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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가는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두고 술렁이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국내 학령인구감소에 대응하고자, 2023년까지 대학정원을 16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전국단위의 평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에서는 2015년에서 2025년까지, 10년 사이에 학령인구가 168만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 이러한 정원감축은 불가피하다.

쉽게 말해 미래사회에 대한 대응성과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대학들은 사라지게 된다. 2017년까지 4만 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1주기 평가, 2020년까지 5만 명을 감축하는 2주기 평가 및 2023년까지 7만명을 감축하는 3주기 평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적자생존의 추세 속에서 대학들은 2주기 평가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1단계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요소 및 발전전략, 자율역량 등을 평가하고, 2단계로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현장평가 한다.)

학생들은 뒷전인 구조개혁 안

경기대학교 본관 전경
 경기대학교 본관 전경
ⓒ 경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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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학들의 준비 과정에서 '어떠한 방안을 제고할 것인가?'라는 질문 이외에, 또 다른 진통이 수반되고 있다. 바로 학생들과의 마찰이다. 홍익대의 '제 2캠퍼스'(조치원캠퍼스) 논란도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경기도 수원에 본교를 둔 경기대학교 또한 이러한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경기대학교는 지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입학정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태다. 정원감축은 재정수입원의 감소로도 이어지는데, 현재 구 재단과의 마찰로 재단 및 총장이 공석인 경기대학교(김기흥 총장대행)는 대안 모색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낮은 평가등급과 재정공백은 경기대학교의 앞날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며, 뚜렷한 개선이 없는 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4.13(목) 열린 '경기대학교 발전전략 수립 및 경쟁력 강화방안 학생 공청회'의 사진 (좌측 사진처럼 많은 학생 및 교직원들이 찾았으나, 불충분한 설명과 불쾌한 말들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4.13(목) 열린 '경기대학교 발전전략 수립 및 경쟁력 강화방안 학생 공청회'의 사진 (좌측 사진처럼 많은 학생 및 교직원들이 찾았으나, 불충분한 설명과 불쾌한 말들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 경기대학교 페이스북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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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대학교는 KPC(한국생산성본부)에 컨설팅을 의뢰하였고, 4월 13일(목)과 4월 19일(수) 두 차례에 걸쳐 개혁안을 공표한다. 지난 4월 13일 텔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대학교 발전전략 수립 및 경쟁력 강화방안 학생 공청회'에서 대학 측은, △대학 현황분석 △대학학과구조 개편 안 △학생 및 교직원과의 질의응답 등을 가졌다.

그런데 제시하는 안의 '실효성'과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주먹구구식 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학과구조 개편 안 조직도'를 보면 비슷한 성격의 학과들을 학부단위로 묶어, 학부아래의 트랙 제 도입을 방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융합'과 '글로벌'이라는 키워드가 남발하고, 대부분의 학과를 학부단위로 변경시킨데다 본질적으로 특성이 다른 학과들을 한데 모아놓음으로써 '학문'이라는 그 범위를 손상시키고 있다.

탁해진 학문의 본질, 이해할 수 없이 난해한 이름들

경기대학교 학과구조개편 안의 일부
 경기대학교 학과구조개편 안의 일부
ⓒ 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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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한국어문학 트랙으로 묶인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인데, 두 학문은 엄연히 커리큘럼이 다르다. 국문의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국어국문과, 극본 및 광고카피 작성 등 실습위주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문예창작을 한데 묶은 것에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인문학과 예체능계열을 한데 묶은 '인문예술스포츠과학대학'은 그 본질이 무엇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개별 학문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을 위해 자신의 10대를 투자한 학생들에게, 이름조차 난해한 통폐합으로 '전공'이라는 '정체성'을 빼앗고 있다. '트랙'의 운영 또한 가변적이어서, 이수 희망자가 적을 경우 해당 트랙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도 채 주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전한 경기대학교. 13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충분한 자료조사와 대응책 없이 학생들에게 '수긍하라'는 의견만을 전하고, '막말로 3명이 200억씩만 기부했으면 이런 거 안 해도 된다'며 학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변화는 조직구성원의 합치에서 시작돼야 한다

분명 학교의 존립을 위해 경기대학교는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트랙 제'를 기반한 학과구조 개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그 처우를 떠안아야 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안의 실효성 및 다른 방안의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학교측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4.17(월)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집회 모습. 납득할만한 설명요구와 일방적인 학과통폐합에 대한 불합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4.17(월)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집회 모습. 납득할만한 설명요구와 일방적인 학과통폐합에 대한 불합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 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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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뭘 할 수 있는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건 '꼭 그 방법이어야 하는가'와 '다른 대안은 없는가'를 묻는 것뿐이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답변을 촉구하고, 촛불시위를 연다 한 들. 경기대학교의 정책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변화시킬 대안이 학생들 수준에서 마련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 및 교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열고, 학문적 겸양을 갖춘 교수진들은 본질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대학가에는 봄이 오되, 봄이 오지 않았다. '전공'이라는 '정체성'을 잃은 학생들과 캠퍼스에 울리는 씁쓸한 외침들. 서로간의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길 바라본다.



태그:#경기대학교 학과구조개편, #학과통폐합 논란, #경기대학교, #대학구조개혁평가, #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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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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