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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실한 츄이구이의 빵들이다.
 튼실한 츄이구이의 빵들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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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인스타그램(SNS)을 주로 하는 나는 새로 생긴 빵집이나 못 가본 빵집 사진이 올라오는 걸 종종 볼 수 있어, 그걸 보고 빵을 사러 나가는 일도 많은데, 여기도 그런 연유로 알게 된 곳 중 하나였다. 요즘엔 아무래도 SNS를 통해 소통하고 홍보하는 가게들이 많아지니만큼 가게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SNS가 필수 아닌 필수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작년 여름 이곳을 갈 무렵엔 지금처럼 새로 오픈하는 가게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기에 이런 한 곳 한 곳을 찾는 일은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값진 정보이자 나만의 여행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파란 외관, 빨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 외관, 빨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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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월동의 주택가. 좀 더 내려가면 재래시장이 있고, 아직은 도심이라기보다 조금은 세월의 무게가 남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더해 주변은 공사 중인 곳이 많아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약간은 삭막한 분위기도 느껴지고.

"잘도 이런 곳에 빵집을 내셨네..."

그런 생각을 품으며 제법 긴 언덕길을 올라 도착한 츄이구이 브레드. 파란색으로 칠한 외관에 영어로 쓴 메인 간판. 옆에 달린 동그란 '빵' 글씨의 옆 간판을 제외하면 이 동네랑은 조금 이질적인 세련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건강한 빵이 맛없다는 편견은 츄이구이에서 버려주세요."

빨간 입간판에 적힌 글씨. 이집은 건강빵을 중심으로 파는 가게다. 간판 밑에 적힌 것마냥 지금은 프레첼과 치아바타 맛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사진보다 더 많은 빵을 파는 곳이다.
 이 사진보다 더 많은 빵을 파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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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식사빵들이 매력적인 빵집이다.
 구수한 식사빵들이 매력적인 빵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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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크지 않은 내부의 중심에 자리한 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각종 견과류나, 건과일 등을 넣은 통밀 사워도우 빵, 밤이나 씨앗, 바질 등으로 맛을 더한 치아바타 같은 식사용 빵들이 처음에 보인다. 뒤로 넘어가면 버터나 크림치즈 등을 넣은 프레첼도 있고 두툼한 크기가 시선을 사로잡는 앙버터나 스콘도 갖추어져 있다.

개인적으론 명란젓을 넣은 치아바타나 초콜릿과 버터를 같이 샌드한 프레첼에서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유니크함이 느껴져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카운터 쪽을 보면 케이크 류나 과자 캔디 류 같은 디저트들도 쏠쏠하게 진열되어 있고.

예전엔 이런저런 다양한 빵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몇 가지 큰 줄기를 놓고, 그걸 세분화 시켜서 만드신다고 한다. 처음 이곳을 들렀을 때를 생각하면 메뉴가 제법 자리가 잡힌 느낌이랄까?

그렇게 변화를 거친 츄이구이 브레드의 빵들은 개성이 있으면서도 제법 요즘의 트렌드와 조화를 이루며 이곳만의 메뉴로 둥지를 틀었다. 개인적으론 오픈 초기부터 변해 온 과정을 떠올려 보면, 쉐프님께서 제법 치열하게 연구하셨구나 싶은 생각도 들곤 한다.

달다구리 빵도 제법 많다.
 달다구리 빵도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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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첼, 치아바타 종류가 많다.
 프레첼, 치아바타 종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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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해선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오븐이 보이는 주방 쪽에 보이는 직원 분들을 보며 "이젠 북적북적 해졌네요"라고 물었더니 쉐프님께서 하신 말이다. 있는 메뉴만 쭉 해나가기에도 벅찬 게 새벽일이 많은 제빵일의 현실인데, 이런 저런 시도까지 많이 하시다보니 혼자 감당하기엔 어려우셨던 거 같았다. 그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종종 있으신 듯 보였고.

