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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석강 드론 동영상 채석강의 모습과 변산해수욕장의 모습을 하늘에서 잡아보았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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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아름다운 곳을 접하게 되면 마음속 깊이 담아두고 소중한 기억으로 새겨 두고는 합니다. 그런 곳 가운데 하나가 부안 변산반도의 채석강입니다.

처음으로 갔던 것은 삼십여 년 전 대학생 때였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마음속에 새겨놓았던 서해안의 낙조 모습은 지금도 그 잔영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루떡을 앉혀 놓은 듯 한 해안가 수성암 단층은 쉽게 보기 어려운 절경으로 기억 저편에 깊게 새겨져 있던 곳입니다. 지난 6월 22일과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채석강과 부안 이곳저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채석강 입니다.
 채석강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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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새겨졌던 채석강의 절경, 추억은 새롭게 새기고

채석강은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하고 있는데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 일대의 1.5㎞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지명이라고 합니다. 이날 찾아간 채석강은 썰물로 바닷물이 한껏 빠지면서 꽤 깊숙한 곳까지 그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격포항에 이어져 있는 방파제를 따라 해변으로 내려서니 갯냄새가 서해 바람과 함께 몸 안 구석구석까지 배어 듭니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큼지막한 바위밑 이곳저곳에는 각종 해초와 함께 고동이 붙어 있는 게 제 눈을 사로잡습니다. 물욕이 생겨 바위틈을 몇 분 더듬지 않았는데도 고동은 한 줌이 금세 넘어갑니다.

바위밑에는 다양한 바다생물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바위밑에는 다양한 바다생물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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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고 고동을 잡는다면 꽤 많은 양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잦은 이곳에 살아남은 그 많은 고동들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잠깐 방심하면서 아차 하는 사이에 미끈거리면서 넘어질 뻔한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몸에 균형을 잡느라 바위 옆면을 붙잡으면서 손에 쥐고 있던 고동들은 돌 틈 이곳저곳으로 흩어졌습니다.

바닥에 놓여있는 바위 문양이 독특합니다.
 바닥에 놓여있는 바위 문양이 독특합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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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잠깐이지만 물욕에 사로잡혀 고동에 시선을 집중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면서 크게 다칠 뻔한 겁니다. 채석강이 저한테 고동을 잡지 말라는 경고인 듯합니다.

허리를 쭉 펴고 시선을 수평선으로 돌려보니 태양빛이 수면에 반사되면서 황금빛 물결을 빚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몸 아픈 곳 없이 편안한 가운데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날들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요? 삼십여 년 만에 또 한 번 채석강의 황홀하게 빛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가슴속에 깊게 새겨 놓았습니다.

신석정문학관을 들어서니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시인의 모습입니다.
 신석정문학관을 들어서니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시인의 모습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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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문학관' 부안에서 문학의 향기에 취한다

부안에 가게 되면 194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가운데 한 분인 신석정(1907~1974)의 문학기념관을 찾아가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격동의 현대사를 지조와 강렬한 역사의식을 작동시켜 문학적 서정과 서사로 표출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석정문학관은 이 같이 한국 시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신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그 정신을 널리 선양키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시인이 참여했던 시문학지 입니다.
 시인이 참여했던 시문학지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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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문학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상설 전시실에는 석정 시인의 약력과 좌우명 등의 소개자료, 스승 선배 동료 문인  제자 지인 등의 사진 자료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대표시집 제1시집~ 5시집 유고시집 수필집 전집 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시인이 생전 거처하던 서재방을 복원해 설치 놓았을 뿐 아니라 육필 원고 서필 산수화 작품 등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시인과 교류했던 김영랑 등의 시인 입니다.
 시인과 교류했던 김영랑 등의 시인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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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실에서는 시대별 참여 저항시가 배치되어 있었고 가족 지인 등의 사진도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스승 선배 후배 동료들의 친필 서한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담한 규모의 문학관이지만 시인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와 격동의 현대사를 함께 호흡하면서 시 문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시인의 서재를 복원해 놓았습니다.
 시인의 서재를 복원해 놓았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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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눅눅하기만 합니다. 끈적끈적한 불쾌함이 방안 한가득입니다. 하지만 지난번 채석강을 포함하는 부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기억을 되살리다 보니 기분이 한결 개운해지고 방안의 끈적거림도 조금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모든 게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말이 새삼 진리인 것 같습니다. 타들어가는 가뭄 보다는 그나마 강수량이 풍족해지고 있는 장마철이 고맙게 여겨집니다. 장마철이 끝나면 이제 즐거운 휴가철이 시작되니 그 시간을 떠올리면 어떨까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고통도 괴로움도 즐기라고 합니다.

올 여름 휴가를 채석강이 있는 부안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서해안의 낙조와 문학의 향기에도 흠뻑 젖어 들 수 있는 부안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곳 좋은 곳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채석강, #부안 , #신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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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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