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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렸다. 한 유명한 정치인을 7년 동안 모신 운전기사가 어느 날 비서관을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리면서 "나 잘렸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서 많은 망설임 끝에 그 정치인에게 2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더니 다음날 바로 해고당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설마 그랬으려고?' 하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직접 보았고, 그토록 비정한 성격에 정이 떨어져 일찍이 그 정치인의 곁을 떠났다는 비서관이 TV 방송에 출연해서 증언한 말이라고 하니 신빙성이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정치인은 참으로 몰인정하고 인색하며 덕이 없는 사람이다. 타인을 도와줄 능력이 충분하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는커녕 밥줄을 끊어버리는 심보는 고약하기 짝이 없다. 평범한 사람이 인색하다면 주변 사람에게 욕을 먹으면서 저 혼자만 외롭게 살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힘없고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다면 그 조직이나 사회의 환경은 크게 오염이 된다.

인색한 사람은 대체로 이기적이고 냉혹하므로 주변에는 친구가 드물다. 진실하고 괜찮은 사람은 모두 떠나고, 이익을 좇는 부류만 기웃거리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린다.

돈을 쌓으려는 심리

세상에서 제일 더럽고 무서운 것이 돈이라는 말이 있다. 엄밀히 말해서 돈이 더러운 게 아니라 돈을 통해 알 수 있는 사람의 욕심이 더럽고도 무서운 것이다. 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통해 우리는 무섭고도 끔찍한 사람의 욕심을 발견한다. <진서(晉書)> '은호전(殷浩傳)'에 전본분토(錢本糞土)라는 말이 나오는데, 돈이란 본래 더러운 물건이니 장차 돈을 얻고자 한다면 더럽힘을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토(糞土)는 똥을 섞어 썩은 흙을 말한다.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도 돈을 똥에 비유했다.

"재물은 분뇨와 같다. 쌓여 있을 때는 악취를 풍기지만, 뿌려졌을 때는 거름이 되어 흙을 기름지게 한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연구에 의하면, 한 살 이후에서 세 살까지 항문기의 아기는 똥에 대해 더럽다거나 청결하다는 개념이 없다. 오히려 똥을 자기 몸의 일부로 여겨 몸속에 간직하려고 하며, 자신이 만들어 낸 큰 똥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렇게 소중한 똥이 불결한 물질로 인식되는 것은 대소변을 가리도록 가르치는 보호자의 훈육에 의해서다. 만약 대소변 가리기를 조급하거나 억압적으로 시키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항문기 고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즉 지나치게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결벽증이나 인색함, 혹은 융통성이 없는 성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이런 주장에 착안해 에리히 프롬은 축재(蓄財) 심리를 해석했다. 즉 돈을 쌓아두는 것은 자기 똥에 집착하는 항문기 아기와 같은 미숙한 인격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인색한 사람들의 정신을 분석해 보면 대체로 인풋(input)은 있는데 아웃풋(output)은 없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소유에 대한 집착이 만성 변비를 만드는 것과 같다. 장내에 똥이 오래 남아 있는, 이른바 '숙변'이 몸 건강에 많은 해를 끼치는 것처럼 인색한 성격은 인간관계와 정신 건강에 막대한 해를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에리히 프롬의 글에서는 인간을 바라보는 참으로 따뜻한 마음이 읽힌다. 프롬은 인간 생존을 크게 '소유'와 '존재'의 양식으로 나눈다. 소유 양식은 재산, 지식, 권력 등 탐나는 것을 욕심껏 움켜쥐려고 하는 것을 뜻하고, 존재 양식은 어떤 것을 소유하지도 않고, 또 소유를 갈망하지도 않으면서 즐겁게 자기의 재능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양식을 나타낸다.

예컨대 꽃을 따는 행위는 소유에 해당한다면 단지 꽃을 보고 즐기는 행위는 존재에 해당하다. 예수와 악마는 여기서는 두 가지 정반대되는 원리의 대표자로서 나타난다. 악마는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탐욕의 대표자이고, 예수는 소유하지 않고 끝없이 나누는 사랑과 믿음의 대표자이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그 덕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
▲ 德不孤必有隣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그 덕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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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이 되고 길이 된 사람들은 한결같이 소유적 삶이 아닌 존재적 삶을 살았다. 일신의 영달을 꾀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헌신했다.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의 삶도 철저히 존재적이었다.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에 인(仁)과 더불어 덕(德)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쉽게 말해서 덕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하는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지니고 실천해야 할 고귀한 품성으로서 덕을 말한다. 세상 사람이 우러르고 따르는 덕망을 '인망(人望)'이라고 하는데,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임은 분명하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인정 욕구가 있다. 인정을 받아야 사는 맛을 느끼고 행복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고는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의 진실한 마음이다. 참된 명예와 존경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먹고 자라므로 돈으로 살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덕을 쌓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 하였다. 덕이 있으면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내 욕심을 채우지 않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 온정을 베풀고 이해심이 깊은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고 가까이하려고 한다. 반대로 야박하고 인색한 사람은 뱀을 보듯 백안시하며 멀리한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젊어서 덕을 쌓지 않으면 늙어 죽을 때 고기 없는 빈 연못을 지키는 따오기처럼 쓸쓸하고 처량하게 죽는다."

역행보살(逆行菩薩)이라는 불가 용어가 있다. 악행의 나쁜 인과응보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려고 일부러 못된 짓을 하는 보살이다.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역행보살을 보고 만난다. 근래에 정치인을 위시한 유명인들이 부도덕한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구속되기도 한다. 권력을 무기 삼아 개인의 탐욕을 추구하다 오욕의 구렁텅이에 깊이 빠진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죄를 지었으면 누구든지 벌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렇듯 지나친 탐욕의 결과는 언제나 아름답지 못하다. 추악하게 몰락하는 유명인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욕심을 경계하고 작으나마 덕을 쌓는 삶을 살아야 한다. 물질적인 나눔도 좋지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덕을 쌓을 수 있다. 온화한 눈빛,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친절도 덕이다. 덕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외롭지 않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블로그 '축셩여석의 방'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덕불고필유린, #전본분토, #역행보살, #소유적인 삶과 존재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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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3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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