그래도 어쩌면 그런 노력들은 보이진 않아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혹은 다른 방법으로 알아봐 주시는 건 아닐까? 내가 이곳을 처음 들렀을 때 또 두 번째 들렀을 때 모두 100프로 만족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속 가고 싶어지는 느낌, 아직은 글로 표현하기엔 실력이 부족해 이렇게 밖에 적을 수 없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무언가가 있어 세 번째 방문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

처음엔 빵보다 당근케이크가 기억에 남아서, 다음에도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초콜릿 큐브가 기억에 남아서, 어떻게 보면 식사빵보단 디저트에 가까운 것들이 맘에 들어 종종 방문하다가 차츰 이곳의 치아바타나 다른 건강빵들의 매력에 물들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때의 빵들이 이제 남아 있지는 않지만, 어느덧 츄이구이 브레드는 이 동네를 거쳐 갈 때 그냥 지나가기 아쉬운 가게로, 또 이따금 생각나는 가게로 변해 있었다.

한켠에 보이는 다양한 베이킹 서적들
 한켠에 보이는 다양한 베이킹 서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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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사서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 제법 복잡하다. 그래서인지 가게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엔 찾아오는 길이 쉽지 않으니 지도라도 꼭 찾아보고 방문해주시길 바란다는 글이 적혀있다. 처음엔 이런 동네에 생기는 빵집이면 필시 옛날스타일 빵들만 파는 곳이 아닐까 싶었고, 그다음엔 식사빵을 파는 곳이라면 얼마 못가지 않을까 했다.

그런 내 편견을 보기 좋게 무너트려준 빵집.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지만 삶은 항상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하지 않던가? 빵도 사람이 만드니 만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더 궁금해진다.

명란젓이 빵에 들어가다니!
 명란젓이 빵에 들어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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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곳의 빵들을 먹어보지 않을 수 없지

명란 치아바타는 피자 도우처럼 동글납작하게 만든 치아바타 위에 명란젓 소스를 바르고 치즈와 허브를 올린 빵. 덕분에 해물의 향이 살짝 있긴 해도 허브 향으로 잘 가려져 비린 느낌이 없었다.

조금 기름지면서 씹을 때마다 배어나오는 명란과 치즈의 짭조름한 맛이 특징. 입맛을 쪽쪽 잡아끄는 매력 덕분인지 묘하게 '맥주 안주로도 좋겠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베이스가 되는 빵 자체는 겉은 거칠고 속은 촉촉한 질감인데 질깃하게 씹히는 식감과 담백한 맛이 있었다. 조합이 조합 때문인지 동서양의 만남을 느낄 수 있던 재미난 빵.

초콜릿과 버터의 매력적인 조합이다.
 초콜릿과 버터의 매력적인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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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 버터 프레첼은 프레첼이라는 독일식 빵 안에 도톰한 버터와 얇은 판 초콜릿을 올린 빵. 겉은 빳빳한 질감을 가졌고, 속은 밀도감 있으면서 폭신하게 씹히는데, 프레첼 특유의 짭짤한 맛과 함께 초콜릿의 진한 달콤쌉싸름함 그리고 버터의 부드러운 맛이 같이 입안을 채워준다.

초콜릿이 얇아도 보기보다 맛이 강한 편이다. 어떻게 보면 요즘 유행하는 단짠단짠 조합을 조금은 어른스럽게 먹는 기분이랄까? 어느 한 재료 맛이 독자적으로 튀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잘 감싸주는 것도 요 빵의 매력 포인트였다.

겉보기에도 구수함이 뿜어져 나온다.
 겉보기에도 구수함이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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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엔 감말랭이와 피칸이 들어있다.
 속엔 감말랭이와 피칸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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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말랭이 피칸 통밀 사워도우는 커다란 사워도우(sourdough) 빵을 갈라보면 속에 감말랭이와 피칸이 적당하게 채워진 빵. 맛에 균형이 있는 빵을 추구하시는 쉐프님의 스타일답게 부재료를 빵보다 많이 넣어 그 맛으로 먹는 빵은 아닌데, 대신에 처음에 싹 도는 고소한 향과 첫입 씹자마자 올라오는 꼬숩한 맛이 참 매력지게 다가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거기에 겉과 다르게 아주 촉촉한 속 부분의 식감은 왜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씹다보면 감말랭이의 은은한 단맛도 살살 돌아 더욱 입맛을 살려준다. 통밀 빵의 구수함도 살아있지만 막 터프하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편. 이즈니 버터를 같이 주시는데, 발라먹으면 "와 대박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중독성 점수를 준다면 거의 만점을 주고 싶었던 빵.

덧붙이는 글 | 휴무는 월요일과 화요일 입니다.
예약이 가능한 곳이니 참고하셔요.



태그:#츄이구이브레드, #츄이구이, #빵식가, #빵집, #빵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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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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