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누군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늘어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첫째도 커피, 둘째도 커피, 셋 째는 커피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갇혀 지내는 내근직이 늘어나는 건 주량(酒兩) 아닌 커피량 뿐이다. 늘어난 커피량만큼 즐겨 찾게 되는 곳도 커피를 살 수 있는 카페다.

회사 근처에 최근 일 년 동안 자주 찾아가 단골이 된 카페가 한 곳 있다. 커피가 맛있어서 방문하게 된 그 카페의 출입구에는 눈에 띄는 안내문이 하나 세워져 있다.

1. 카페 입장과 퇴장 시 서로 같이 인사
2. 남녀 스킨쉽은 바로 퇴장
3. 서로를 위한 배려, 조용한 대화

사장님 한 분이 혼자서 운영하는 이 카페의 안내문을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은 '신선하다'였다. 그동안 꽤 많은 카페를 다녀봤지만 출입구에서부터 이렇게 임팩트 있는 가게는 처음 보았다. 상호 간에 예의를 지키자는 안내문이 있는 가게라니. 지키면 좋지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나도 주의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내문을 다 읽고, 가게 안에 들어가 의식해서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몇 번 더 그 카페를 방문해 지나치는 안내문을 보며, 가게에서 지킬 예의가 있다면 반대로 방문한 손님에게도 지킬 매너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 번 더 그 카페를 방문해 지나치는 안내문을 보며, 가게에서 지킬 예의가 있다면 반대로 방문한 손님에게도 지킬 매너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인상 깊은 안내문을 세워둔 카페 사장님이 빙긋 웃으며, "안녕하세요?"하고 마주 인사를 건넸다. 입구 안내문 때문에 막연히 엄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장님은 의외로 성격 좋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후, 몇 번 더 그 카페를 방문해 지나치는 안내문을 보며, 가게에서 지킬 예의가 있다면 반대로 방문한 손님에게도 지킬 매너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돈을 낸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더불어 소비자에게도 지불한 값어치만큼에 한해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이 암묵적인 합의가 깨어질 때가 있다.

정말 몰랐을 때, 남들보다 좀 더 대우를 받고 싶어서 혹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서 지불한 대가보다 더 큰 요구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한 것이라면 괜찮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쯤 하는 생각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문제다. 나에게는 한 번이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발생하는 흔한 일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소비자의 입장이 익숙하다 보니, 나는 판매자의 입장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한 대형마트의 고객센터 옆에서 고객과 마찰이 있었던 직원이 '죄송합니다.'하며 연신 사과를 하여 논란이 일었던 사건과 여름철 무거운 생수 배달로 고생하는 택배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와 신문지 상에 올라오는 등 사회적인 이슈로 표면화되었을 때에나 가끔 생각해본 것이 다였다.

'내가 만약 반대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대방을 배려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돈을 지불했기에 받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당연시 했기 때문이다. 나는 소비자니까. 돈을 지불했으니까.

내가 편한 만큼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는 사소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법한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편한 만큼 반대로 누군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이것저것 예민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급적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1인 1메뉴 주문이나, 셀프인 가게는 셀프로, 카운터에 없는 것은 따로 요청하지 않는다던가. 내가 마신 잔을 카운터에 되돌려주는 정도의 센스와 매너는 필요하지 않을까?

나도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적게나마 감정노동을 하는데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얼마나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지 상상이 잘 안 된다. 감내하는 것의 수준은 내가 아니라, 감내하는 당사자가 느끼고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상대방도 기분 나쁘지 않을 선에서, 내가 낸 금액만큼의 서비스만 당당히 요구해야겠다.


태그:#소비자매너, #상호존중, #소비자예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범하고 낯선 일반인입니다. 낯익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