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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동대문/성동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서 시민의 눈 회원들이 사전투표함을 지키고 있는 모습
▲ 투표는 개표로서 완결된다. 시민의 눈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동대문/성동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서 시민의 눈 회원들이 사전투표함을 지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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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새벽 3시 서울 답십리동 소재 동대문·성동 선거관리위원회. 1층 현관 옆 경사로에는 여섯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어제 쌀쌀하게 내려간 밤 기온을 견디기 위해 두툼한 겨울 잠바를 입고, 집에서 가져온 임시 탁자에는 손손마다 가져온 간식들이 가득 놓여 있다. 새벽 3~4시인데도 이들은 피곤함을 잊은 채 자신들이 스스로 창조한 일을 놓치 않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와 유쾌한 웃음소리가 새벽을 깨뜨리고 있었다.

서로 처음 만난 사이지만, 이들 사이는 친근했고 이야기도 쉽게 통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만이라서는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 패배의 아픔도, 그간 박근혜 정부의 약속 파기에 대한 실망감도, 그리고 지난 겨울 촛불의 현장에 대해서도 그들은 쉽게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일요일 새벽부터, 아니 지난 목요일(4일) 저녁부터 여기에 와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깜깜했었죠. 이명박 정부보다 더 한 게 박근혜 정권이었으니까. 이렇게나 답답한 9년을 지나다보니까, 촛불 때 너무 신났어요. 그리고 어느새 장미 대선이잖아요. 그게 놀라워 믿어지지 않는 거예요. 다시는 거기로 돌아갈 수 없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거지요."

"이명박 정권이 집권한 뒤에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가 있었잖아요. 거기 나온 시민들이 집회를 하는데, 경찰들이 시민들을 하나씩 떼어다가 잡아가는 거예요. 그때 집회에 나갔던 고교생이 그러는 거예요. 왜 경찰들이 저러느냐고요.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의 경험 이후로 그게 꽤 큰 충격이었던 거예요."

이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선관위에 3중으로 밀봉 보관되고 있는 성동 동대문 지역의 사전투표함들. 사전투표가 있던 지난 5월 4일 투표함이 밀봉되어 있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옥상옥, 과다하고 과도한 관심. 그러나 정말 그렇기만 할까? 

"파파이스를 보고 있었어요. 더 플랜은 충격적이었죠. 그러다가 이번 선거에도 그런 투개표 조작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게 뭔가!'하고 시민의 눈에 신청을 했어요."

"새벽에 나오면서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눈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들 지킴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더 이상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것. 공정하게 있는 그대로 결과를 보자는 것.

시민의 눈은 투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감시하는 시민의 모임. 현재 약 5만여 명의 회원들이 전국 각 지역과 온라인에서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 "9년간 민주주의를 잃었었죠. 다시는 잃고 싶지 않습니다." 시민의 눈은 투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감시하는 시민의 모임. 현재 약 5만여 명의 회원들이 전국 각 지역과 온라인에서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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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개표로서 완결된다."

시민의 눈(eye.vving.org )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5만 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온라인 오프라인의 투개표 참관인 및 사전투표함 지킴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시민의 눈'이 하는 일은 시민들의 선택이 왜곡 조작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 온라인 활동방을 통해 전국 조직이 형성되어있고, 각 지역구별로 조직을 형성해 활동하고 있는 것.  

이들의 활동은 오는 5월 9일, 본투표가 마무리되는 저녁 8시에 끝이 난다. 그들이 지켜 아무런 탈 없이 보관되었던 사전투표함들은 각 지역의 개표 장소로 옮겨져 밀봉을 뜯게 될 것이다. 이제는 개표 참관인으로도 신청한 그들 시민의 눈 아래서, 민주주의는 진행하고 완결될 것이다.

19대 대선에서 다섯 후보는 저마다 밝은 곳에서 시민들에게 호소를 해왔다. 그들은 꾸벅 인사하고, 껴안고, 악수하고, 연설을 한다.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맞추고, 확성기마다 소리 높여 지지를 호소한다. 그와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표와 개표의 전 과정에서 눈을 부릅 뜬 이들도 있다. 민주주의는 이 모든 사람들의 열망과 함께 다시 부화하고 있다.


태그:#시민의눈, #성동구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투개표감시, #사전투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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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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