스트레스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하다. '식수 금지구역'이라도 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를 없애자고 하니까 일부에서는 괜히 갈등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그냥 두자는 목소리도 있는데.
"마음 한편으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은근히 걱정된다. 승리자의 여유를 부린답시고 화해니 협치 운운하면서 은근 슬쩍 용인하고 넘어 갈까 봐서다. 이 문제를 절대로 정치적 입장에서 타협적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 도민의 관점에서 처리해야 한다. 도청 정문에 들어서면서 이 나무를 보고 재수 없다고 침을 세 번 뱉는 시민도 보았다."

-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
"이전은 절대 안 된다. 다 죽은 나무를 어디로 이전한다는 말인가. 도민의 세금으로 또 새 나무를 사서 심는다면 그건 도민들의 혈세다. 전임 도지사에 대한 예우는 그만하면 엄청나게 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이 그를 정치적으로 응징했다. 이 나무로 끝내라는 것이다. 이 흉물을 뽑아 버리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 새 경남지사가 취임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지.
"당연하다. 오는 7월 1일 새 지사가 취임하기 전에 처리가 되어야 한다. 새 지사가 취임하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 또 정치적 배려를 한다든지 하면서 어물어물 할 수가 있다. 새 지사와 관계 없이 그 전에 생긴 일이니까 권한대행 체제에서라도 처리하는 게 맞다."

- 이 나무와 관련한 도민들의 반응은?
"우리가 지난해 9월, 나무를 없애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나무 앞에 항의성 팻말도 박아 놓았다.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한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에 선거를 끝나고 난 뒤, 주변에서 그 나무부터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이번에는 진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금이 적기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5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통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전 지사가 정문 화단에 심어 놓은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를 철거하라고 촉구한 뒤, 표지석 앞에 팻말을 세워 놓았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5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통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전 지사가 정문 화단에 심어 놓은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를 철거하라고 촉구한 뒤, 표지석 앞에 팻말을 세워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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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준표, #채무제로, #김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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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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