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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헌 이후 31년 만에 다시 개헌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단임제냐 중임제냐. 권력구조를 논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헌은 생각보다 훨씬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 한 사람의 국민으로 언제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걱정없는 삶을 꿈꿀 수 있는지 개헌은 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만드는 헌법'이라는 기획을 통해 여러분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장애인, 농민, 노동자, 성소수자, 사법피해자, 취준생 등 각자의 위치에서 '내가 생각하는 헌법, 내가 바라는 개헌의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기사로 써서 보내주세요. '내가 만드는 개헌'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얼마 전 배우 윤균상이 자신의 SNS에 킬트 종의 고양이를 펫숍에서 데려와 입양했다는 이야기를 올렸고, 이에 많은 네티즌이 그를 비판했던 일이 있었다. 품종묘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개량되어 만들어져 유전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종인데, 왜 연예인으로서 품종묘를 홍보하느냐는 것이 비판의 골자였다. 그러나 유기동물을 입양하지 않고 품종묘를 키운다는 것 자체로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으며, 특히 품종묘에 대한 문제를 어느 개인에게 책임지울 수도 없는 일이다. 애묘인인 그가 묘연이 닿은 특정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한 개인에게 묻는 책임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차치하고 생각해 보면, 펫숍에서 동물을 분양받은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인식의 변화를 알려주는 듯하다. 즉, 이제 펫숍에서 '사온' 강아지나 고양이를 자랑스럽게 SNS에 자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을 입양하느냐를 떠나서 강아지, 고양이 공장에 대한 부정적인 실태가 널리 알려지고 펫숍에서 분양받는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적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동물에 무지한 정책, 좌절하고 주춤했지만 

동물도 사람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동물도 사람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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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21일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이전에 비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책임있게 반려동물을 돌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변화를 나타냈다. 예를 들면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고, 동물 유기 시의 과태료도 기존 100만 원 이하에서 300만 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여전히 동물학대의 기준이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 문제점이 많이 남아 있지만 더디게나마 한 걸음씩 나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반려견으로부터 개물림 사고 등 안전을 지킨다는 취지로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반려견을 '맹견/관리대상견/일반반려견'의 세 단계로 구분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체고 40cm 이상의 개는 관리대상견으로 지정되어 외출 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모든 반려견의 목줄은 2m 이내로 제한한다는 항목도 있었다.

체고 40cm라는 막연한 기준, 그리고 개에게 '입마개'의 불편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해당 정책은 많은 반려인들에게 반발감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반려동물 정책을 만들면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운 정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철회 요청이 잇따랐고, 결국 정부에서는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단순히 우리 사회에서 관리, 통제하는 대상으로 보았던 이번 정책은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한 걸음씩이나마 내딛어온 동물 문화의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허탈했다. 이토록 동물에 무지한 사회가 진정한 동물보호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염려되었고, 약자를 돌보고 합리적인 사회 체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정책이 도리어 앞장서서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듯해 막막했다.

그 영향인지 최근에 점점 반려동물이 함께 갈 수 있는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반려동물 박람회에서도 반려동물 동반을 금지하거나 혹은 입마개 착용을 해야 한다고 알렸다. 반려동물을 공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한하고 통제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정책이 적어도 부채질을 하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듯이 반려동물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자연스러운 삶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반려인의 역할과 자격이 중요하다. 동물의 특성을 제대로 배우고 돌볼 의지가 있는 반려인이라면 몸집 큰 개에게 무조건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로 키울 수 있다. 마트에서 동물을 판매하고, 누구나 돈만 내면 생명을 살 수 있다는 지점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생명을 대하는 방식에 대하여 돌이켜보아야 한다.

동물을 재산이 아닌 '생명'으로 보는 헌법

동물이 재산이 아닌 생명으로 여겨질 수 있는 나라.
 동물이 재산이 아닌 생명으로 여겨질 수 있는 나라.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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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 네티즌이 커뮤니티를 통해 섬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묶여 있는 리트리버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 리트리버가 말라 버린 물그릇 앞에서 갈비뼈가 다 드러난 채 바람 피할 곳도 없이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청이나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해 보았으나 버려진 개가 아니라 주인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정작 주인은 15살이 넘은 그 노령견에게 '새끼를 빼서 잡아먹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물건', 즉 '재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소유자가 있는 동물이 학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되어도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법적으로 소유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항목이 없기 때문에 자칫 불쌍하다고 데려오면 재산권 침해로 절도범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했다 해도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 더불어 한 번 학대나 유기를 했던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물론 자신이 기르는 동물에 대한 동물학대가 인정된다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지만, 타인의 동물을 학대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재물손괴죄란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상 그 타인의 '재물'에 반려동물이 포함되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이 개정을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동물을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헌법에서 동물을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행법에서는 (동물의) 생명보다 재산권이 우선되는 셈이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흐지부지되는 사례도 많다. 어쩌면 그런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사람을 향한 범죄와 달리 동물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물어주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명 경시 풍조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물을 향한 폭력성은 언제든 사람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동물자유연대에서는 동물학대 조항의 세분화를 요구해왔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 학대의 유형이 너무 모호하거나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법의 빈틈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처벌할 수 있는 동물학대 행위를 구체적인 조항으로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세분화가 필요한 이유는 '문구화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법 집행자 및 판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 등에서는 동물학대 행위를 법적으로 세분화하여 규정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관리와 사고 예방도 중요하지만, 동물보호법은 말 그대로 사람들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약한 생명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마트에서 물건 팔듯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도, 그렇게 사온 동물을 가볍게 내다 버리는 유기 행위를 처벌하는 것도, 동물의 특성을 이해하는 관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 법에서 근본적으로는 동물을 한 생명으로 존중하는 전제가 필요하다. 동물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생명에 대한 자격과 책임을 갖추는 방향의 반려동물 정책이 갖춰져야 한다. 보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와 정책으로 반려인도 비반려인도 만족할 수 있는 법안이 정착되기를, 그래서 동물도 사람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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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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