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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12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헬조선'이 아닌 행복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바꿔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정치판이 바뀌고, 그래야만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정무수석, 정의당 노회찬·바른정당 주호영·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임종석 비서실장. 2017.5.19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정무수석, 정의당 노회찬·바른정당 주호영·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임종석 비서실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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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간의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언론들은 "내년 지방선거 때 반드시 개헌"이라고 제목을 뽑았지만,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한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옮기면 이렇다.

"권력분산형으로 가더라도 대통령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왔으나 만약 선거구제 개편 등이 같이 논의가 된다면 다른 정부 형태, 다른 권력 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하고자 한 핵심은 바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권력 구조에 관해서는 양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의 얘기는 '정치시스템 개혁을 위한 신의 한 수'라고 얘기할만하다.

지금대로라면 아무리 국회에서 개헌논의를 해도 답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유는 이렇다

대통령중심제냐,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냐?

그렇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다수의원들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다수 의원들은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양상이다.

설사 국회의원들 중 다수가 이원집정부제(국회에서는 요즘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한다) 또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민 다수가 대통령 중심제를 원한다면 국민투표 통과가 어렵다. 특히 인기 높은 대통령이 대통령중심제를 고수할 경우에는 개헌은 쉽지 않은 얘기이다.

그래서 대선 이후에 국회에서는 개헌동력이 떨어질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물꼬를 트는 얘기를 꺼낸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다면 대통령중심제가 아닌 다른 권력 구조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한 얘기이다. 당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이 되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각 정당의 지지율이 그대로 의석을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런 전제조건이 선행된다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고집할 생각이 없다'고 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타당한 얘기이다. 흔히 의원내각제를 통해 민주주의를 잘 하고 있는 나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의 예를 들지만, 이 나라들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선거를 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여기서 핵심은 일부 비례대표 의석만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회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처럼 300명 국회의원이 있다면 300명 전체를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지역구 선거를 하면서도, 전체 국회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고,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런 방식을 도입하라는 권고안을 2015년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하면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해서 독주를 하기가 어렵다. 어느 국가든 간에 특정한 정당이 정당투표에서 50% 이상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하면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당들은 정책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다. 정당투표를 통해 전체 국회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정당의 정책을 중심으로 투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선거를 하는 국가에서는 의원내각제가 도입되더라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에 지금 대한민국처럼 지역구에서 1등 하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선거방식으로 300명 중 253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국가에서는 의원내각제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기득권 세력들이 이합집산을 통해 지역구에서 다수를 당선시킬 수 있는 다수파를 형성하게 되면, 장기집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퇴행의 길을 가게 될 수 있다.

잘못된 선거제도를 기반으로 한 의원내각제가 독재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이웃 일본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일본은 중의원 475명 중 295명을 지역구 1위대표제(소선거구제)로 뽑고 180명을 비례대표로 뽑는다. 475명 중 180명만 정당득표율대로 나누고, 295명은 30%를 얻든 40%를 얻든 지역구에서 1등만 하면 당선되는 것이다. 대한민국보다는 비례대표 비중이 높지만, 표심이 왜곡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똑같다.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은 불과 46.82%의 득표로 68.63%의 중의원 의석을 차지했다. 지역구를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사실상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

 <표> 2014년 일본 중의원 총선 결과
 <표> 2014년 일본 중의원 총선 결과
ⓒ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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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부터 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국회에 보냈는데,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헌논의를 다시 본격화하자는 등의 얘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하루 속히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할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정치발전 특위'가 있지만, 입법권 없이 논의만 하는 특위에 불과하다. 그런 위상의 특위가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입법안을 완성할 수 있는 특위가 필요하다.

이런 특위에서 논의가 진행되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가시화된다면, 개헌 논의도 풀릴 수 있다. 권력 구조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은 열린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신의 한 수'에 대해 국회, 특히 야당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하루라도 빨리 착수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입니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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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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