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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 선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 유세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는의지를 밝히기 위해 긴칼과 갑옷을 입고 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이순신 복장 한 유승민 후보 당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 선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 유세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는의지를 밝히기 위해 긴칼과 갑옷을 입고 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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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님, 안녕하세요.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바른정당 탈당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2014년 5월,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도 화가 나는 건 왜 우리 국민들은 마음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좋아할까 하는 것"
"예전에 정치할 때는 국민에게 화가 난다고 하면 조중동에서 '유아무개, 드디어 국민 탓'이라고 하겠지만 이젠 말할 수 있다. 국민들한테도 저는 화가 난다"
(관련 기사 : 유시민 "세월호 참사, 이명박근혜 7년 부정부패가 원인")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에도 굳건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었는지, 후반부에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른정당 탈당, 그리고...

바른정당 의원 14명이 탈당과 함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 및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혔다.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13명 의원(권성동, 김재경, 김성태, 김학용, 박성중, 박순자, 여상규, 이군현, 이진복, 장제원,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이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고,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정운천 의원은 3일 후 지역구인 전주에서 단독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바른정당 14명, '홍준표 지지' 및 '자유한국당 입당' 발표 바른정당 의원 14명이 탈당과 함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 및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혔다.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13명 의원(권성동, 김재경, 김성태, 김학용, 박성중, 박순자, 여상규, 이군현, 이진복, 장제원,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이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고,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정운천 의원은 3일 후 지역구인 전주에서 단독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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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이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면서 탈당 즉시 한국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시점(5월 3일 23시)에는, 황영철 의원이 탈당 선언을 번복하고 바른정당에 잔류하기로 해, 일단 12명의 의원이 바른정당을 떠나게 되었습니다(최초 탈당자인 이은재 의원을 포함하면 총 13명).

탈당 선언 직후, 이들은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한국당에서도 이들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습니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탈당 선언 의원 중 한 사람인 김성태 의원에게 "워낙에 박쥐가 힘든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관련 영상).

대의도 명분도 정당하지 못했던 탈당, 그리고 (한국당) 복당 선언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과연 저들'만'을 비판할 수 있는가

이들은 소위 극우·보수연합세력 중에서도 그나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탄핵 표결에 '찬성'표를 던졌고, 청문회에서도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이들 중 황영철 의원은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당시는 새누리당)을 떠나 '깨끗한 보수'를 표방하며 '바른정당'을 창당,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당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의 선택과 행보는 큰 틀에서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4년간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군주'로 지내온, '보수라고 불릴 수도 없는' 대통령과, 국민의 분노는 아랑곳 않고 그녀만을 결사옹위하는 세력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틀림없이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창당으로 '극우-보수연합'이 해체되고, '바른정당'이 비로소 진정한 보수세력의 정당으로 자리 잡고, 자유한국당은 수구적·극우적 군소 정당으로 축소되어, 우리 정당구조가 조금 더 합리적으로 자리 잡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조금씩 회복되었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20% 선을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바른정당이 정당도 후보도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과 반해 너무나도 극명한 대조였습니다. 그들(탈당파 의원들)에게는,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는다'는 그 위기감이, 다시 들었겠지요. 후보님이 이번 대선에서 선전하지 못하면, 바른정당의 앞날은 불투명해질 테니까요.

그런데,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바른정당을 지지했더라면, 그러니까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님의 지지율이 높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탈당 사태가 있었을까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바른정당을 지지했더라면

이번 탈당 사태는 대의도 명분도 정당하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실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의와 명분'만을 따져서 행동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 선택이 오히려 '실리에 반하는 것'일 때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는 '실리' 정도가 아니라 '정치생명'이 걸린 일입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대의와 명분'을 지키려는 사람을 후원하고 지지함으로써, 그들이 '실리'도 챙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그들이 지속적으로 '대의와 명분'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유권자들은 '전혀 다른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국정 농단의 전모를 밝히려고 하고, 자격 없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에 찬성한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구시대적 수구세력과 결별하여 '깨끗한 보수'를 표방하며 새로운 둥지를 튼 이들을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바른정당이 축소되고 (아직 입당 허용 여부가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팽창하는, '역사의 퇴보'를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한껏 기세를 올리게 되었고, 그들에게 '반성'을 기대하기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저들(탈당 의원들)'만'을 비판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이었을 때는 감히 할 수 없었다는, "국민들한테도 화가 난다"는 유시민 작가의 말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감자밭에서는 감자가, 고구마밭에서는 고구마가 납니다.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오늘의 이 '역사의 퇴보'사태의 원인도, '감자와 고구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밭'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은 자당 의원들을 결속시키지 못한 유승민 후보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후보님의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밭'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건 후보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바른정당에 대한 후원금과 입당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좋은 밭이 아직 있구나'하는 안도감과 함께, 왜 이제야 움직일까 하는 원망도 조금 생깁니다. 그래도 그림자보다는 빛을, 절망보다는 희망을 봐야겠지요.

선거일까지 불과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늦었지만, 바른정당에 쏟아지는 관심과 지지를 생각하시면서, 그렇게 꿋꿋하게 완주해주십시오. 바른정당을 응원하는 사람들, '깨끗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바라는 사람들, '좋은 밭'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걸어가주십시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굳세어라 유승민!

덧붙이는 글 |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게시할 예정입니다.



태그:#유승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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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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