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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윤 서울시의원
 우창윤 서울시의원
ⓒ 우창윤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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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가 왜 혐오시설인가요. 특수학교가 들어서서 집값 떨어지는 걸 본 적 있나요."

우창윤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55)는 최근 불거진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에 답답한 심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우 의원은 강서구에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유가 '집값 하락 우려' 때문에 아니겠냐고 한숨을 내쉬고, 이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7년 강남구 일원동에 문을 연 특수학교인 '밀알학교' 사례를 들었다.

"여기도 처음엔 집값 떨어진다고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고 소송하고 난리였죠. 그런데 지금 보세요. 오히려 밀알학교에서 제공하는 갤러리, 커피숍, 제과점 등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아이들한테 자원봉사 하는 주민들은 영혼도 맑아지고 얼마나 좋습니까. 집값은 또 얼마나 올랐습니까."

우 의원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더불어 함께 사는 의식이 부족하다"며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지하철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상으로 달리는 구간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방음벽을 거의 설치하지 않아요. 왜냐면 방음벽을 세우면 지하철 탄 사람들이 도시 경관을 볼 수 없게 되거든요. 철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도시경관을 봐야 하니까 좀 시끄러워도 참는 거죠. 그런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분위기가 절실합니다."

여의도에서 핸드사이클 연습을 하고 있는 우창윤 의원.
 여의도에서 핸드사이클 연습을 하고 있는 우창윤 의원.
ⓒ 우창윤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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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한 바퀴 타 봤더니 딱 내 스타일이더라"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우창윤 의원은 어릴 때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1급 장애인이다. 그런 그가 오는 15일부터 충북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한다고 해서 만나 봤다.

우 의원이 출전하는 종목은 핸드사이클 경기. 비장애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그는 자신과 같이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운동이라고 말한다.

"40대 중반쯤 되니 이제 술 적당히 하고 담배 안 피우는 등 '나쁜짓'을 안하는 것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누가 나한테 딱 맞는 자전거가 있다고 해서 집 근처 올림픽공원에서 한 바퀴 타 봤더니 그게 딱 내 스타일인 거예요."

핸드사이클은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인이 누운 자세에서 두 손으로 페달을 돌려 달리는 운동이다. 당장 몇 백만 원 하는 핸드사이클을 구입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서 서울시장애인사이클연맹을 만들었다.

지난 2008년에는 광주장애인체전에 참가해 독주와 도로경기에서 각각 은메달을 땄고, 2013년에는 도쿄에서 후쿠오카까지 1950km 종주를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우 의원의 목표는 중위권 정도다. 그가 참가하는 H5급에는 국가대표가 2명이나 되고 열심히 연습하는 젊은 선수들도 많아 이제 메달은 언감생심이라고.

지난 2013년 핸드사이클을 타고 일본 종주를 하고 있는 우창윤 의원.
 지난 2013년 핸드사이클을 타고 일본 종주를 하고 있는 우창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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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사이클 타고 평양 거쳐 베이징까지 가고 싶어요"

그러나 우 의원이 체전에 참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제 목표는 일본부터 시작해서 남북한을 지나 베이징까지 핸드사이클로 종주하는 겁니다. 이웃한 나라들끼리 역사나 영토문제 등에 얽매여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중심으로 세계를 보려는 게 안타까워서요.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언제 상황이 바뀔지 아나요. 아무래도 체전에 출전하게 되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몸을 만들어놔야죠."

일주일에 두세 번 실내에서 롤러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새벽에 도로에 나가서 60km 이상을 탄다는 우 의원의 핸드사이클 예찬은 끝이 없다.

"처음 핸드사이클을 시작했을 땐 호흡기가 안 좋아 약을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안 먹어요. 병원에도 물론 안 가고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칫 혼자만 지내기 쉬운 장애인들을 바깥으로 이끌어 타인과의 교류를 하게 되고 자신이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는 겁니다."

잘 나가는 건축사 일을 하다가 핸드사이클과의 인연으로 시의원까지 된 그는 내친 김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송파구청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얼마 전 일어난 송파세모녀사건에서도 보듯, 송파구는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어찌 보면 가장 불평등이 심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송파구를 누구나 삶의 기본적 생존권이 보장되는 구로 만들고 싶습니다. 평생 앉아서 다니느라 위만 올려다보며 살았듯 구청장이 되더라도 항상 구민들을 우러러보며 일하겠습니다."


태그:#우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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